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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눈이 오지 않는 마을.

2006.12.08 05:33

네모Dori 조회 수:1802

눈이 오지 않는 마을.



소년의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열은 가실 줄 몰랐다. 남국의 소년은 북국에서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창밖으론 흰 눈이 그칠 줄 모르고 끝없이 내렸다. 눈이 내리고 있는 것인지 온통 하늘이 하얀 것인지 조차 알 수 없다. 흰색이 아닌 어떤 색도 존재하지 않는 풍경. 세상은 끝없이 단조롭다. 벽난로의 장작이 따닥따닥 타는 소리가 소년의 기침과 함께 굳어버린 시간의 바퀴를 굴리고 있었다. 방문이 열리고 소녀가 들어왔다. 재빨리 문을 닫았지만 그 새 들이친 눈에 바닥이 온통 새하얘졌다. 소녀는 바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옷에 가득 쌓인 눈을 그 자리에서 털었다. 눈 때문에 두 배는 무거워졌을 옷을 걸어두고 소녀는 소년에게 다가가 그 옆에 앉았다. 장작 타는 소리와 기침 소리 사이에서 소녀도 정물이 되었다.

남국의 밤은 뜨거웠다. 밤이 찾아와도 바다에선 계속 뜨거운 바람이 불어왔다. 파도의 고요한 철썩임은 좋은 자장가였다.

소녀가 장작을 새로 때는 소리에 소년이 잠에서 깼다. 규칙적이던 숨소리가 흐트러진 것에 소녀가 먼저 반응했다. 소년이 채 눈을 뜨기도 전에 소녀는 소년의 곁에 있었다. 소녀는 정성스레 이마의 땀을 닦아주고 입술을 축여주었다. 흐트러진 이불을 바로 잡고 소년을 마주보았다. 흐트러진 소년의 눈동자가 무언가를 찾아 헤메었다. 떨리는 눈동자는 소녀의 미소를 담았다. 소녀의 뚜렷한 눈동자에 소년의 희미한 미소가 담겼다. 소녀는 눈을 감았다.

소년은 남국의 섬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햇살은 강렬했다. 소년은 열을 식히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남국의 바다는, 차가웠다.

장작은 따닥따닥 타올랐다. 이따금 다 타버린 것들은 무너져 내렸다. 바람 소리가 창문을 울렸다. 벽난로는 점차 사그라졌다. 불기가 사라진 곳에서 한기는 스멀스멀 기어들어왔다. 소녀는 차가워진 소년의 손을 놓았다. 소녀는 문가에 벗어 둔 옷을 집어 들었다. 어느새 옷은 다시 본래의 무게로 돌아가 있었다. 소녀는 문 밖으로 나갔다. 머뭇거리던 문이 조용히 닫혔다. 썰매개의 소리가 바람결 사이로 사라져갔다. 창밖으로 검은 점이 점점 작아졌다.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세상은 온통 하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