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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몽유도원 Part 2.

2004.02.17 20:51

근시아이 조회 수:1240


새벽의 푸른 햇빛 같은 감정을 품고 싶었습니다.






작은 단상 위에 펼쳐진 푸른 카펫. 십자무늬 창문으로 들어오는 밤의 별빛.
두 다리 곧게 펴고 손을 올리면 손끝에 퍼지는 딱딱한 천장의 재질..

이 곳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 숲 속에 있는지. 도심 속에 있는지, 절벽 위에 있는지..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그 어느 곳에 있는지..


그냥 언젠가부터 이 곳에 내가 있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리고 그도 언젠가부터 이곳에 있었다고, 단지 그 시기가 나보다 조금 빨랐을 뿐이라고 나의 말에 그렇게 답합니다.
이 곳에 갇히는 게 아니니까 안심하라는 말을 우스개 소리처럼 덧붙이며 말입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그는 언제나 나의 말동무가 되어주곤 합니다.
그게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아니면 얼마 되지 않았는지 저도 그도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서로가 함께 있다는 것만 기억하고자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발랄하고 행복한 기운이 언제나 잔뜩 입니다.
야망있는 소년인 듯 하다가도 차갑고 냉철한 사람 같다가도.. 하지만,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 합니다.

오늘밤도 나는 그와 함께입니다.

"                      "

뭐라고 그가 말했지만 나는 그것이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 말로 나도 그것에 응답합니다.
들리지 않지만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생각으로 말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니 알 수 있는 거 같습니다.

"          "

지겨운 듯 지겹지 않은 듯, 끊긴 듯 안 끊긴 듯 새로운 대화를 이어가는 그와의 대화는 생각과 기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머리가 나타내는 그대로 전달하고 전달받을 뿐이니까요.
(그리고 느낌인 듯하지만 그의 말은 그렇게 얌전한 거 같지 않습니다.)

..제 목소리의 색과 그의 목소리의 색은 어떤 색일까요..





즐거운 듯 우리는 웃습니다.
그리고 창문 넘어 들어오는 작은 푸른 빛 하나를 봅니다.

새벽이 오는 듯합니다.
곧 날이 밝고 언제나 그랬듯 일상이 시작되며 또 다시 밤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겠지요.

날이 밝는 것은, 이제 혼자가 아닌 혼자가 될 시간입니다.
그렇다고 그런 일상이 따분하다거나 못마땅한 것은 아닙니다.
작은 에피소드와 즐거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조금씩의 여유와 피로, 그리고 즐거움을 알게 해주겠지요.
하지만 그 사람들 중 한사람도 제대로  저와 상대해주고 생각해줄 사람은 없습니다.
서로의 기분과 생각을 느끼며 적당하면서도 진실한 한마디, 한마디를 해주어야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서로의 진심이 감추어지는 때도 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전 낮보다 밤을 더 좋아합니다.
그와의 대화에서 그런 것들은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필요 없는 것들이니까요.

일상이 끝나가고 밤의 적막함을 느끼고 있으면 어김없이 그는 저를 방문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저의 일상이야기를 따분해하지 않고 조용하고 느긋하게 그는 들어줍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저의 기분과 같은 기분을 느끼며 같은 생각을 하며 하나하나 저의 일상을 어루만져 줍니다.
(뭐, 가끔은 칭찬과 야단, 조언도 잊지 않습니다.)





가끔 그와 생각하곤 하던 상상들을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합니다.
전달이 잘 안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와 했던 것들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 즐겁고 행복합니다.
전 그에 관한 것들을 한번도 사람들에게 말한 적은 없습니다. 아니,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들으면 서운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가고난 뒤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를 잊고 생활했으니까요.
따지고 보면, 전 그에 대해서 어느 하나 아는 것이 없으니 말할 수 도 없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나이가 얼마인지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으니까요..
(이제 와서 생각난 건데 왜 전 그것들을 물어보지 않았을까요? 물어보면 알려줄 그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늘 해오던 일상처럼 여기던 그의 방문이 없는 날이면, 어쩐지 서운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심정을 알기에 서운한 기색을 감춥니다.
그의 방문이 없는 날이면 전 백발백중 바쁘고 정신없게 일상을 보내고 난 후일테니까요.

