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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영혼의 눈물 - [Tear of Soul] -3

2005.05.29 08:57

네모Dori 조회 수:1778

가람의 집은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늦은 시각에 찾아온 소유에게 가람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래서 소유도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는다. 침묵. 침묵. 초록빛 머리가 물결친다. 바깥을 응시하며 가람은 조용히 말한다. 푸른 입술 탓인지 왠지 차가운 어조. 나는 네가 바라는 세상을 주었는데. 이건 아닙니다. 이건 아니에요. 황금빛 범의 눈이 소유를 응시한다. 입가엔 조그마한 미소가 걸린다. 그대의 목숨도 사라질까 두려운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유는 가람의 말이 들리는 듯하다. 차라리 저에게도 죽음을 주십시오 라고 하지 않았던가? 소유는 입술을 깨문다. 다시 돌려주십시오. 가람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걸려있다. 따라오라. 예전의 그 방이다. 그러나 두 번째라서 인지 신비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엔 가장 아래의 병을 꺼낸다. 한 가득 담겨 있는 병. 이번엔 초록색인데 붉은 빛이 흘러나온다. 바란다면, 해가 떠오를 때 이것을 마셔라. 타악. 소유는 방 안에 홀로 남겨진 채 병을 바라본다. 신비롭다.


뎅그렁 뎅그렁. 괘종시계가 방을 가득 채운 침묵을 깨웠다. 소유가 깜박 잠에서 깨어났다. 화들짝 창밖을 바라보고는 아직 어두운 것을 확인하고 소유는 한숨을 쉬었다. 손에 들린 병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다.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빛은 왠지 불길하다. 소유는 병을 꽉 움켜잡고는 천천히 기다렸다. 하루가 새롭게 시작하는 직전 그 어둠이 점점 짙어갔다. 빛이 떠오르기 직전, 소유는 병을 꽈악 움켜지고 그대로 삼켰다. 그 순간, 해가 떠올랐다. 세상을 일깨우는 그 빛이 퍼져나간다. 한 줄기가 소유의 소매에 닿았다. 기묘한 흙 얼룩이다. 어라, 언제 저런 것이 묻었지? 어디서 봤는데? 아아, 어제. 어제? 소유는 다시 한 번 소매를 바라본다. 악마의 비웃음 속에서, 소유는 쓰러졌다. 털썩.



문이 슬며시 열린다. 소리 없이 가람이 들어온다. 왠지 얼굴엔 초조함이 가득하다. 조그마한 바늘로 소유의 손을 찌르자 피가 한 방울씩 떨어진다. 수정 병에 모이는 피를 바라보며 가람은 입술을 깨문다. 뚝. 뚝. 한 방울, 한 방울 병을 채워나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녹색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제야 안심한 듯 가람은 미소를 띤다. 병이 가득 차자 가람은 침착하게 병을 닫고는 약장에 올려둔다. 가람이 방을 나간다. 방안에 쓰러진 소유에게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타악. 침묵이 지배한 방을 떠오르기 시작한 햇살이 잠식해간다. 벽을 가득 차지한 약장에도 햇살이 닿는다. 아래쪽부터 밝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제일 꼭대기.

영혼의 눈물 또는 망우수의 열매 [Tear of Soul or Ear of Lo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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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us [lóuts] n.
1 【그리스신화】 로터스, 로터스의 열매 ((그 열매를 먹으면 이 세상의 괴로움을 잊고 즐거운 꿈을 꾼다고 생각되었던 상상의 식물))
2 【식물】 연
3 【건축】 연꽃무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