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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 밤하늘은 어두운가요? -

2005.06.19 10:35

네모Dori 조회 수:1794

- 밤하늘은 어두운가요? -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지금, 몇 시인가요? 막 이슬이 마르려 하거나, 햇님이 아직 쨍쨍하거나, 아니면 고운 노을이 지고 있다면 잠시 덮어주세요. 그리고 어둔 하늘에 깜박깜박 별님이 하나 둘 떠오를 때 쯤, 아니면 어둔 대지를 달님이 비출 때 쯤, 그때 읽어주세요. 걱정 마세요. 다 읽고 잠들 수 있을 만큼 짧거든요. 부탁의 글이 너무 긴 것 같네요. 자, 그럼, 시작할게요.




밤하늘은 어두운가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인 당신, 이런. 지금 밖으로 나가보시겠어요? 아니면 창가까지만 이라도 좋아요. 그리고 고개를 들어보세요. 환한 달님과 무수히 많은 별들이 보이지 않으세요? 이 이야긴 그 수많은 별 중에서도 가장 작고 가장 희미하게 빛나던 ‘작은별’의 이야기입니다.


달은 이상한 소문을 들었어요. 글쎄 ‘작은별’이 아프다는 거예요. 별이 병에 걸리다니! 다른 별님들은 모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웃었지만 달은 웃지 않았어요. 왜, 무엇 때문에 병에 걸렸을지 달은 보지도 않고도 이미 알 수 있었거든요. 사실 별을 병에 걸리게 할 것이 그것 외에 무엇이 있을까요. 사랑. 가장 신비롭고도 가장 아픈 사랑. 사랑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그리고 그런 것에 대해서는 달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답니다. 달은 급히 ‘작은별‘에게로 달려갔어요.


아아, 역시 달은 틀리지 않았어요. 사실 틀리길 얼마나 바랐던 지요. 사랑은, 아름다운만큼, 아픈 만큼 고칠 수도 없다는 걸, 달은, 달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거든요. 창백해진 얼굴, 차마 흐르지 못한 채 고여 있는 눈물. 달은 ‘작은별’의 곁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저 가만히 기다렸어요. 새벽하늘에 떠오른 별이 떠오르는 햇님을 피해 다시 숨을 때까지, 달은 그저 기다렸어요. 그러자 ‘작은별’이 말했답니다. ‘꼬마아가씨’를 사랑한다고. 붉은 머리의, 곱슬머리가 예쁜 ‘꼬마아가씨’를 사랑한다고. ‘꼬마아가씨’의 붉고 조그만 입술을 사랑한다고. 그리고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를 사랑한다고 말이에요. 그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달은 말하지 않은 다른 것도 들을 수 있었어요. 내가 그녀를 바라는 것처럼, 그녀도 나를 단 한번만이라도 바라보아 준다면. 달은 아무런 말도 않고는 ‘작은별’을 떠났어요.


밤은 어두운가요? 하지만 달에게는 무척 밝답니다. 달은 그렇게 온 세상을 내려다보았어요. ‘꼬마아가씨’를 찾아보기 위해서 말이에요. 그리고 고운 단풍나무가 서 있는 자그마한 창가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꼬마아가씨’를 발견했답니다. 달은 창가를 비추었지요. 붉은 곱슬머리에 붉은 입술. 새하얀 얼굴. 그리고 밤하늘처럼 새까만데도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눈동자. ‘꼬마아가씨’는 ‘작은별’만큼이나 정말 예뻤어요. 그래서 달은 더 이상 ‘작은별’의 바람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지요. 달의 눈가에도 어느새 투명한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 눈물로 달은 ‘작은별’의 바람을 이루어 주었어요. 그 눈물 속에 담긴 사랑의 신비로움으로 말이죠.


‘작은별’은 그렇게 ‘작은꽃’이 되었답니다. 정말 작고 가녀린 꽃으로요. 하지만 예쁜 그런 꽃이었어요. 하늘에서 빛나는 별처럼 하얗게 빛나는 네 장의 꽃잎을 가진 그런 예쁜 꽃 말이에요. ‘작은꽃’은 ‘꼬마아가씨’의 창가에서 그 네 장의 꽃잎을 곱게 펴고는 ‘꼬마아가씨’를 기다렸어요. 하지만 밤은 그녀에겐 너무도 어두웠을까요? ‘꼬마아가씨’는 한번도 ‘작은꽃’을 바라보아주지 않았답니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갔어요. 날씨는 점점 쌀쌀해져 가고 다른 꽃들은 모두 따스한 땅 속으로 숨어 다시 올 봄을 기다렸지요. 하지만 ‘작은꽃’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그녀만 기다리며 예쁜 꽃잎을 활짝 펼치고 있었어요.


낙엽이 한 장 두 장 떨어질 무렵, ‘꼬마아가씨’는 창가로 나왔습니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밝게 비추고 자신의 머리칼처럼 발간 단풍나무는 곱게 흔들렸어요. ‘꼬마아가씨’는 정원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때, 처음 보는 한 꽃이 ‘꼬마아가씨’의 눈을 사로잡았어요. 달빛을 받아 희게 빛나는 조그마한, 정말 조그마한 꽃이었지만 그 흰 빛은 정말 어두운 정원에서 홀로 빛나는 별빛 같았지요. ‘꼬마아가씨’는 홀린 듯 그 꽃만을 바라보았지요.

“아, 예뻐라.”

‘꼬마아가씨’는 그 꽃을 더 가까이 보려 나가려고 했지만 마침 그때 차가운 바람이 불었어요. 쌀쌀한 바람은 아가씨의 마음을 바뀌게 했죠. 그렇게 ‘꼬마아가씨’는 창문을 닫고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고, 조그마한 꽃잎은 이제 힘을 잃어버린 채 한 장 한 장 떨어졌어요. 사실 그때까지 피어 있었다는 것이 더 놀라운 것일까요? 그렇게 꽃잎은 떨어져버리고, 줄기는 구부러진 채 시들어 버렸습니다.


아무도 바라보아주지 않는 꽃잎위로 환한 달빛이 비추었어요. 다른 무엇보다도 더 많은 달빛이 비추었죠. 그렇게 ‘작은꽃’은 별보다 더 밝게 빛났습니다.


밤하늘은 어두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