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신비를 전쟁의 관점으로 보는 문제>
"여성의 몸 속으로 들어간 정자들은 난자를 차지하기위하여 확률 일억분의 일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려 결국 가장 강한 녀석이 살아남는 것이란다.......알것제?."
<과연 그럴까요?>
나는 교과서에 유포된 정자의 생존경쟁에 대한 유언비어를 들으면서 자본주의의 논리랄까, 약육강식의 논리....즉, 강한자가 모든 걸 차지한다는 논리가 여기에까지 적용되고 있구나...하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정자 하나 하나를 독립된 개체로 보고 그 개체끼리 싸움박질을 시키는 우리의 문화적 심리구조는 얼마나 황폐한 것인가....
<보고싶은대로 보여진다>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은 그 대상의 실체라기 보다도 그 대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이 잔뜩 코팅된 모습....즉, 외부에 비추어진 내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관이 강할 수록 "보여지는 실체"는 줄어들고 "보고싶은 실체" 만이 보여질 것입니다.
약육강식론자가 정자에게 투쟁의 관점을 투영했다면 나도 나의 어거지 주장을 정자에게 투영시켜 "나만의 진실"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들의 관념이 정자들의 전쟁을 만들어 내었다면 나는 그 전쟁의 실상을 "왜곡"해 보고 싶은 것이죠.....음...외로운 싸움이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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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는 왜? 그리도 숫자가 많은가?
단지 남녀가 결정됨에 있어서 우연성을 더욱 높여주기 위하여?
아시다시피 정자에는 X 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Y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존재합니다. 아마도 반반이겠죠.
5,000만개의 X 정자와 같은 수의 Y 정자가 오로지 하나의 난자만을 바라보며 목숨을 건 뜀박질을 한다?
이 문제에 대하여 우리의 눈길은 언제나 난자에 1착으로 도착한 정자에 집중됨으로서 그 정자를 난자에 도착시키기까지의 과정은 간과되곤 하는 것입니다....그 과정을 통찰하면 또 다른 진실이 보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전진하는 정자군단>
수펀만 병력의 정자의 군단이 난자에 이르는 천로역정의 진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성의 몸에 투하된 정자들은 신속하게 대열을 정비하고 공격을 위한 진용을 짜죠.
들은바 로는 이들이 짜는 공격진용은 그 유명한 학익진(鶴翼陣)과 아주 유사하다고 합니다.
군대는 전열이 정비되면서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는데..여기에서 약 10 개사단의 병력이 질벽과 자궁의 입구에 잔류하여 방어진을 칩니다. 이들의 임무는 세포벽 사이에 매복하여 "다른 녀석"의 정자군단이 쳐들어 오는 것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즉, 난자에 이르는 이 실크로드에 대한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것이죠.
정자들은 고유의 코드를 갖고 있는데 차후에 진입하는 정자들의 코드가 그들의 코드와 맞지 않으면 질벽을 자극시켜 강력한 산성액을 발산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득권을 주장하는 이 정자군단도 이미 앞전에 다녀간 "다른 군단"의 잔류병에 의하여 거부당할 수 있죠.....자신의 군단이 실패했다는 것을 모른채 잔류접촉분견대로 남아있는 정자들 말입니다.
그러므로 정자의 군단은 맨 앞에도 5개사단의 선발대를 내세우는데 이 선발대의 임무는 먼저 이곳을 거쳐간 적들이 설치해 둔 산성지뢰를 제거하여 본대를 위한 안전통로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아주 운이 안좋은 경우...그러니까 기득권을 주장하는 적들이 많을 때 전방과 후방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데 대량의 군대(정자)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기득권 탈취의 문제인 것입니다. 정자의 숫자가 여기에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여성의 정조가 개입되는 이야기라 언급하기가 좀 거시기한 면이 있군요....그러나....
<사랑보다 준엄한 생명의 영속성>
몸은 몸만의 지성을 갖추고 있지요.