저는 그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저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있습니다.
(이 것에 대해 말을 하며 그에게 스토커라고 말했다가 엄청나게 혼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스토커가 아니라 세심한 배려 끝에 알아낸것이구나라고 생각해달라고 했지만, 도무지 그렇게 생각을 할 수 가 없습니다.)




어쩐 일인지 오늘은 그와의 대화가 또렷합니다.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와, 그를 대할 때의 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딱히 어떤 목소리였다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와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새벽의 푸른빛과 같은 피부(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느끼고 보았습니다)를 가졌습니다.
제가, 또 그가 원하는 감정은 분명 그 피부 같은 투명하고 푸른빛 같은 감정일꺼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하던 중 그가 말합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새벽은 차갑고 활기차고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시간이야. 확 까놓고보면 그렇지 않은데 말이야..
....목욕탕에 있는 탕의 물이 높은 온도 일 때 들어가 봤니? 어중간하게 뜨거운 것보다 오히려 그것이 낫다고 생각해.
난 어쩌면 그 물이 차갑다고 느낄 정도였으니까.. 어중간하게 뜨거운 탕에 잘못 들어갔다가 뜨겁다고 꽥꽥될게 틀림없으니 말이야.
그래서 난 생각했어. 어쩌면 새벽은 아침보다 뜨겁고 정리된 시간이라고..
푸른색에 가려져서 차갑게 여겨지는 것뿐이라고.

내가 너와 헤어질 때의 시간이 언제나 새벽인 건 당연한 거야.
난 정리되고 뜨거운 것을 좋아하니까.. 풋, 이것에 대한건 너와 다르구나
넌 정리되어있지만 시원한 여름 늦바람을 좋아하니까.. 같은 푸른빛인 공통점이 있지만.."


생각합니다.
푸른빛의 피부인 그에게 새벽의 푸른빛은 더없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어쩌면 전 그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느낍니다.
이미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밝아오는 새벽을 바라보던 그는 시선을 저에게 두고 말합니다.


"...밝아오는 새벽을 바라보는 일처럼 신나는 것은 없어. 하지만 새벽이 지나고 난 뒤의 내 기분은 언제나 찹찹하지. 그만큼 새벽의 시간은 짧으니까..
넌 나와의 시간이 짧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일상 중 짧은 시간만 나와 보내는 거니까. 그래서 내가 새벽을 보는 것처럼 너도 나와의 시간이 신나고 즐겁겠지. 내 관점으로 보면, 너에게 있어서 난 새벽이겠지.
하지만 말이야. 나와의 만남은 그런 새벽 같은 것이 아니야."


그는 쓸쓸한 듯 다시 새벽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네 관점에서 보면, 나에게 있어서 넌 일상이야."




저를 사랑할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그는 제가 첫사랑에 실패하고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을꺼라며 자책할 때 말해주었습니다.
혹 제가 의식불명이 되더라도 지금처럼 함께 할 것이라고 그는 제가 어린 날, 처음으로 친구의 죽음으로 저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워 할 때 말해주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모든 것을 자신과 함께 있을 때엔 다 해줄 것이라며 그는 제가 처음 배신과 '왕따'라는 단어를 실감했을 때 말해주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전 일상이라는 말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가 한 위의 세가지 말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그의 존재에 대해 전 궁금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새벽빛과 같은 감정으로 그를 대하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새벽인 그를 일상으로 끌고 오고 싶었습니다.







여전히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그는 일상을 보내기 위해 저를 찾아옵니다.









*****************************************************

파트원은 어디 있냐고 물으시는 분들께..
파트원은 = ㅂ= 비공개입니..(퍽)
허접이 나뒹굴고 있는 파트원은 지금 잠시 작업실에서 요양중입니다.


제가 20년 반을 살아오면서 제일 만족스런 글이 되겠습니다. << 현수준이 나타났다

단편으로 끝내고 싶은 이야기이지만 한두편 더 길어질지도 모르니
주인공과 그에 대한 궁금증은 남게 두고 떠납니다.


by 근시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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