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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곰인형의 사랑이야기

2006.10.23 11:46

라딧슈 조회 수:1865

오늘도.....
여지없이 난 좌절감에 빠지겠지.

쇼 윈도우에 있는 다른 인형들은
모두들 예쁘고, 다양한 기능들.
건전지로 움직이기도 하고, 물을 넣으면 눈물도 흘리고,
파란 눈에 금발머리.. 예쁜 옷들로 치장하고.


난.. 곰인형이니깐..
그것도 이 가게가 처음 문을 열었을때부터 있던
아주 구식 인형.
다른 친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자기 주인을 찾는데
난... 늘 그들은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기만 해.

한 아이가 .. 아빠와 함께 가게 문을열고 들어왔군.
해맑은 미소가 아주 예쁜 귀여운 꼬마숙녀.

난 또 다시 다른 친구들이 팔려가는걸
지켜 봐야겠지.

어...

그런데.... 저 아이가 날 보고 웃었어.

난.. 주인 아저씨의 손에 번쩍 들려서
종이봉투에 넣어지고, 그 아이의 웃음 소리는 계속 들려왔어.
.
.
.
그 아이는 나에게 "아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매일 나에게 말을 건네고,
난 비록 말로 대답은 못하지만 눈빛으로 내 마음을 보여주었지
신기 하게도, 그 아이는 들리지 않는 나의 말을
모두 알아듣는듯 했어.

하루는...

아이가 나를 데리고서 식탁에서 밥을 먹다가

손에.. 화상을 입었나봐.
아이는 울었고...아이의 엄마가 다행히도
응급처치를 했어.

하지만 아이의 손등에는.. 화상자국이 남았어
무슨 .. 별 모양 같은 그런 흉터가...

그날밤.. 아이는 나에게 말했어.

"나.. 아까 많이 아팠는데, 아름이하고 같이 있어서
조금 덜 무서웠어...."

그 행복감도 잠시..
아이는 학교에 입학을 하고,
매일 서너군데의 학원을 다녔어.
나와 놀아줄 새도 없이 .. 매일밤 지친 모습으로
침대에 쓰러지듯이 누워서 잠을 자는 아이의 모습은
참 보기 안쓰러웠어.

그래도 아이는 항상 이말을 잊지 않았어

"아름아, 잘자..."


훗.. 그런데

아이에겐 다른 인형이 생겼어.

기다란 금발머리, 갸날픈 몸매에 푸른눈동자...
너무나도 초라한 내 모습이 이렇게도 비참해 보일수가 없었어.
아이는 그 인형에게 무척이나 정성을 들였어.

매일 그 눈부신 금발머리를 빗겨주고,
드라이해주고, 롤로감아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난 그냥 피아노 위에서 늘 앉아있는데
그 인형은.. 자기의 집이 있어.
소파와 응접세트가 있고, 목욕탕이 있고,현관문에는 벨도울리고
불도켜지고..

옷은 또 얼마나 많은지, 인형을 위한 옷장이 따로 필요해
신발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르고..

후.. 그만할래
이렇게 비교될때면 난 얼마나 비참해 지는지 몰라

그래도 ... 내가 아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이는 항상 잘 자라는 말을 잊지 않거든...........



아이는 이제 중학생이 되었어.
벌써 처녀티가 나기 시작해.
이젠 인형같은건 거들떠도 안보고 말야
그 금발 인형도 이젠 벽장에 쳐박혀 있겠지.


아침마다 샤워를 한다, 드라이를 한다.
여드름이 하나가 또 늘었네 하면서 신경질을 부리고..

아이와 이야기를 하지 않은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몰라....

이젠 잘 자라는 인사는 없지만,
그래도 난 아이가 좋아.



오늘은.... 오랫만에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어.

대입 원서를 쓰나봐.
근데 성적은 썩 좋지 않은거 같애.

아이는 날 책상 의자에 앉히더니
나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어.

"아름아.... 난 꼭 대학엘 가고 싶어..
그런데 난 성적이 되질 않거든.
난 .. 엄마가 하라는데로
공부만 하고 살았는데.....
성적이 오르질 않는거야..
아름아.. 나 어쩌면 좋니.."

그러고는 울기 시작했어.
아이의 체온이 느껴졌어.
날 끌어안고 우는거야.
아이의 눈물이.... 내 눈에 떨어지고
그 눈물은 다시 내 볼을 타고 흘러 내렸어.

아이는 모를거야.
그 눈물은.. 나의 눈물이기도 하다는것을 말이지...

그날밤... 난 달님에게 기도를 했어.
아이가.. 꼭 합격하라고.


아이는 대학에 붙었어.
40점 상향 지원..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말이 들렸었는데
붙었나봐.

합격증을 받고 집에 들어와서
자기방에서 친구들에게 막 전화를 하는 아이의 미소

비록 나에겐 웃어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뻤거든.



아이는 ... 이제 먼 나라 사람 같아.
이젠 대학생..
완전히 숙녀티가 나지.
아침마다 화장을 하느라 부산을 떨고
집에 술이 취해서 들어올때도 있고,

근데... 어느날 부터는 아침에 조금 늦게 나가기 시작했어.
"딩동.."
벨소리가 들리고, 아이는 화장을 하다말고 뛰어나가지
"오빠 왔어?"

