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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단편 - 디케이어의 전설

2004.08.19 01:06

조회 수:1739

"큿큿…."
"…넌 뭐냐?"

둘은 한동안 싸웠는지, 서로 군데군데 상처가 나 있었다. 한 쪽은 성인 남자였다. 남자는 옷이 조금 찢겼을 뿐이었다. 샤킨이라 불러진 칼을 든 남자와 맞선 자는, 거친 숨을 뱉어내면서도 음침한 웃음을 잃지 않는 한 소년. 그 소년의 한쪽 팔은 반 이상이 썩어있었다. 아니, 살아있는 자가 썩을 리 없으니, 썩어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해야 맞는 말이 될지도 모른다. 소년은 남자와는 대비되는 상태로, 피투성이였다. 남자는 황당하다는 듯 말을 잇는다.

"그 칼, 대체 어떤 칼이기에 샤킨이…?"

음침한 웃음을 계속 흘리던 소년은, 갑자기 충혈된 눈을 부릅뜨며 남자에게 외친다.

"타인의 생명을 먹어치우는 더러운 칼! 네놈이 용사란 말이더냐!?"

남자는 순간 당황하였는지 침묵을 지킨다.

"……."

소년은 이제 피까지 조금씩 토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전혀 쓰러지지 않고, 위풍당당하게 남자를 향해 외쳐대었다.

"이 칼? 용자를 베는 검. 디케이어(Decayer)!"
"용자를 벤다? 악검이로군."

남자는 조용히 대답했다. 소년은 상관하지 않기로 한 것인지, 계속 충혈된 눈을 부릅뜬 채로, 피를 조금씩 토해가며 외쳤다.

"네놈이 죽인 모든 사람들의 넋이 모였다! 용자 따위, 남의 희생 위에 올라서는 용자 따위! 모든 사람이 너에게 죽었다! 네놈의 그 잘난 칼에 죽었다! 타인의 희생으로 얻는 안전이 무슨 안전이냐! 무슨 영광이냐!"

절규하듯 외치는 소년은 이미 소년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피에 절은 악마였다. 소년은 더욱 절규했다. 모든 마이너스적인 감정을 담았는지, 소년의 외침은 한없이 공포스러우면서도 애절했다.

"이 칼이 탐이 나느냐!? 썩은 시체로 단련되었다! 망자들의 넋으로 제련되었다! 내 팔을 봐라! 크하하하! 네놈을 없애기 위해 내 몸을 바쳤다! 혼을 바쳤다! 대의라는 빛좋은 개살구 앞에서 죽어간 우리들의 한을 받아라!"
"오해를 하고 있군. 어차피 그들은 언데드에 죽을 목숨이었다. 차라리 희생하여 다른 사람들이 안전해지는게 옳지 않은가? 네놈이 주장하는 정의는 결국 이기심이 아니냐?"

소년은 부릅뜬 눈을 한층 더 부릅떴다. 피를 한웅큼 더 토해냈다. 그러면서도 말 -외침- 을 이었다.

"복수다! 네놈과 그 칼을 없애버린다! 그것이 죽어간 동포들의, 이 칼의, 나의 의지다! "
"마침 단련된 신검(神劍)을 시험해볼 기회로군. 좋다, 덤벼라!"

주인들의 전의(戰意)를 기다렸다는 듯, 두 칼은 빠르게 부딪혀갔다.






채애앵-

엄청난 부딪힘.

한 녹슬어버린 칼과 예전의 빛을 잃은 듯한 시꺼먼 칼의 부딪힘이다. 둘의 부딪힘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던 새들이 땅으로 떨어진다. 남자는 놀랍다는듯 말했다.

"단련될 대로 단련되어 빛마저도 베어버리는 샤킨과 맞서다니…!"
"큿큿…. 이것이 우리의 한이며, 넋이다! 썩혀주마! 샤킨!"
"이익… 칼의 날이 무뎌진다? 애초부터 샤킨이 목표였나?"

샤킨의 날은 끝부분부터 조금씩 갈색으로 변색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베는데는 충분했다. 아니, 너무 과했다고 해야겠지.  아직 검은 빛을 잃지 않는 샤킨. 그리고, 이젠 아예 오른 팔 전체가 썩어들어가는 소년. 남자는 여유를 되찾은 듯,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하지만, 넌 이제 더 이상 싸우기 힘들겠지."

