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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연작]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

2006.12.31 00:22

창暢 조회 수:28640



하늘은 며칠째 그대로였다. 해와 달의 운행이 멈춘 것처럼, 아니면 파란 하늘에 뚫린 구멍처럼, 그래. 구멍이 뚫렸다고도 할 수 있겠지. 매스컴은 흔히들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다른 자극성 기사들로 지면을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상서는 온갖 억측과 확률을 계산할 수 조차 없는 희미한 재앙을 저 하늘에 비추어 떠들어대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돌아갔다.

생각해보면, 이 사회라는 물건은 얼마나 잘 만들어져 있는지 부속품을 제 멋대로 부수고, 갈아치우고, 낡았는데도 교체하지 않아도 여간해서는 무너지지 않는다. 굉장하다. 하지만 이걸 발명한 놈은 지옥에 떨어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모습까지 말소해가면서 그 증식을 아직까지도 멈추지 않는다면…정말 매트릭스처럼 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을 위해 영양만 공급하며 끝없이 잠에 드는 세상…그걸 자기 손으로 만들어서 하게 될지도 모르지.

나는 창 밖으로 하늘을 바라다보았다. 여전히 하늘은 오로라가 충만해 있었다. 그 광휘에 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극지방에 생긴다는 오로라가 이 나라에 뜬다는 것은 이 나라가 극지방이 된다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그보다 훨씬 강렬한 재앙이 내린다는 것일까?

아무래도 괜찮아, 그래. 차라리 이 세상을 부숴버려! 이 세상은 썩어빠지고 있다구!

나는 집에서 나와 정처없이 거리를 떠돌았다. 아, 그래.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구나. 하집만 세상 사람들은 이 재앙에 정신이 팔려 크리스마스 같은 축제 따위에는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하긴, 이제 와서 이름을 바꿨을 뿐인 태양신의 축일 따위를 누가 축제로 삼고 싶을까. 그렇게 걷다 보니 구세군 자선 냄비가 눈에 띄었다. 지키는 이도, 안에 돈도 남아있지 않았다. 세상이 멸망하는 마당에도 돈에 욕심을 보여 구세군 냄비를 털다니…사회가 인간을 물들인 것인가? 아니면 공평무사한 사회를 인간이 그냥 왜곡시켜 버린 것인가?

나는 구세군 냄비 옆에 자리를 잡고 털썩 앉았다. 아, 이제 자정이 지나면 크리스마스로군.

나는 차가워진 얼굴을 손으로 매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그 때였다.한 여자아이가 다가와 그야말로 고사리 같은 손을 내게 내밀었다. 꼬깃꼬깃 접혀진 천원짜리가 있었다.

"아저씨 여기요!"

구세군 냄비에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어리니까…돈을 내게 주는 것이겠지.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돈을 구세군 냄비에 담았다. 그리고 나는 일어서서 구세군 냄비를 끌었다. 안에는 양심이 남아 있었는지 종이 들어가 있었다. 아까는 왜 보지 못한거지?

나는 밤 새도록 사람없는 거리에 대고 외쳤다.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
딸랑딸랑

사회가 인간을 파괴하는 것일 수도, 사람이 사회를 파괴할 수도 있다. 도덕책과는 달리 사람은 전혀 사회적인 동물이 아니라서 서로 만나면 부수게 되는 운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건 별로 상관 없다. 가진 돈 모두 털어넣고 내 옆에서 국솥을 끓게 하자는 이 사람들은, 법 없이도 살 이 사람들에게는 별 상관이 없다.

어느새 거리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하늘에는 여전히 오로라가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혹시, 이 오로라가 하늘에서 크리스마스에 내린 축복같은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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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던 내용이 진행이 안되서 급선회했는데…그 티가 나는군요. 10분만에 써서 띄워쓰기가 개판인건 봐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