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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영혼의 눈물 - [Tear of Soul] -2

2005.05.23 01:57

네모Dori 조회 수:1997

팔 아래가 묵직하다. 아니 그보다는 등이 더 아프다. 시트 아래서 잡아당기는 듯한 감각에 소유는 몸을 뒤척인다. 아름다운 새의 지저귐이 소유를 짜증나게 한다. 날 좀더 내버려 둘 수 없어? 쏟아지는 햇빛이 더 이상 소유를 피안의 영역에 머물지 못하게 한다. 짜증스런 신음이 새어나온다. 소유는 일어난다. 부스스한 눈, 멍한 눈빛. 진탕 술을 퍼 마신 다음날처럼. 반쯤 몸을 일으켜 앉은 채 소유는 생각한다. 언제 집으로 돌아왔지? 아니, 언제 잠들었지? 어젯밤 어디에 갔었지? 혼란스러운 기억은 정리되긴 커녕 더 혼란스러워 진다. 찌푸린 눈에 무엇인가 비친다. 흰색. 아니 푸른색. 아니아니 은색. 팔랑이는 날갯짓에 마법처럼 색이 변한다. 매혹적인 나비의 움직임. 소유는 그것에 매료된 채 움직일 줄 모른다. 아니 눈동자는 끊임없이 나비의 움직임을 좇는다. 소유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온다. 일어났어요? 그 소리에 소유는 고개를 돌린다. 믿을 수 없는, 그러나 너무나 익숙한 소리. 부서지는 아침햇살 속에 사녀가 웃고 있다. 소유는 울음을 터뜨린다.



해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지만 여인들은 바쁘다. 두 명의 부인이 어둑어둑한 우물가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요 한 달 새 사람들이 정말 많이 죽지 않았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전염병이라도 도나?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면서도 행동은 매끄럽다. 아침 해가 고개를 내밀기 직전의 그 어둠 속에서도 실수가 없다. 가람님은 뭐라 세요? 아무런 말씀이 없으세요. 하긴 병도 아니고 멀쩡하던 사람이 아침이면 죽은 채로 발견되니 가람님이라도 어쩌시겠어요? 물동이를 들어올린다. 무거울 테지만 몸에 밴 동작엔 무리가 없다. 힘든 하루의 시작이다. 인사를 나누고 돌아선다. 왠지 오늘따라 어깨가 불편하다. 머리에 잘못 인건가? 부인은 물동이를 내려놓고 다시 손잡이를 잡는다. 그때 해가 떠오른다. 그 밝은 햇살에 눈이 부시다. 쨍그랑. 고개를 돌린다. 길 저편에 대화를 나누던 여인이 쓰러져 있다. 넘어졌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가는데도 반응이 없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가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반쯤 열린 눈동자에는 생기가 없다. 끔찍한 비명소리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밤늦은 시각, 소유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잠들었다 내일 일어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은 아니다. 공포, 순수한 공포,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일에 대한 공포. 사녀가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 마다 다른 사람이 한명씩 한명씩 죽는다. 사녀가 다른 사람의 생명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물론 이치에 맞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사녀가 저토록 건강하다는 것은 이치에 맞는 말인가? 이것이 가람님이 내게 주신 것? 이것이 내가 바라던 것? 이것이, 이것이 올바른 일인가? 갑자기 소유의 머릿속에 한 가지 문장이 떠오른다. 사녀는 ‘사람’인가? 소유는 절규한다. 사람 같지 않은 비명을 토해내던 소유는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창가에 숲 저편으로 사라지는 소유를 응시하는 그림자가 있다. 달이 구름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차가운 달빛 아래에 더욱 차가운 미소를 띈 사녀가 몸을 돌린다. 달은 다시 구름 뒤로 몸을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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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

1. 강의 순 우리말.
2. 범의 또 다른 표현.
3. 아름다울 가, 감람나무 람.

그래서 푸른 입술, 황금 눈동자, 초록 머리 입니다. 아하하하 [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