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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장편]겨울이야기 5편

2005.01.28 22:29

케테스 조회 수:2127

아아...ㅠㅠ드디어 5편을 완성했어요~스토리가 막혀서 고생했쪄요오~=ㅁ=[죽어라!]
어쨋든 열심히 썼으니 관심 좀 가져 줘어~=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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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끝까지 믿어 나가는 것만으로는 강해지지 않아.’
시끄러…너 같은 사기꾼 따위의 말은 듣지 않겠어.
‘믿는 것과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달라.’
그래, 하지만 네가 믿으랬잖아! 그래서 믿었는데 이게 뭐야!
‘보이지도 않는 영혼이란 허울 따위…난 믿지 않아.’
그래, 믿지 마. 모든 건 나에게 맡기고 넌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면 돼.
하, 이거야 원. 나 슬픈 눈의 얼간이, 눈을 가리며 우는 광대는 오늘도 비를 맞으며 미친 듯이 노래를 한다. 노래의 한 구절 한 구절마다 세상의 믿음이란 허울의 정곡을 찌르는 비수와도 같은 언어를 갖다 붙이며 세상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겨울이야기 5편-홍수마을의 슬픈 눈을 한 얼간이

#솨아아아아아아아아!
현재 사피르와 엘우드가 메인글초원에서 잠시 들린 몬 힐러 마을에는 상당한 양의 비가 커다란 타격음과 함께 땅을 제 적인마냥 때려대고 있었다.
“비다…우어어….”
여관의 어느 방, 창가의 책상에 엎드려 죽은 시늉하고 있던 사피르는 어느새 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비며 한마디 했다.
그때, 뒤 쪽 침대에서도 무언가가 뒤치다꺼리더니 벌떡 일어나 중얼거렸다.
“눅눅해….”
그 무언가는 엘우드였다. 엘우드는 일어나 비의 습기덕분에 눅눅해진 이불을 한번 털더니 침대에 깔고는 의자에 기댔다.
“이봐, 자칭 음유시인아, 너의 기묘하고 작명센스 없는 머리로 이 눅눅해빠진 방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 좀 꺼내봐.”
사피르는 엘우드의 말에 조용히 창밖만 보았다. 엘우드는 그가 대답이 없자 그대로 잠이 들었다. 사피르가 창 밖을 응시하고 있을 때, 사피르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
사피르는 좀 더 자세히 보기위해 창문을 열고 얼굴을 밖으로 내미려는 순간….
#덥석!
“으앗?!”
갑자기 커다란 손이 사피르의 머리를 잡고 뒤로 당겼다. 그 바람에 사피르는 놀라서 뒤로 자빠져버렸다.
“아우씨…아파라.”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지 않는 게 좋아.”
아주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피르는 뒤를 보았다. 뒤에는 여관주인이 한손에는 아기를 안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 서있었다.
“왜요?”
“몰라, 하지만 창밖으로 머리를 내민 사람들은 모두 떨어져서 죽었다는 소문이 있어. 물론 2층 이상의 건물들만.”
“흐음….”
사피르가 머리를 긁으며 창문을 보았다. 어느새 사피르가 보고는 놀랐던 물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분명히…사람이 춤을 추고 있었어.’
여관주인이 나간 뒤, 비가 그쳤고, 사피르와 엘우드는 미리 준비해둔 여행 짐을 싸매고는 지도에 그려진 대로 길을 나섰다.
“자, 우선 어디로 가야하지?”
엘우드가 지도의 길을 손으로 쭈욱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 작은 길로 우선 마을 벽을 빠져나가서 큰 길 쪽으로 가면 절벽이 나오는데 그 주변에 있다고 홀드아이가 말해줬어.”
사피르는 엘우드의 말에 의문을 던졌다.
“홀드아이?”
엘우드는 지도를 접어서 안주머니에 넣으면서 대답했다.
“각 마을마다 소문이나 풍수지리를 봐가면서 몬스터나 던젼이 대충 감으로 어디 있는지 알려주는 사람들이야. 대부분 후계자를 세우나봐. 근데 원래는 몬 힐러 마을에는 홀드아이가 없었는데, 이번에 넬슨 성에서 한 여자아이가 여행 중에 여기에 잠시 들렸다가 동료들한테 버림받고 여행자들 무리에 껴서 다음 목적지를 향할 때까지 이곳에 머문대.”
“흐음, 대충 넘어가고 빨리 걷기나 하자. 난 오늘 내로 끝내고 싶다고.”
엘우드가 실소했다.
“불가능해, 자식아. 아마도 던젼에서 이틀은 캠핑해야 할 거다.”
엘우드와 사피르는 걷고 걷고 또 걸어서, 헤매고 헤매고 또 헤매서 겨우 겨우 절벽을 찾았다. 사피르는 아픈 다리를 두들기며 절벽을 올려다보았다.
