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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 집에 놀러가요.

2006.11.08 03:49

네모Dori 조회 수:1580

달님의 집에 놀러가요.


멀고도 먼 옛날, 산에는 붉은 소나무가 자라고 들에는 푸른 꽃잎이 피어나는 나라에 마고라는 착한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무엇 하나 잘 하는 것은 없어도 모든 것을 열심히 하는 마고를 마을 사람들은 모두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마고에게 마을 사람이 물었습니다.
“마고, 넌 나중에 무엇을 하고 싶니?”
“난 달님이 사는 집에 놀러가고 싶어.
“하하하. 마고는 아직 어리구나. 달님의 집에는 놀러 갈 수 없어.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걸. 설마 안다고 해도 너무 너무 멀어서 아무도 도착할 수 없을 걸?”
마을 사람들 모두가 마고를 바보라며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마고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빙그레 미소 짓고 있었습니다.
“난 달님의 집에 놀러갈 거야.”

새들의 노래가 아름답고 푸른 바람이 상쾌한 어느 맑은 아침에 마고는 짐을 꾸렸습니다. 한 달은 먹을 밥, 한 달은 입을 옷, 한 달을 여행하기에 충분한 여비, 그리고 튼튼한 신발 몇 켤레와 튼튼한 지팡이. 갑자기 먼 길 나설 준비를 하는 마고에게 놀란 마을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마고, 어디 여행가는 거야?”
“달님의 집에 놀러가는 거야.”
진짜? 정말? 달님의 집이 어딘데? 달님의 집이 있기는 있는 거야? 깜짝 놀란 마을 사람들은 마고에게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마고는 언제나 입버릇처럼 달님의 집에 갈 거라고 말해왔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거든요. 그날 밤, 어두운 동쪽 하늘 위로 시리게 환한 보름달이 떠올랐습니다. 둥글게 놀란 눈을 뜬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고는 길을 나섰습니다.

마고는 몇 아름은 될 듯한 나무들로 가득한 숲을 걸었습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들은 마고의 머리 위를 가득 덮었습니다. 그 위에서 달은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이리 저리 뛰어다녔고 마고는 그 뒤를 쫓았습니다. 밤은 짧고 달은 언제나 새로이 떠오른 태양 뒤로 숨곤 했지만 마고는 실망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습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은 마고가 잠을 잘 시간, 언제나 밤이 찾아오고 달이 떠오르면 마고는 그의 지팡이를 힘 있게 잡고 어제 했던 것처럼 달과의 숨바꼭질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달님과 함께 놀아볼까?”

마고의 눈앞에 큰 강이 나타났습니다. 마고의 키보다도 깊고 이쪽에서 저쪽 끝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넓었습니다. 오늘의 달이 흘러가는 강물 위로 그 얼굴을 비추다 흐르는 물과 함께 사라질 동안, 마고는 가만히 그 모습만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아침부터 마고는 뗏목을 만들었습니다. 나무를 자르고, 가지를 다듬어 쳐내고, 줄로 튼튼히 묶어가며 뗏목을 만들었습니다. 하루가 다 지났지만 아직 뗏목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마고는 쉬지 않았습니다. 신중히 나무를 고르고 두 번 세 번 꼼꼼히 묶었습니다. 머리 위에서 달이 환하게 빛나도, 새로운 해가 떠올라 세상을 다시 밝게 비추어도 마고는 계속 뗏목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이틀을 꼬박 세워 다 만들어진 뗏목을 강에 띄우고는 마고도 그 위에 올랐습니다. 달이 떠오르고, 강 위의 마고를 환히 비추자 마고는 흐르는 강물에 몸을 싣고 흐르는 달빛 따라 다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너무 피곤해서였을까요. 마고는 뗏목을 강가에 메어두는 것도 잊은 채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정겹게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잔잔히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자장가를 불러주었기 때문일까요? 뗏목은 물결 따라 이리저리 떠내려가는데 마고는 깨어날 줄 몰랐습니다.
“여기가 어디지?”
잠에서 깬 마고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왼쪽도 오른쪽도 한없는 물 뿐입니다. 이미 강도 아닌 걸까요. 어디를 보아도 물, 물, 그리고 물 뿐. 벌써 어둑어둑해진 하늘은 산도, 들도, 나무도 마고에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바다까지 떠내려 온 걸까.”
마고는 손을 내밀어 물을 한 움큼 마셔보았지만 짠 맛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디까지 흘러와 버린 걸까. 그때 마고의 앞에서 달이 떠올랐습니다. 어두운 물을 밝게 헤치며 달이 솟아올랐습니다. 지금까지 본 어느 달보다도 밝고 큰 보름달이 둥근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여기가 달님의 집이구나.”
마고는 뗏목에 앉아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보름달만큼이나 환한 웃음을 얼굴에 가득 띄고.

환한 보름달은 동쪽에서 떠올라

하늘 한 가운데서 호수를 가득 은빛으로 물들이고

호수의 서쪽 자락으로 사라졌습니다.

동쪽 하늘은 새로이 떠오르기 시작한 해로 붉게 물들어갔지만 마고는 계속 달이 사라진 서쪽 자락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고는 눈을 감았습니다. 물결이 밀려와 뗏목에 부닥치는 잔잔한 소리, 새로운 아침에 깨어나는 새들의 지저귐, 바람이 옷깃을 간질이는 소리. 그리고 마고의 말소리.
“이제는 집에 가야지.”
마고는 감았던 눈을 뜨고 배를 돌렸습니다. 해는 마고가 흘러온 강에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따스한 빛을 가슴에 품고 마고는 힘차게 노를 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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