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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정원

2004.07.23 02:14

네모Dori 조회 수:1719







나의 집 뒤엔 정원이 있다.

그리로 가는 문은 항상 열려있었지만, 난 한번도 그곳에 가보지 않았다.



거대한 나무들 뒤에 숨어있는 정원은 어떻게도 볼 수 없었다.

2층 내방 창에서도, 3층 다락창문 밖으로 보아도 보이는건 나무들, 나무들

그리고 흰색, 장미무늬로 장식된 조그마한 문이었다.

그곳은 아버지의 정원이었다. 어머니의 정원이었다. 오빠의 정원이었다.

아버지는 그곳에 거대한 용이 산다고 했다. 어린 소녀가 들어가면 용이 한입에

삼켜버린다고 했다. 아마 잘못을 저지르고 나면 그런 이야기들을 들은것 같다.

한번만 더 이런 일을 저지른다면 정원안에 데려간다고.

어머니는 그곳에 거대한 늪이 있다고 했다. 바닥도 알 수 없는 거대한 늪.

겨우 빠져나오게 된다해도 진흙이 예쁜 내 옷이 더러워 질꺼라면서.

천둥이 울고 벼락이 깔깔대는 밤이면 끝이 없는 늪에 빠져 잠겨가는 꿈을꾸다

깨어나 옆방에 오빠에게 달려가곤 했다. 오빠는 그 곳엔 모든것이 있다고 했다.

잠을 깨어 달려가 울고 있으면, 정원안에는 예쁜 꽃과

나무와 새들과 연못과 물고기가 노닌다고 했다. 오빠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꽃과 나무와 새들과 연못, 물고기를 생각하며 잠들곤 했다.

하지만 다음날 깨어 정원으로 가지 못했다. 그곳엔 용이 있고, 늪이있고...그곳은

들어가서는 안되는 곳이었다. 오빠는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야 왔다.

밤에 잠이깨어 찾아가면 항상 책을 읽고 있어 나를 달래 주었지만, 낮에 정원에

가고플때는 내 옆에 있어주지 않았다. 정원은 언제나 미지의 공간이고

금단의 구역이었다, 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곳을 들어가는건

사과를 먹어 쫓겨났다는 아담과 이브를 생각나게 할 뿐이었다.

정원에 들어가게 되면

아침 안개를 뚫고 비추어 감싸는 햇빛과 지저귀는 새들과 나의 페로와,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오빠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것 같았다.

키 큰 나무들이 감싸서 보이지 않는 정원.

조그마한 흰색 장미 무늬의 문은 항상 열려 있었지만, 그곳은 닫힌 곳이었다.

내가 11살이 되었을때, 나는 도시로 가게 되었다.

수많은 건물, 사람들, 그곳엔 아침 안개도, 새의 지저귐도, 나의 페로도 없었다.

밤중에 잠에 깨어 주위를 둘러봐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잠을 재워주던 오빠도 없었다.

그곳엔 숨막히는 사람들과...사람들과 사람들만이 있었다.

학교에는 정원대신 국어, 수학, 과학, 지리, 세계사, 라틴어가 있었고,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장식을 하는지, 그래서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지

고민하고 비교하는 동급생들 뿐이었다.

그곳에서의 6년 후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더이상 용도, 늪도 나의 발걸음을 잡아두지 못했다.

그렇게나 키가 크던 나무들은 이제 전나무 일 뿐이다.

장미무늬의 자그마한 흰색 문은 철로 만들어지고 흰색 페인트가 발린 문이 되었다.

아침 안개는 집 옆의 연못에서 기온차에 의해 발생되는 자연현상일 뿐이고,

눈부신 햇살은 지구가 또 한번의 자전을 끝내고 다시 태양을 마주보는 증거였다.

새들은 종족 번식을 위해 짝을 찾아 자신이 여기 있음을 알리려 쉬지않고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엔 흰 페인트가 칠해진 문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에게서

잠시의 머뭇거림도 주저함도 없었다.

문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1년생 민들레와, 다년생 장미가 주변을 장식하고,

팬지와, 바이올렛과, 그리고 아직 피지 않은 봉우리들,

가운데의 나무는 목련과 벗나무 이리라.

하지만 용도, 늪도 없었다. 아니, 역시나 없었다.

이미 확인도 아니었지 않은가.

어린이가 들어가면 꽃을 밟고 흙을 묻힐까 두려워 한 말이었겠지.


하지만 이 기분은 무얼까

나에게서. 무엇인가

어린시절

11년동안쌓여온 무언가가 끊어졌다.

17년동안 간직되온 무언가가 사라졌다.

아침 안개는 집 옆의 연못에서 기온차에 의해 발생되는 자연현상일 뿐이고,

눈부신 햇살은 지구가 또 한번의 자전을 끝내고 다시 태양을 마주보는 증거였다.

새들은 종족 번식을 위해 짝을 찾아 자신이 여기 있음을 알리려 쉬지않고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정원을 나왔다.



나의 마음속엔 정원이 있다.

그리로 가는 문은 항상 열려있었지만, 난 한번도 그곳에 가보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갈수 없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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