“야, 이렇게 멀었어?”
“아냐, 아까 우리가 큰길이 두 갈래로 갈라질 때, 잘못 찍어서 그랬어.”
“얌마, 네가 맞다고 했잖아.”
엘우드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언제까지나 자신감을 심어주기위한 나의 방식일 뿐.”
“죽어라 엉터리 성직자야.”
엘우드는 사피르의 어퍼컷을 슬쩍 피하면서 절벽 쪽으로 뛰어갔다. 그는 절벽의 표면을 손으로 만지고 살펴가면서 어디 이상한 곳이나 문 같은 것이 없나 찾아보기 시작했다. 엘우드와 사피르가 절벽이 끝나는 곳까지 다 살펴보았을 때, 그들은 무언가 특별한 표시나 문 같은 것은 발견해내지 못했다.
“이봐, 없는 것 같은데?”
“아냐, 우리가 잘못보고 지나친 게 있을 거야.”
사피르는 절벽에 살며시 기대며 엘우드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았다.
“너 혹시 그 홀드아이에게 반했냐?”
“난 신부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남자야.”
사피르는 머쓱해하며 말했다.
“이런, 난 또 여자인줄 알았지.”
엘우드는 절벽을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며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여자 맞아.”
“이 자식!”
사피르는 엘우드의 머리에 감자 몇 개 달아줄 요량으로 엘우드를 향해 전진하였다. 그때, 엘우드가 갑자기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쉿!”
사피르는 얼른 몸을 웅크리고는 엘우드와 함께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는 엘우드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이며 물었다.
“왜, 뭐라도 발견해냈어?”
“아니, 때리지 말라고.”
“…….”
잠시 후, 머리에 감자가 다섯 개 달린 엘우드가 사피르에게 외쳤다.
“이봐, 찾았어!”
사피르는 단숨에 달려서 엘우드에게 갔다. 그리고 엘우드가 무슨 구멍 같은 곳을 쑤시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해?”
“와서 봐봐.”
사피르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구멍에 가까이 다가갔다. 구멍은 정말로 어른손가락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였다.
“야, 이게 뭐 어쨌다고.”
“좀더 자세히 봐봐.”
사피르는 눈을 아예 구멍에 밀착시키다시피 해서 무언가를 보려고 노력을 해보았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
“봤어?”
“으아악!”
사피르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이게 뭐야!”
사피르가 구멍에서 본 것은 바로 눈이었다. 벽의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구멍을 통해 자신의 눈을 보았던 것이었다. 이윽고 반대편 벽에서도 비명으로 추정되는 고음이 들려왔다.
“누군가 반대편에 있어.”
“…….”
그들은 잠시 머리를 맞대고 어쩔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엘우드가 해머를 집어들고 일어서더니 말했다.
“깨부수자.”
사피르가 마을에서 구한 스크롤 더미를 꺼내며 말했다.
“난 너의 머리를 깨부수도록 하지.”
“뭐, 어째서?!”
사피르가 스크롤 하나를 부욱 찢더니 리빙소드를 소환하고는 엘우드에게 달려들며 외쳤다.
“어째서기는! 네 생각에는 저게 인간이 부술 수 있는 두께냐!”
엘우드가 황급히 배낭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사피르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야, 야, 이게 있으면 금방 깰 수 있어!”
그가 손에 든 것은 종이에 잘 싸여져있는 폭탄이었다.
“오오….”
엘우드는 폭탄을 다시 잘 싸서는 가방에 넣었다.
“이제 알겠냐? 나도 아무런 생각 없이 그러는 게 아니라고.”
“그거 하나면 되는 거지?”
엘우드는 가방에서 폭탄을 대충 10여 개를 꺼내어 절벽에 쌓고는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자, 이제 사피르, 너의 파이어 볼로 여기에 불을 붙여.”

잠시 후.
오늘도 맑은 햇살을 받으며 열심히 일하는 자들로 넘치는 활기찬 몬 힐러 마을. 사람들은 모두 밝은 인상으로 서로에게 인사하며 정말이지 평화로운 마을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쿠콰앙! 쿠콰콰콰콰콰콰콰쾅!
갑자기 엄청난 소리와 함께 몬 힐러 마을 뒤쪽의 거대한 계곡 쪽에서 화염이 올랐다. 사람들이 모두 하던 것을 멈추고는 놀란 얼굴로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중 빨간 머리를 한 작은 여자아이가 인상을 쓰며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계곡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은 타라, 지금은 잠시 몬 힐러 마을에서 쉬면서 홀드아이 일을 하고 있다.

#슈아아아아아….
엄청난 연기가 나고 있다. 그리고 그 연기가 엄청난 안개를 조성하는 바람에 사피르와 엘우드는 한치 앞도 볼 수가 없었다.
