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게시판
  • 유머 게시판
  • 질문/답변 게시판
  • 정보/강좌 게시판
  • 소설 게시판
  • My Games Top 10

소설 게시판

넌 그냥 게으른거야.

2006.11.05 11:12

네모Dori 조회 수:1661

5. "그건 나도 알고 있어. 나는 그 사람의 이미지를 가질 뿐이라는 것도 알아. 하지만 너는 내게 이미지를 줄 생각이 없어."
이미지? 이미지는 내가 주는 것이 아니야. 니가 만들어 가지는 것이지. 그런데 내게는 무슨 이미지가 있지? 내가 가지는 나의 이미지라는 것이 존재할까.
"아니야. 난 네가 준 것들로만 너의 이미지를 만들 뿐이야. 네가 결코 주지 않을 것들로만. 이젠 더 기다리기도, 시도하기도 싫어."
이미지가 무엇일까. 내가 나라는 존재에 대하여 가지는 것이 있나? 결국 나는 나일 뿐이야. 타인이 생각하는 나는 타인일 뿐이지. 아닌가, 그건 또 아닌가. 희야, 나는 너의 말이 이해되지 않아. 무엇을 말하려는 거지? 어째서 인거지? 이미지, 희야가 말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아니, 난 네게 날 더 주고 싶지 않아. 그럼 잘 지내."
희야의 눈이 깜박였다. 그리고 돌아서서 걸어간다. 흘러 내릴 눈물 따위는 기대하지 않았다. 희야라면, 더 차가워져 갈 것이다. 나의 기대는 배신받지 않았다. 무엇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1. "희야라고 불러줘."
그녀는 자신의 이름에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태희. 언듯 들으면 남자이름 같기는 하다. 희야라는 호칭을 고집하는 건, 그것이 스스로 바라는 자신의 모습에 맞기 때문일까. 그거 나쁠 것 없지. 희야라는 이름이 훨씬 부르기 편하니까.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표정은 미소,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목소리는 웃음.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있어도 그녀는 즐거움 속에 있다. 아니 오히려 기쁨을 만들어 내고 있는 핵이 희야다. 처음에는 희야가 탁구공이라고 잘못 판단했다. 끊임없이 튀다가,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면 결국 구석에서 멈추고 말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희야는 꽃잎이다. 바람결에 함께 춤추다 떨어지더라도 슬프지 않은 꽃잎이다. 지금은 춤추고 있지만, 떨어진 후에도 희야는 아름다울테다.

4. "헤어지자."
결국 불러내서 할 말이 그것인가. 수 많은 복선들을 알면서 대처하지 않은 나의 잘못일까, 아니면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결과였을까. 헤어지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어. 하지만 이유는 듣고 싶은데. 지금에도, 혹은 지금이야말로 솔직할 수 있다. 솔직해야 한다. 그래야 후회를 남기지 않겠지.
"넌 나에게 너를 주지 않아."
무슨 의미지?
"넌 언제까지나 너일테지. 너에게는 내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네가 없어. 이젠 더 이상은 싫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지? 나에게 이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지금 희야가 맞는건가? 정말로? 다시 바라본 그녀는 희야다.
"네게 나는 의미가 없어. 나는 너를 이해하고 가지려고 했지만 상호작용일 뿐이야. 나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지."
의미와 이해. 상호작용. 갑자기 왜 희야가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이해, 사람이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의 너 조차도 이해하고 있지 못한데.

2. "네가 그런 말을 하리라곤 의왼데"
떨어진 꽃잎은 바라보는 자에게만 의미를 가진다. 놓쳐버린 바람은 다신 그녀를 가질 수 없다. 지금 나는 승리한 기분인걸. 어, 뭐야. 실컷 비웃어주길 바랬는데? 희야가 웃는다. 그리고 충분하다.

3. "오늘은 이 영화 보고 싶은데."
모든 것이 의외의 연속이다. 희야의 행동 하나하나가, 말 하나하나가 나의 예상을 깨트린다. 희야라는 이름은 끊임 없이 변화한다.
"나 저런 노래가 좋아."
희야는 앞면과 뒷면을 가진 꽃잎이 아니었다. 그녀는 풍경이다. 바람결에 모두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음색을 들려주는, 그러나 그 안엔 수 많은 결을 가진.
"이런 건 어때?"
이제 조금씩 느껴진다. 언제나 같지만 언제나 다른 소리를 낸다. 하지만 그것이 희야다.

6. 희야가 나에게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무엇을 바란걸까. 사랑을 분석하고 고민하면 이미 사랑이 아니겠지만, 언제나 이성적인 판단에 따른 행동만 한다면 인간이 아니겠지. 나의 속에 다양한 각인들을 나는 희야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었다. 희야는 그러지 못한걸까. 나는 너에 의해 만들어지고 너는 나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내가 가진 희야는 오로지 나만이 가지는 희야인데. 나의 재료는 나에게 있지 않고 너에게 있는데. 마치 너의 재료가 나에게 있는 것 처럼. 희야가 원한 건 무엇일까. 내가 무엇을 해 주길 바랐던걸까. 사실은 다른 바람들처럼 있지 말고 형체를 가지길 원한걸까. 모르겠다. 희야의 말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어째서, 희야는 그런 말을 한 걸까.
"넌 그냥 게으른거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1 <연재 판타지소설> Next World-(2편) 동료의 힘 [1] Beat.XCX 2006.10.23 1677
350 <연재 판타지소설> Next World-(1편) 첫 발걸음 [2] Beat.XCX 2006.10.23 1632
349 곰인형의 사랑이야기 라딧슈 2006.10.23 1865
348 드래곤공 [1] 썩은수박 2006.10.17 2416
347 운명 ⑵ 작은 마을 에르벤 과 작은 전쟁 - 2 Legato 2006.09.13 1464
346 사관-1 [3] 고구마 2006.04.11 1601
345 운명 ⑵ 작은 마을 에르벤 과 작은 전쟁 Legato 2006.03.22 1564
344 나는 왕이로소이다. [1] 네모Dori 2006.02.22 2595
343 낙엽지는 가을에 네모Dori 2005.11.15 2149
342 운명 (1) 집을 떠나다 - 11~13 - 아나이스 장편 판타지 소설 Anais 2005.11.05 2334
341 [상상연작] 상상연작 [2] 제갈연 2005.10.16 1693
340 운명 (1) 집을 떠나다 - 7~10 - 아나이스 장편 판타지 소설 [5] Anais 2005.09.14 1872
339 이상한 나라의 개사마 [1] 네모Dori 2005.08.12 1933
338 더운 여름에 [5] 네모Dori 2005.08.10 1491
337 무제 [3] 제갈연 2005.08.08 1599
336 운명 (1) 집을 떠나다 - 4~6 - 아나이스 장편 판타지 소설 [3] Anais 2005.08.08 1611
335 운명 (1) 집을 떠나다 - 1~3 - 아나이스 장편 판타지 소설 [1] Anais 2005.08.03 1646
334 꿈과 희망을 주는 환상의 판타지아. [2] 미엘 2005.07.30 1675
333 투명제갈연-(5) [5] 2005.06.26 1859
332 운명 (0) 프롤로그 - 아나이스 장편 판타지 소설 Anais 2005.06.21 1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