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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아직 오지 않은 동지에게

2004.10.22 19:10

하티크바 조회 수:1611

-아직 오지 않은 동지에게-


당신이 누구인지 나는 모릅니다.

한 가지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당신이 사람의 아들과 딸로

이 삶의 세계에 불려왔다는 사실입니다.

당신의 삶은 물론 당신이 원한 것이 아닙니다.

언젠가 당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 대지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나눈 날이

당신이 삶과 인연을 맺은 첫 순간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삶은 그 뿌리부터 사랑이요, 나눔입니다.

언젠가 소멸될 운명에 있는 당신의 삶 또한 그 어느 땐가의

사랑과 나눔으로 다른 삶과 이어질 것입니다.

사랑과 나눔은 사람의 가장 자연스러운 본성입니다.

물질로 빚어졌음에도 사랑을 꿈꾸고 그 사랑으로

다시 물질에 숨을 불어넣는 기적이 인류의 삶입니다.

우주의 한 부분인 삶은 우주가 그러하듯 아직 우리에게 진실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삶의 허무의식이 한낱 사람의 편견이라 하는 까닭입니다.

우주의 수많은 별들과 꽃들이 그러하듯 삶 또한 우주에서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삶의 현실은 사랑과 나눔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의 역사는 미움과 외로움으로 가득 차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지상에서 사람은 그저 사람으로 머물지 않았습니다.

역사가 증언하듯이 사람의 대부분은 노예로, 농노로, 그리고 노동자로 존재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오늘 이 지구 위에서도 대다수 사람들의 삶은 가난과 질병, 그리고 정치적 억압 속에 놓여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쪽에 왕족과 귀족, 지주와 영주, 그리고 자본가들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한 줌도 안되는 소수였습니다.

비록 그들의 평생은 물질적으로는 호화로웠는지 모르지만

올바르거나 아름다운 삶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역사를 일궈온 주체는 언제나 민중이었습니다.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는 역사의 새로운 단계마다

언제나 어디서나 노예와 농노, 그리고 노동자, 곧 민중의 투쟁이 있었습니다.

민중의 희생과 그들이 흘린 핏물이 없었다면 인류의 대다수는 아직 노예로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민중의 투쟁만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을 민주화해왔습니다.

민중만이 역사 속에서 내일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오늘을 희생했습니다.

민중만이 사랑을 몸으로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민중이 아름다운 까닭입니다.

우리의 삶은 모두 민중들의 붉은 사랑과 핏빛 무덤 위에 서 있습니다.

오늘의 삶에서 그 상징적 사건은 1789년의 프랑스혁명입니다.

프랑스혁명은 자유, 평등, 박애를 인류의 이상으로 간추려 내세운 민중의 혁명이었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혁명의 과실을 자본가들이 독점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에서 사람이 서로 도와 일하며 사랑을 나누는 꿈마저

자본가가 빼앗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아름답고 순결한 꿈은 언제나 민중의 몫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민중의 아들 딸로 태어난 당신의 삶은 참으로 축복입니다.

민중으로 태어났기에 출발부터 당신은 올바르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불꽃이 자본가들의 탐욕으로 꺼져갈 무렵

민중은 다시 자신들의 꿈을 불지펴 역사적 전환점을 마련합니다.

1848년의 공산당선언이 그것입니다.

공산당선언은 인류의 오랜 꿈을 과학으로 한 단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과학을 넘어선 새로운 길을 제시했습니다.

사회주의가 그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언은 1917년 러시아혁명으로 현실화합니다.

당신은 여기서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는 모두 무너졌고 조선 로동당과 주체사상 또한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청사진을 제시하진 못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맞습니다. 당신의 말이 참입니다.

동부 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에 이어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도 1991년 무너졌습니다.

지금 지상에 사회주의를 지키고 있는 나라는 중국, 쿠바, 베트남,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다.

이 글을 당신이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평생 혁명의 길을 걸어와

이제 죽음을 앞둔 저는 마지막 온 힘을 모아 당신에게 호소합니다.

무너진 소련과 동부 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은 물론 중국이나 쿠바, 베트남,

그리고 우리의 조선 모두 미완의 사회주의 국가였습니다.

