오랜만에 짬나는구만요. 시작.
내 앞에는 흐릿흐릿하게 한 소녀와 엘프 하나가 보였다.
아무래도 의도하신 것과 다른 중의적 표현인 것 같습니다. '흐릿흐릿하게 한' 소녀로도 해석되고
'흐릿흐릿하게' 한 소녀로도 해석되잖습니까? 앞뒤 문맥상 후자가 맞겠지만요.
또 하나는 주어 '내 앞에' 와 서술어 '보였다' 의 불일치.
내 앞에는 흐릿흐릿하게 한 소녀와 엘프 하나가 보였다.
→ 내 눈에 흐릿하게 소녀와 엘프가 보였다.
→ 희미한 내 시야에 한 소녀와 엘프가 잡혔다.
무한 응용이 가능합니…… (퍽)
난감하기 그지없는 1번 수정문장. 아힛 나메님 감사합니다아♡
' 옆에 보이는건……. 제럴드……? '
일인칭 주인공 시점과 삼인칭 전지적 시점의 차이는, 세밀한 묘사가 어렵다는 겁니다. 묘사 자체
보다는 어투의 문제 때문에. 삼인칭은 줄줄이 엮어내도 문제가 없지만, 일인칭은 조금만 자세하
게 풀어나가기 시작하면 설명조로 바뀝니다. 이걸 얼마나 자연스럽게 소화해느냐에 따라 실력이
판가름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옆에 보이는건……. 제럴드……? '
→ '옆에는……, 제럴드……?'
그냥 원래 것으로 쓰셔도. 묘사와 주인공의 생각이 설명조로 흘러가는 것을 조절하시는 것이 중
요하다, 는 뜻에서 써봅니다아.
' 근데 내 입가에 흐르는건 뭐지? '
일기문의 특징 아시죠? 어차피 서술자는 '나' 이기 때문에 '나' 라는 단어는 거의 쓰지 않는 편입
니다. [예외적 경우로, '나' 가 꼭 필요한 경우는 씁니다. ex) 내가 왜 이러지?] 심리상태를 서술
하는 경우에는 써도 무방하지만 굳이 상태를 표현하는 것까지 쓰면 어색하다는 것이죠.
' 근데 내 입가에 흐르는건 뭐지? '
→ '근데 입가에 흐르는 건 뭐지?'
엘프 마을로 되돌아 오자 이상하게도 엘프들은 우리들을 향하여
활을 겨누고 있었다.
적절히 다듬는 것도 고치기에 큰 도움이 되지만, 애초부터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쉼
표가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위와 같은 문장대등구문에서는요.
하나 더, '향하여' 와 '겨누고' 는 의미상 중복어구입니다아. 물론 고칠 것까지는 없지만.
엘프 마을로 되돌아 오자 이상하게도 엘프들은 우리들을 향하여
활을 겨누고 있었다.
→ 엘프 마을로 되돌아왔을 때, 이상하게도 엘프들은 우리에게 활을
→ 겨누고 있었다.
상황 파악을 한 제럴드는 웃음 아닌 웃음을 짓더니 내 앞으로 와서
엘프들을 향하여 활을 겨누었다.
역시 일인칭 주인공 시점의 한계, '타인의 감정-생각표현' 이 나타난 문장입니다. 전혀 제약이
없는 삼인칭에 비해 확실히 어려운 부분이죠. 어쩔 수 없습니다.
유명한 분들의 일인칭 소설을 보시면서 타인의 감정을 최대한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셔야 합니다.
[모 작가분의 '아-삐리리' 같은 경우는 타인의 감정을 표현할 때 잠깐 삼인칭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일인칭으로 건너와서 진행하는 변칙으로 쓰여졌더구만요. 아마추어급도 아닌 제가 보기
에도 참 치사하기 그지없는 방법.]
상황 파악을 한 제럴드는 웃음 아닌 웃음을 짓더니 내 앞으로 와서
엘프들을 향하여 활을 겨누었다.
→ 제럴드는 상황 파악을 한 듯, 웃음 아닌 웃음을 짓더니 내 앞으로 와서
→ 엘프들에게 활을 겨누었다.
운명 (1-31) 현실로 되돌아 오다. [2] 지적 - 을 가장한 태클 - 은 여기까지.
갈수록 지적량이 줄어가는구만요. 잘 하고 계십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