"응.그래."

아이가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이
아침마다 자기 차로 태워다 준다나봐.

하루는
그 오빠라는 사람이 아이의 방에 들어왔지.
그러더니 방을 쓱 둘러보더니.
날 보고 아이에게 말했어
"너 몇살인데 아직도 저런거 가지고 노니?
그리고.. 20년은 넘게 되보이는 인형이네.
이거 당장 버려라.
내가 더 예쁘고 더 커다란 인형 사줄께."

아이는.. 웃으면서 말했지..

"우리 아름이야.. 이걸 왜 버려.."

아직도. 아이의 마음 한구석에 내가 남아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난 너무나..행복했어.


몇달이 지났나봐.
아이가 술에 잔뜩 취해서 들어왔어.
그러더니.. 나를 끌어안고 우는거야.

"아름아.... 나 그사람 정말로 사랑했어.."

순간.. 무언가 모를 느낌이 오더라.
괜한 질투심 같기도 하고,곤혹감 같기도 한.....

"근데 그 사람.. 가버렸어.
아름아... 나 그사람 아직도 사랑해.
근데.. 그 사람이 내가 싫어졌대.
나보다 더 이쁜 여자가 생겼나봐.
나.. 죽고싶어.......

나 ... 지금 취해서 술냄새 나지만
오늘은 너하고 잘래.."

아이는 누워서도"나쁜 자식"을 연발하고,
난 괜히 기분이 나빴어.
그래도.. 아이와 같이 자본게 정말 오랫만이어서

행.복..했....어


다음날 부터 .. 아이는 학교엘 가지 않았어.
늘 우울해 져서.. 침대에 앉아있고.
그 좋아하던 수다떨기도 그만두었어.
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수다를 떨었거든.
이젠 오는 전화도 받질 않아.

이상하지...?
나도 우울해 지니 말야.

아이의 변화가.. 나에게 가져다 준건 없었어.
난 예전 그대로 아이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었으니깐.

어느날인가....
아이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어.
그날 밤 늦게 돌아온 아이의 손에는
하얀.. 무엇인가로 가득찬 종이봉투가 들려있었고.

아이는 그 안에 들어있는 하얗고 동그란 단추같은걸
한번에 입에 넣었어.

그리고는 쓰려졌어.
아이는... 움직이질 않았어.
난 몹시 겁이 났어.
누구에게 알려야 할텐데..
난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잖아.

그리곤.. 아침이 밝았어.
아이의 엄마가 방문을 열더니..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아이를 흔들었어.
그리고는 어디다 전화를 했지.

좀 있으니깐.. 하얀옷을 입은 아저씨들이
아이를 어디로 데리고 갔어.

다행히도.... 아이는 죽지 않았어.

몇주일이 지난후에 돌아온 아이의 얼굴은 몹시도 야위었지.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로.

그리곤.. 다시 학교엘 다니기 시작했고...



또 몇달이 지났나봐.
아이의 집은 이사를 가게되었어.
모두들 분주히 이삿짐을 싸고, 집안은 몹시 어지러웠지.
아이는 이삿짐을 싸다 말고
날 바라보더니... 무언가 알수없는 미소를 지었어
조금은 씁쓸해 보이는 쓸쓸해 보이는 그런 미소를.....

그러더니.. 날 어디로 데리고 갔어.
이런.. 이곳은 쓰레기통...

"안녕.... 나의 어린 시절이여...
아름아... 안녕....."

그리고는 끝이었어.

아이는 이제 보이지 않아.
녹색 . 커다란 자동차가 오더니 날 싣고는 어디로 갔어.
그곳은 .. 악취로 가득한 곳이었어.
그리고.... 난 분해되었지.
내 몸뚱이는 연기가 나는 검은색벽의 건물로.
내 눈은 다시 어느 공장으로..

그 공장은.. 내가 태어난곳과 비슷했지.
플라스틱 재생 공장이란 말을 얼핏 들었어.
그곳에서 .. 아주 뜨거운 커다란 그릇 같은곳으로 들어간게

내 기억의 끝이야.



눈을 떠보니.. 밝은 조명이 보여.
이곳은 어딜까...
아.... 아주 화려한 옷들이 많이 있어.
여긴 .. 옷가게 인가봐.
매일 모델 같은 사람들만 오고...

난 단추로 다시 태어나서 어느 옷의 일부분이 된거야.
또 다시 예전처럼.. 주인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고.

어....근데 누가 나를 번쩍 들었어...
그리고 난 누군가에게 입혀지더니,

" 이걸로 주세요...
얼마죠?"

하는 말을 들었어...

난 그때 보았어.

나를 선택한 사람의 손등에... 별 모양의 커다란 흉터가 있는걸...

난 .. 지금 행복해...정말...







초등학교 때 태그 공부를 하면서 웹서핑중에 찾던
소설중 하나인데 인터넷 소설 중 참 인상 깊더라구요.

정말 좋아하는 소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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