온전한 사회주의 국가는 아직 지상에 오지 않았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사회주의를 이 지상에 내오는 것 바로 그것이 당신의 과제입니다.

러시아혁명은 공산당선언에 비춰보더라도 지나치게 일찍 온 혁명이있습니다.

사산의 운명을 띠고 온 혁명입니다.

하지만 그 실패가 아무런 교훈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참담한 좌절은 사회주의를 이루려면 아직 더 인류가 성숙해야 한다는 진실을 알려줍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과학적 사회주의를 제시했을 때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자본주의 성숙이라는 물질적 조건과 사회 구성원의 의식수준이라는 주체적 조건이 그것입니다.

두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사회에서 사회주의 혁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848년 파리의 혁명이 그러했거니와 1917년 러시아혁명 또한 예외일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실존했던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가

결코 사회주의 사상의 몰락으로 이어질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아니, 사회주의 사상에 우리가 충실할 때 그 붕괴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과학적 사회주의 사상의 정당성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기나긴 인류사에서 본다면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의 역사는 아직 출발점입니다.

프랑스혁명이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듯이 사회주의 혁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인류가 성숙해가는 기나긴 여정에서 당신이 조급하지 않길 바랍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소련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주의 사상의 성숙과 새로운 전략이 시대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선의 사회주의자로서 저는 반세기 전에 당으로부터

사회주의 사상사업에 창조적 노작을 내오라는 명령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 내부의 정치적 변화가 있었지만 당이 부여한 사상과업을 이루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저의 무능과 게으름 탓입니다. 온몸을 던져야 했음에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 사상을 새롭게 내올 과업을 완수하지 못한 삶에 대해 자기비판을 하고

심판받을 당이 오늘 제 앞에는 없습니다.

언젠가 당신들이 일궈낼 당 앞에, 오늘 나약하고 값싼 감상을 끝내 벗어나지 못한채

창백한 사회주의자로 걸어온 제 삶을 참회하며 자기비판 하는 까닭입니다.

눈 맑은 당신이 그리운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이 대지 위에 구현하기 위하여

삶을 아낌없이 던진 저 수많은 선인들의 피눈물을 당신이 씻어주기 바랍니다.

낙엽은 신록을 꿈꾸며 떨어집니다.

그 낙엽들도 흙이 기름지지 않는다면 여름의 울창한 초록빛 신세계란 불가능합니다.

20세기를 수놓은 붉은 꽃 사태들과 낙엽들은

21세기의 짙푸른 아름드리 나무로 부활하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미래사회와 관련해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됨으로써

모든 지배체제가 사멸될 수 있다는 것을 '국가와 혁명'에서 역설한바 있는 레닌은,

사회주의를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기성의 제도가 아니라

한계단, 한 계단 궁극적 목표를 향해 접근해 가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모든 것을 민중 속에서 민중과 더불어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민중의 바다야말로 인류의 시원이자 인류가 궁극적으로 걸어가야 할 곳입니다.

개개의 삶이 그대로 우주와 하나 되어, 우주의 별이 되어 숨쉬는 바다,

아직 우리는 그 꽃 바다에 이르지 않았습니다.

지상의 사람이 궁극적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존재인 한,

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꿀 수밖에 없는 존재인 한 혁명은 더디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전진할 것입니다.

우금을 흐르는 살여울이 비록 계곡 곳곳에 깔린 걸림돌 앞에서 맴돈다 하더라도

이윽고 강을 이루며 도도히 흘러가는 이치와 같습니다.

민중의 바다, 해방의 바다를 향해 줄기차게 나아갈 것입니다.

민족과 계급을 떠나 인류 모두가 사랑과 노동 속에 창조적으로 살아갈

'아름다운 집'을 지으려는 열정의 불꽃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우주의 어둠을 밝혀왔습니다.

그 불꽃은 인류의 마지막 한 사람이 남더라도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프랑스혁명에서 러시아혁명으로 이어진 인류의 위대한 길, 그 길을 이어

새로운 사상과 혁명을 일궈갈 주체는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사라진 수많은 이들이 제 몸 속에 살아 숨쉬었듯이

저 또한 당신의 몸 속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삶은 그 뿌리부터 나눔이요, 사랑인 까닭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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