몸은 "너만을 받아들이고 너의 DNA가 듬뿍 들어있는 아기를 나아줄께.." 하는 남과 여의 신빙성없는 약속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인간이 사랑을 알고 맹세를 발명한지 1만년, 그러나 몸은 그 이전의 인간생명의 역사... 200만년의 생존체험을 훨씬 더 신뢰하는 것이죠...."사랑보다도 생명의 존속이 우선한다."......
<자궁성에 당도하여....>
여하튼 정자군단은 이러한 전투를 치르며 자궁성(子宮成)에 입성하여 전열을 정비합니다.
이 때가 되면 난자측에서도 정자군단의 진입을 알게되므로 난자와 정자사이에는 모종의 협상이 오가게 됩니다
....어디보자...이번에 찾아온 군대는 어떤 코드를 지니고왔나....
이 대화...난자와 정자가 "DNA 어(語)"로 나누는 이 언어는 생명의 지성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보여주는데...거기에 비하면 두뇌의 지성....은 명함도 내밀 수 없습니다.
난자 : (한국어로 번역함)거기까지 오느라고 수고 많았다.
정자 : 기다려 주어서 고맙다.
난자 : 나는 생명코드 23-3477568 TYPE-F형 난자로서 DNA-568823번이 결여되어있다.
정자 : 알았다, 여기 도착한 300만마리의 정자중 그 코드를 재생시킬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정자가 70만마리가 있다.
난자 : DNA 445677, 566645, 276678을 동시에 보완할 정자가 있느냐?
정자 : 70만 마리중 30마리에 그런 기능이 내장되어있다.
난자 : 다행이다...그 중에서 M1978A와 PT7890 을 지니고 있는 정자가 있을까?
정자 : 그...그게 뭐냐?
난자 : 권상우 몸짱에 배용준 얼굴짱 유전자다.
정자 : 장난하냐? 우리가 탤런트 만들어주려고 온 줄 아느냐? 정신 차리고 우리 능력의 범위 안에서 선택하라!
난자: 그..그럼 AR 678990A 는 구할 수 있을까? 만사마 타이틀용인디....
이런 협상의 과정을 거쳐서 정자들은 난자가 요구하는 조건에 가장 근사하게 접근한 정자를 선발하여 자궁성에 입성시키는 것입니다.
아아 드디어!!
역경을 이기고 여기까지 살아남은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발된 한 마리의 정자가 난자와 합궁하여 문이 닫힘으로서 이 위대한 장도는 한 장을 마감하는 것입니다.
보십시요!!
이 역사적 순간에서 박수도, 포옹도, 악수도...왁자지껄한 성취의 웃음도 없습니다....침묵.... 보낸 자는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며, 보내진 자는 바쳐질 것이니라. 오로지 생명의 연속성을 이어가려는 "의지의 힘" 이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이루고 있을 뿐입니다.
또 보십시요...이 험란한 과정에서 "너와 나"란 구별이 없었음을...오로지 정자군단 전체를 하나로 묶는 "생명의 의지" 만이 존재함을.
<찬(讚)!!!>
아름답다! 생명을 잉태시키려고 소멸의 행로을 가는 정자군단의 용사들이여!!
이는 과연 비둘기 고지의 십용사이며, 황산벌 계백의 용사들이며, 삼백인의 스파르타 용사이니
너와 나의 구분이 어디있으며, 개체의 승리란 말이 어이 존재할 수 있으리요!!
"라케다이몬으로 가는 나그네여, 전해다오.
생명을 영속시키기 위하여 기꺼이 죽어간 정자군단의 용사들을!!! "
*********짜투리 글들**************
1. 정자가 난자를 찾아가는 생명행위에 까지를 개체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으로 보는 관점에 대응하여 정자군단을 하나로 묶는 "집단의식"의 관점으로 문제를 보고자 했습니다.
2. 이러한 상상은 정자군단의 구성원끼리의 "우리끼리의 투쟁" 이라는 관점은 극복할 수 있으나 다른 정자와의 투쟁이라는 관점은 현실로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출처:비밀, 김바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