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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나들이

2004.07.23 02:13

네모Dori 조회 수:1688





"씨어, 숲으로 가지 않을래?"

아침이다. 새들은 다시 떠오른 태양을 노래로 축복하고, 바람은 아직 잠든 풀잎을 깨운다. 나무는 상쾌한 공기를 뿜어내는 아침. 그리고 나를 깨우는건 카스텔.. 파림씨께선 벌써 도시로 떠나셨나?

"응, 아버진 막 마차에 짐을 가득 싣고 도시로...빨리빨리 준비해, 어서 가자니깐?"

준비라곤 해도, 뒷마당에 있는 물통에 머리 한번 집어 넣었다 꺼내면 끝이지 뭐. 카스텔은 오늘 무슨옷을 입었지? 으흠.. 챙 넓은 흰 모자에 분홍색 원피스. 그리고 샌달이라.. 뭐, 간편하게 입고 나가면 되겠구만. 아, 이번엔 어디로 가는거지?

"숲으로 갈꺼야. 히디안 숲. 유모가 히디안 숲 안에 있는 멋진곳을 알려줬다고, 궁금하지?"

숲.....뭐,, 나쁘진 않겠지. 멋진곳이라..이번엔 제발 동굴은 아니어라. 박쥐똥은 이제 질렸다고.




히디안 숲은 상쾌했다. 5월의 봄날씨에,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고. 하지만 역시 위험은 곳곳에 존재했다. 적어도 카스텔에겐 말이지

"까아!"
"살려줘!"
"으에엑"

으에엑? 붉은 두 눈동자에 거대한 앞니로 무장한 펄떡펄떡 뛰는 흰 괴수를 보고 내지른 평론치곤 꽤나 괴의한걸? 사방으로 갈라진 뿔을 소유한 각수, 그리고 팔 다리를 쫙 벌린채 무시무시한 망토를 펴고 공중을 누비는 미확인 비행물체, 역시 위험은 존재하지 않아? 그것들이 토끼, 사슴, 날다람쥐라 해도말야. 아아..근데 어디로 가고 있는거야? 혹 길이라도 잊어버린걸까? 카스텔을 믿을수가 있어야 말이지.

"응? 아. 조금만 기다려 봐봐. 거의 다왔어, 아! 여기야 여기!"

도데체 뭐길래 그래?



나뭇꾼들이 다니는 오솔길을 따라 한참 오다가 삼나무들이 가로 막는 지점에서 이상한 방향으로 꺽어 도착한 이곳은, 글쎄..뭐라고 불러야 하나? 지금까지는 삼나무, 참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사과나무, 감나무, 밤나무..그러니까 내가 이름아는 모든 나무들이 어우러진 평범한 숲이었는데 이곳은..으흠 공터라고 부를까? 나무들은 저 멀리 빙 둘러 자라있고 이곳엔 꽃과 풀들과 향기와 햇살과, 그리고 바람이 있다. 우와, 멋진데?

"그지? 그지? 에헤헤"

깡총 깡총, 털썩

"에헤헤"

향긋한 꽃밭에 누워버린 카스텔은 조그만 몸이 뭍힌것만 같은데? 으흠. 나도 한번 누워볼까나? 아아..상쾌해, 바람에 꽃향기가 실려 오는게 저 머리 안쪽부터 몽롱해 지는 기분이잖아.



카스텔은 파림씨의 조숙하고 얌전한 외동딸이다. 적어도 파림씨가 집에 있는 동안엔 말이다. 파림씨가 도시로 작물을 팔거나, 생필품을 구입하러 도시로 나가시면 그 순간부터 옆집사는 나를 잡아다가 산이야 들이야 가리지 않고 놀러다니는 개구쟁이지만, 저번 나들이는 크티엔 화산의 동굴이었다고! 어쨌든 평상시엔 뒷뜰 흔들의자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지만. 무슨 책을 읽냐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던데? 저번엔 '드워프의 동굴', '가정용 채소 기르기' 그리고 요즘은 '숲속에 누워 즐기는 명상법'이던가? 어라? 잠깐만, '숲속에 누워 즐기는 명상법'??

"꺄~아~~. 상쾌해. 역시 숲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것 같지 않아? 씨어야, 너도 누워서 심호흡을 한번 해봐, 머리 끝까지 개운해 진다니까?"

그래그래..그렇겠지, 오죽하시겠어요. 아아...정말 바람이 노래를 부르는것만 같군. 카스텔, 카스텔. 이만 돌아가야 된다고. 숲에서 날이저물면 안되잖아요? 에헤, 오랜만에 개운한 나들인데?

"에헤헤"



아침이다. 아침이다. 새들은 다시 떠오른 태양을 노래로 축복하고, 바람은 아직 잠든 풀잎을 깨운다. 나무는 상쾌한 공기를 뿜어내는 아침. 아침이다. 파림씨는 돌아오셨겠지. 카스텔한테나 가볼까나?

"씨어, 잘잤어?"

역시 파림씨만 오시면 정원에 앉아 얌전한 딸 흉내냐? 배시시 웃기는, 아, 근데 무슨책을 읽으시나?

"지금은 이거 읽어."
-드래곤의 보물과 트레져 헌터-
"재밋겠지? 에헤헤."

어, 어이.. 설마, 이봐. 다음엔 어딜 가겠단 거야? 응? 크티엔 화산쪽은 보지마! 보지말라고!! 웃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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