“콜록, 콜록, 이 엉터리 수도사자식, 잡히기만 하면 내가 아주 초전박살을 내놓을 테다.”
그러자 뒤에서 엘우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허,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했거늘, 어찌하며 너는 콜록, 콜록, 살인을 콜록!”
“거기였구나!”
사피르는 안개 속에서 엘우드의 목을 조르며 콜록콜록 대고 있었고, 덕분에 엘우드는 의식의 끈을 놓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때, 그들이 폭탄으로 아주 살짝(?) 뚫어놓은 동굴로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톡톡톡.
꼬마아이들이 죽마를 탈 때, 죽마의 발소리였다. 나무로 땅을 치는 듯한 빈 소리를 듣는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누구야?!”
갑자기 엄청난 강풍이 불었다. 그리고 강풍은 안개와 함께 사라졌다. 안개가 걷히자 동굴에는 한 광대가 서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빨간색으로 웃는 입이 그려져 있었지만 정작 그 자신의 표정은 슬픈 자의 표정이었다. 입 꼬리는 아래로 내려가 있고, 눈은 축 쳐져있었다.
그는 사피르와 엘우드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더니 동굴로 총총히 사라져갔다. 사피르와 엘우드는 일어나서 얼른 그의 뒤를 쫓았다.
그들이 동굴에 들어갔을 때, 동굴 안은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동굴 벽에 박힌 이상한 돌들이 빛을 내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와우, 돌이 빛을 내고 있어.”
“아니, 빛이 돌들을 타고 옮겨 다니는데?”
엘우드가 돌을 만지려 하자 빛은 갑자기 돌들의 표면을 타고 엘우드의 손을 피해 다녔다.
“흐음….”
그들이 안으로 좀더 깊숙이 들어가자, 그곳에는 건물들이 있었다. 버려진지 오래되어 보이는 이 건물들은 이끼와 곰팡이로 덮여 있었고, 건물 안은 동굴의 종유석으로 가득 차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게 되어있었다. 게다가 색깔마저 종유석의 황토색으로 뒤덮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치 건물 조각상을 보게하는 기분이 들게 하였다.
“이거 조각 아냐?”
사피르가 의문을 던졌다. 그리고 엘우드가 그의 말을 제대로 잡아주었다.
“맞아, 이건 조각이야. 절대 버려진 마을의 건물이 아니라고. 색깔부터가 틀리잖아.”
“오오, 역시 엘우드.”
엘우드는 주위를 살펴보며 말했다.
“근데 누가 이런 곳에 조각상을….”
그때, 사피르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엘우드에게 외쳤다.
“이봐, 여기 이렇게 써있어. 홍수 마을…촌장 데미안.”
“…….”
“…….”
그때, 사피르가 엘우드를 때리려고 다가가려는 순간, 동굴 입구 쪽에서 누군가의 소리가 동굴로 메아리치며 들어왔다.
“두목, 여기 웬 동굴이, 콜록, 콜록, 이게 웬 화약 냄새여?”
그리고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 중 두목인 것 같은 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오, 우리의 아지트로 삼으면 딱 이겠군. 좋아, 모두 들어가 보자!”
#우르르.
사피르가 엘우드에게 속삭였다.
“큰일 났다, 들어 왔나봐!”
“흐음….”
사피르가 엘우드에게 울먹거리며 멱살을 잡고 흔들어댔다.
“어떻게 좀 해봐!”
“좋아, 튀자!”
사피르가 엘우드를 죽어라 흔들며 말했다.
“어디로 튀자는 거야!”
엘우드가 사피르의 손을 잡고 동굴의 내부 안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탁탁탁.
그들의 발소리가 메아리쳤다.
“두목, 누군가가 있어요!”
산적들 중 누군가의 고자질하는 목소리였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엘우드는 순간적으로 외쳤다.
“나야, 나!”
그리고 그 고자질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가 누군데! 여기 두목하고 나밖에는 없는데!”
“…….”
“…….”
#탁탁탁!
순간 사피르와 엘우드는 사색이 되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 고자질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속긴, 두목, 얘들아, 침입자다! 우리의 아지트에 침입자가 있어!”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아지트라고 하는 그놈은 칼을 뽑아들고 순식간에 침입자가 되어버린 사피르와 엘우드를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대여섯 명의 산적이 뒤따랐다.
잠시 후, 엘우드와 사피르는 산적들을 따돌리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뭘 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곧 좌절했다. 뭘 하려고 해도 마냥 도망쳐왔기 때문에 길을 잃어서였다.
“크흑…겨우 살았나 싶었더니….”
사피르는 좌절하며 울기 시작했다. 그때, 저만치에서 누군가가 울면서 사피르와 엘우드에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우에엥.”
