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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아침햇살이 창문을 통해 방안을 훤히 비춘다. 생명의 근원이라고도 불리우는 햇빛은 빌어먹게도 나를 기분좋은 어두운 안식에서 끄집어낸다. 조금이라도 더 자고싶어 발버둥쳐보나 햇빛을 당해낼 순 없다. 결국 잠자기를 포기 했을지언정 눈을 뜨지는 않았다. 시원한 이불의 감촉과, 내 옆에 있는 부드럽고 말랑하고 따스한 물체의 감촉을 즐기기로 한 것이다. 시원함과 따스함...이 둘의 감촉을 동시에 느낀다는건 뭔가 아이러니 할 수도 있지만 이 기분은 도저히 설명할 수 있는 설질의 성격이 아니다. 이 세상의 언어나, 문자 따위로는 절대로 표헌 할 수 없는 기분...그러한 기분이다. 나는 내 옆의 부드럽고 말랑하고 따스한 물체를 꼬옥 끌어 안고는 이불을 화악 뒤집어 쓴다. 예의 그 설명 불가능한 기분이 온몸을 덮치고, 그 기분에 온몸을 맡긴다. 너무나도 기분 좋아 몸을 마구 꼼지락거린다. 그러다, 내 머리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내 옆의 부드럽고 말랑하고 따스한 물체는 분명 깨어있다(나와 일어나는 시각이 비슷하다.). 그런데 이 부드럽고 말랑하고 따스한 물체가 별 저항이 없는 걸로 보아, 이 부드럽고 말랑하고 따스한 물체역시 기분이 좋다는 것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 을 뜻할 것이다. 부드럽고 말랑하고 따스한 물체의 '두 개의 큰 굴곡'사이에 나의 얼굴을 파묻고 비벼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반응(?)이 없다. 오히려 두 팔을 뻗어 나를 꼬옥 끌어안는다. 부드럽다...따스하다...아아...천국에 갈 필요도 없어...너무 행복해. 이대로 죽어도 좋아... 정말이지 너무나도 행복해 죽어버릴 것만 같다. 이곳이 바로 천국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뭐라도 하고 싶어 미칠 것만 같다. 이쯤 되다 보니 나의 간도 부어버린 것 같다. 나는 과감하게 부드럽고 말랑하고 따스한 물체의 '두 개의 큰 굴곡'중 하나에 손을 얹는다. 그러자 부드럽고 말랑하고 따스한 물체가 크게 움찔하는 것이 직접 느껴진다. 나는 순간적으로 죽을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대로 죽기엔 너무 기분이 좋다. 그래서 억울하다...부드럽고 말랑하고 따스한 물체가 두려워서 일까...나도 모르게 오들오들 몸을 떨고 있다.(부드럽고 말랑하고 따스한 물체는 너무 무섭다.) 그런데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 일이 벌어진다. 부드럽고 말랑하고 따스한 물체의 손이 나의 머리를(뒤통수를)부드럽게 쓰다듬는다. 포근하다. 따스하다...지금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부드럽고 말랑하고 따스한 물체의 부드러운 손길에 몸을 맡기며 천천히 잠에 빠질 뿐이다. 아까 자려고 그렇게 노력해도 불가능했던 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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