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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더짧은글] 일출

2007.01.14 20:23

네모Dori 조회 수:63796



하늘 호수로의 여정은 이것이 여덟 번째이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던 8년 전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바로 옆에 서 있는 사람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짙은 안개와 구름이 자욱했지만 그럼에도 그 일출의 감동은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꼬박꼬박 하늘 호수를 찾도록 만듦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곱 번의 일출은 제각기 모두 달랐지만 그래도 공통점을 찾자면 말 그대로 맑은 일출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점일까. 떠오르는 해를 완전히 숨긴 적도 있었고 떠오르나 했더니 감춰버린 적도 있었다. 반만 보여준 경우도 있었고 다 떠오르고 나서야 구름이 맑게 갠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어느 하나 감동이 부족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올해 여덟 번째의 여정은 또다시 새로운 감동을 맞이하게 해주리란 기대감으로 차있다. 하늘 호수를 품고 있는 수백산은 돌산이다. 기기묘묘한 바위며 봉우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으로 펼쳐져 있다. 하나하나 헤아리면 일만 여개에 이른다는 봉우리들 중 가장 높고 아름다운 열두 봉우리가 하늘 호수를 그 가운데 소중하게 품고 있다. 주변 여섯 강의 수원으로 알려진 하늘 호수는 그 깊이가 수천 자에 달한다고 하는데 보는 사람마다 경외감을 억누를 수 없다. 하늘 호수의 물은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지만 깊이가 워낙 깊어 짙은 청색을 넘어 검은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어둡기에 천경이란 별칭답게 맑은 하늘과 아름다운 열두 봉우리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삼생의 공덕이 있어야 볼 수 있다는 하늘 호수의 일출은 떠오르는 햇빛을 아무런 방해 없이 호수가 그대로 담아내 마치 하늘에 하나, 호수에 하나, 두개의 태양이 떠오르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고 한다. 오늘 새벽은 날씨가 맑아 나의 기대를 한껏 부풀어 오르게 한다. 아직은 어둡기 만한 새벽하늘은 구름한점 없고 안개도 전혀 피어오르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에 속아온 경험이 벌써 두어 번 있지만 그럼에도 이번에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나를 가득 채우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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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갈무리 하고 수첩을 주머니에 넣는다. 어느새 주위가 한결 밝은데 동편 하늘만이 어둡다. 주위 사람 모두가 한마디의 말도 없이 동편을 보고 섰다. 거친 숨소리조차 용납되지 않을 분위기다. 해가 떠오른다 싶더니 빠르게 안개가 피어오른다. 삽시간에 시계가 뿌옇게 변한다. 반대편 봉우리가 음영으로만 다가온다. 해가 뜬다. 붉은 점인가 했더니 선으로, 빛으로 다가온다. 해가 뜬다. 하늘 호수를 가득 메운 안개를 짙은 선홍빛으로 흠뻑 물들인다. 아주 천천히 정지된 시간 속에서 안개 너머 해가 조금씩 커진다. 그리고 조금씩 붉은 기가 사그라지고 안온한 노란색으로 바뀌어간다. 모든 것이 멈춘 가운데 빛만이 홀로 변한다. 해는 떴다. 이미 저 높은 하늘에 올랐다. 안개는 옅어지고 있지만 쉽사리 속내를 드러내 보일 생각은 없는 듯 하다. 수첩을 펴고 펜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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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삼생의 공덕을 쌓지 못했는지 이번에도 티 없이 맑은 일출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여덟 번 만에 처음으로 이전과 같은 일출을 보았다. 하늘 호수는 나에게 8년 전과 꼭 같은 모습과 한결같은 감동과 그때의 다짐을 내게 다시 떠올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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