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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잡담] 소설은 무엇인가.

2006.04.20 02:16

네모Dori 조회 수:451


-개인적 견해입니다. 당연히 반박은 환영입니다. 타인의 견해가 나와 동일할 의무는 없으니까요.
-반말입니다. 왜냐하면 이글루에 썼던 내용이라서요. 여기에 올리려면 종결어미 고치는 것이 좋겠지만.. 귀찮군요. 제가 원래 좀 그렇습니다.




소설은 킬링타임이다.
거기서 어떤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어떤 철학적 명제를 깨달으며, 어떤 삶의 모델을 발견하든,
그건 부수적 효과일 뿐이고, 가장 중요한 목표는 킬링타임이다.
주제의식의 전달은 킬링타임 이 후에 고민할 문제다. 재미있게 읽도록, 첫문장이 다음문장을 이끌고 첫장이 다음장을 이끌지 못하면 주제고 뭐고 없다. 주제의식의 전달을 최우선으로 놓고 재미를 두번째로 놓고 싶으면 논설문을 써라. 아니 정정, 재미있는 논설문을 써라. 소설을 쓰지 말고.
소설이 허구적 이야기든, 삶의 이야기든, 결국 읽는 사람이 즐겁게, 웃기든 스릴있든 혹은 단지 호기심의 연속적 유발을 노리든, 아니면 철학적인 내용으로 그 속에 몰입하게 하든 결국 읽는 사람이 시간가는줄 모르게 읽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게 아니면 무엇도 의미가 없다.
왜 주제의식에 집착하는가. 물론 내용이 심오한 소설은 좋다. 하지만 그건 그 심오함으로 재미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심오함, 주제의식, 말하고자 하는 것, 그런 것을 찾기위한 독자들은 소설을 읽지 않고 철학책을 읽을 것이다. 왜 그렇게 주제의식이란 따져보면 공허한 소리에 목매는가.

글을 쓴다는 것은 일단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수단으로 소설을 선택했다면 재미를 우선으로 두어라. 웃기게 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글을 읽는 재미가 있도록 쓰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귀여니를 다시 보자. 개인적으로 귀여니를 매우 싫어한다. 하지만 귀여니 소설의 문제가 무엇인가. 나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분명 재미있다. 재미있다고 느끼는 독자들에게 그 글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주제의식이 없는 껍데기? 그 소설에는 '독자가 재미있게 읽는다'라는 목적이 뚜렸하다. 정말 독자의 취향 중심적으로 써진 책이니까. 귀여니를 씹을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표절이 많다는 것 외에는 없을 것이다. 모름지기 글을 쓸때는 자신의 글을 써야 하니까. 다른사람의 글을 쓰는 것은 도둑질 이니까.

소설에 주제의식을 부과하는 것은 킬링타임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야설이 훌륭한 소설이 못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고, 읽은 후에는 그 시간을 아쉬워 하는 것. 그래서 여러 번 읽고 싶어하지 않는다. 만약 독자의 구미를 당기는 주제의식이 잘 치장되어 있으면 실컷 읽은 후에 그 장식을 떠올리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다시 그 책을 읽을 것이다. 주제의식이란 단어에서 그 이외의 효과를 찾지 못하겠다.

아무리 좋은 주제라도 읽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꼭 담아내고 싶다면 그걸 잘 숨겨라. 그리고 수많은 장식들로 감싸라. 하고 싶은 말을 바로 주제로 만들지 말아라.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있는 내용으로 도배하고 그럴듯한 장식으로 감싸라. 그러면 독자는 수번 되풀이 읽다가 자신도 모르게 처음 하려고 했던 작가의 말을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그러려니 받아들일 것이다. 주제라는 장식에 대해서는 과연 이것이 옳은가 그른가 고민하고 취하거나 버리겠지만 숨겨진 작가의 의도는 비판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결국 소설은 거대한 사기다. 그러니까 허구적 이야기일테다.

킬링타임이 되지 않는 소설은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