소년이 쥐고 있던 칼에는 소년의 피로 추정되는 붉은 액체가 칼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남자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지만, 후드를 벗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디케이어에 베인 옷은 썩어갔고, 결국 옷은 써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버렸던 것이다. 소년은 충혈된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이 몸 전체가 썩어버리더라도, 네놈과 그 칼만큼은 없애버리겠다!"
"…구제불능이군."

남자는 다시 칼을 찔러 들어갔다. 소년은 그저 막을 뿐이었다. 남자는 꺠달았다. 상대는 초보자라는 것을. 아무리 악귀같아도 결국은 어린 아이. 실력으로선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깨달았기 떄문일까? 소년의 모든 공격이 그의 눈에 훤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현란한 기술로 소년을 찔러갔다.









소년은 버티는 듯 하더니, 결국은 쓰러지고 말았다. 몸이 버티질 못한 것이다. 피투성이 몸으로 디케이어를 들고 그정도까지 버틴 게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사용자의 생명을 빨아먹는 디케이어. 그것은 검사(劍士)에게 있어 자살을 위한 칼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이제 끝이군. 유언은?"

남자는 쓰러진 소년의 목에 칼을 갖다 대며 상기된 표정으로 -그러나 목소리는 여유로웠다- 물었다.

"아직… 끝은 아니지!"
"무…무엇이?!"

충혈된 눈을 부릅 뜬 아이는 썩어버린 오른손을 들어 샤킨을 움켜쥐었다. 남자는 아이의 행동이 바보짓이라도 되는 것처럼 비웃었다.

"바보같은… 손이 잘려버릴 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충혈된 눈을 더욱 부릅떴다. 소년의 온 몸에서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소년은 피를 토하며 천천히 말했다.

"큿큿큿…. 디케이어에 의해 썩은 손은… 커헉!… 디케이어의 힘을… 크큭!… 받는다. 자, 사라져라! 샤킨!"

남자는 황급히 칼을 소년의 손에서 빼내려고 힘을 짜냈다. 하지만… 소년이 샤킨을 향해 재빨리 내리누른 디케이어에 의해 샤킨은 검신의 중앙부분이 관통당해 땅에 박혀버렸다. 샤킨을 뽑아내려면 디케이어를 잡아야 했고, 그렇다면 남자 역시 소년처럼 썩어버릴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해하는 남자의 얼굴 앞에 소년의 피로 물든 얼굴이 다가왔다.

"이로써… 크큭!… 끝이다. 죽어라! 더러운 자식아아아앗!… 쿨럭!…"
"크… 크윽!"

소년은 남자의 목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남자는 괴로이 울부짖었다. 소년의 썩어버린 손에 쥐여진 남자의 목 부분은 소년의 손과 같이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크…크아아악!"

남자의 울부짖음에 더 힘을 얻었는지, 소년은 자신의 모든 피를 전신으로 뿜어대며 말했다.

"자, 썩어가는 것이다.… 크그극!… 샤킨. 나와 함께… 컥!… 저승에서 만나자."
"이… 이대로 죽을 순… 크아아아악!"

한없을 듯한 비명만이 그 전장을 대신했을 뿐이다.








그 이후로, 그들의 전장은 지금까지 어둠의 지대로 남아있다고 전해진다. 샤킨이 빛을 베어 어둠을 만들고, 디케이어가 땅을 완전히 썩혀버렸다는 것이다. 둘 다 절세의 신검(神劍)이라, 아직까지 서로 결판을 내지 못했다는 전설이다. 그곳은, 각종 희귀 언데드가 출몰한다고 하는 북부 지역이다.

지금은 디케이어와 샤킨에 대한 전설은 이정도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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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으로 휘갈겼습니다만, 어느정도의 고쳐쓰기는 했습니다. 필요없어보이는 앞부분은 과감하게 잘라버렸고, 전투씬도 일부러 중간중간을 잘라버렸습니다. 그래야 '단편'이죠. 누설은 안하렵니다.

※단편이 아니라 연습이 되버렸군요. 코멘트 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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