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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한달에 한번씩 달님이 사라지는 이유>

-씨어가 카스텔에게, 13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옛날 옛날, 까마득히 멀고 먼 옛날에 말입니다. 하늘에는 햇님이 두 분 계셨어요. 반나절씩 번갈아가며 햇님들이 땅을 비춰서 말이죠, 아무리 푸른 풀과 나무도 말라버리고, 땅은 붉게 타올라 갈라지며 비명을 내 질렀지요. 그때는 동물들도 사람들도, 햇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드라칸 산의 저 가장 깊고 어두운 동굴 속엔, 연오와 세오, 두 남매가 살고 있었지요. 세오는 바깥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몸이 약해서 뜨거운 햇빛을 견딜 수 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연오는 세오를 위해 하나의 햇님을 떨어뜨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약한 세오도 동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세상이 오도록 말이죠. 연오는 햇살을 가릴 수 있는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두꺼운 신발을 신고, 목마름을 해결해줄 물주머니와 햇님을 떨어뜨릴 길고 날카로운 창을 든 채 길을 나섰어요. 먼 길을 떠나는 연오를 위해 세오는 붉은 보석으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며 행운을 빌어주었어요.
햇님이 사는 저택은 아주 멀리, 아주 멀리 있었어요. 하지만 연오는 걷고 또 걷고, 열흘 밤낮으로 걸어서 햇님의 무지갯빛 저택에 도착했답니다. 하늘의 한쪽 끝을 받치고 선 햇님의 무지갯빛 저택은, 그러나 무지갯빛이 아니었어요. 햇님의 뜨거운 숨결과 불타오르는 손짓에 저택마저도 검게 그을려 버렸거든요. 연오는 살금살금 저택의 문 앞으로 다가가서 숨었어요. 기회는 오직 한번 뿐이지요. 두 번째 햇님이 하늘로 날아오르기 전, 문이 열리고 나오는 그 찰나와도 같은 순간에 창을 던져야 했어요. 그리고 그 순간이 다가왔지요. 연오는 망설이지 않았어요. 용감하게 달려 나가 힘차게 창을 던졌어요. 거대한 붉은 눈동자를 향해 한줄기 빛살처럼 날아간 창은 햇님의 가슴에 꽃쳤습니다. 아, 하지만 연오는 그만 떨어지는 햇님을 피하지 못했답니다. 떨어진 햇님의 밑에서 타들어 가며 연오는 세오를 그리며 눈물을 흘렸어요. 그 눈물이 목걸이의 보석에 스며들었고 그 붉은 보석은 햇님의 뜨거운 열기에도 부서시지 않았지요. 그리고 그 곳에서, 꽃이 피어났어요. 빛을 받으면 붉게 되비쳐 하늘마저도 붉게 물들이는 꽃이 피어났어요. 그 아름다운 꽃의 이름은 르오느랍니다.
어찌되었든, 한분의 햇님이 떨어진 덕에 세상은 지금처럼 낮과 밤이 생겼어요. 세오는 기쁜 마음으로 연오를 기다렸지만 연오는 오지 않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도, 세오는 동굴 입구에 앉아 연오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서쪽하늘에서 붉은 빛이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세오는 그 빛이 연오에게 준 보석에서 나는 빛이라고 생각했지만, 몸이 약해서 길을 떠날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다만, 울고 또 울뿐이었죠. 세오의 눈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고, 구름이 되어서 하늘님 곁으로 가게 되었어요. 하늘님은 세오를 보고 딱한 마음이 들어서 세오를 푸른 달님으로 만들어 주었어요. 세오에게 맡겨진 임무는 어두운 밤하늘 한 가운데 떠서 세상을 바라보며 비추는 것이었어요. 햇님이 사라져 어두워진 밤에도 동물들이 밖을 나 다닐 수 있도록 말이죠. 세오는 세상을 밝히면서도 틈틈이 연오를 찾았어요. 그리고 한달의 마지막 날에 햇님의 무지갯빛 저택에서 연오에게 걸어줬던 목걸이와, 예쁘게 피어있는 르오느를 발견했답니다. 세오는 연오의 죽음을 깨닫고 울고 또 울었어요. 하지만 이젠 마냥 울고 있을 수는 없었어요. 세오에겐 하늘님이 맡긴 임무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세오는 한달에 단 하루만 아무도 모르게 살금살금 내려와서 르오느를 바라보고는 다시 하늘로 올라가고 했지요. 르오느를 바라보고 있을 때는 연오에 대한 슬픔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추억만 생각할 수 있었답니다.
한달에 한번 , 달님이 사라지는 그날, 저 서쪽 끝 햇님의 무지갯빛 저택에 가면, 르오느를 바라보고 있는 세오를 만날 수 있을거에요. 세오에게서 나오는 은은한 푸른빛이 르오느들을 비추면, 르오느는 붉은 빛으로 세오를 감싸지요. 그 아름다운 빛의 한 가운데서, 행복한 미소를 띤 세오는 르오느를 바라보고 있어요. 차마 꺾지도 못한 채 바라만 보고 있어요. 새벽이 다가와 저택의 문이 열리면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하늘로 올라가면서도, 세오는 르오느를 바라본답니다. 르오느가 보이지 않게 되는 그 순간까지요.
이제 여러분도 한달에 한번씩 달님이 사라지는 이유를 알겠지요?



“씨어야. 뭐해? 아직도 안 일어나고, 잠꾸러기! 놀러가자, 놀러가”
“으,응? 아하암. 놀러가자고? 이번엔 어디로 가는데?”
“르오느를 꺾으러 갈 거야. 에헤헤”
“르..르오느라.... 그거 있긴 있는 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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