사피르와 엘우드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숨지도 못했다.
“우아앙.”
“크흐흑.”
“우히힝.”
여러 명이 우는 소리였다. 그들이 어느 정도 다가오자 사피르와 엘우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울고 있는 7명의 산적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사피르와 엘우드의 앞에 주저앉아 울며 말했다.
“이 나쁜 놈들아, 너희 쫓다가 길 잃었잖아.”
그들은 모두 사피르와 엘우드 일행에 동참했다. 그리고 그들 중 그나마 학교를 다녀본 경험이 있는 엘우드가 기발한 상책을 냈다.
“자, 모두 집중. 지금부터 내가 셋을 세면 모두 두목을 찾는 거다.”
엘우드는 조용히 셋을 세었고, 그들은 곧 최선을 다해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두모옥!”
“형님!”
“두목아!”
“살려줘!”
엘우드는 그들을 저지하고는 두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으며 말했다.
“다같이 두목하고 외치라니까, 살려줘 라고 한 놈은 누구야? 다른 말은 하지 말고 두목만 불러. 알았지?”
그리고 그들은 엘우드의 셋을 세자마자 다시 최선을 다해 목청을 높였다.
“두목!”
#두목! 두목! 두목. 두목. 두목…두목…두목….
두목이란 소리는 곧 메아리치며 동굴 안으로 퍼져나갔고 곧 답이 들려왔다.
“너희들 어디 있냐?!”
그들의 두목이었다.
“두목 저희 길 잃었어요!”
참으로 불상한 두목이다. 이런 부하를 두다니.
“나도 잃었다, 도와줘!”
그때 부하들이 지은 표정을 사피르일행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앗, 네놈은 누구냐!”
두목이란 작자께서 누군가를 본 듯 하다.
“아앗, 어디를 가는 거야! 날 좀 도와줘!”
혹시 정신을 잃고 헛것을 보는 것은 아니신지.
“아악, 이놈의 광대가 나를 공격한다!”
두목이 제정신이 아닌 듯싶다.
“두목! 저희가 갈게요!”
부하들도 그런 듯.
그때, 새롭게 동굴을 울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여긴가, 여기가 바로 낙타의 눈 산적단의 아지트란 말인가?”
오늘 정했는데 바로 소문이 났나보다. 부하들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라? 경비병들이 여긴 어떻게?”
그때 두목의 목소리가 그들의 심금을 울렸다.
“오오, 역시 소문내기를 잘했어. 벌써부터 유명해지다니.”
“두목, 어느새 소문낸 겁니까?!”
“우하핫, 아까!”
“역시 우리 두목! 우하핫!”
그들의 대화 사이에 경비병 하나가 끼어들었다.
“이놈들, 다 잡아다 감옥에 쳐 넣어 주마!”
그리고 사피르와 엘우드가 동시에 외쳤다.
“안돼, 들어오지 마!”
그러나 경비병들은 산적들의 농간에 넘어가버렸다.
“헤헹, 우리를 잡으면 내가 널 왕으로 모셔주마!”
경비병들은 신나서 산적들을 잡으러 동굴 안에 들어와 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는데도 경비병들이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서는 그들 또한 어디선가 행복한 표정으로 동굴 안을 헤매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한 순간에 정적은 깨졌다.
“아앗, 경비병이다!”
두목이 경비병들을 발견한 듯싶다.
“아앗, 산적 놈이다!”
“무슨 소리야, 난 두목이다!”
아주 잘났다.
아주 잠깐 싸우는 소리가 나더니….
“으으윽, 넌 뭐냐!”
두목의 목소리다.
“웬 광대가 끼어드는 거야. 이봐, 네놈의 부하냐?”
“웃기지마, 나 낙타의 눈 산적 단 두목, 크림슨 바이퍼는 절대로 얼굴에 낙서나 하고 다니는 녀석을 부하로 두지는 않는다.”
두목은 참 자신감이 풍부한 것 같다.
“분명 네 놈의 부하 중 부두목이 얼굴에 문신을 한 놈인데?”
“문신과 낙서는 별개다.”
“아앗, 저 광대 놈이 도망친다! 잡아!”
#우르르르.
모두들 광대를 쫓고 있나 보다.
소리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중개하던 사피르 일행은 다른 놈들은 내버려두고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 하고 있는 생각 없는 생각 다 내어서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허나, 그 누구도 부모님께서 좋은 머리를 물려주시지 못해서인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사피르가 주저앉아 투덜거렸다.
“근데 이 동굴은 도대체 왜 이렇게 어지러워?”
“으음, 그 건물이 그 건물 같아. 아마도 종유석 때문에 모양이 전부 녹아내린 양초모양이라 그런지도 모르지.”
엘우드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현재 산적들은 모두 자신들의 두목을 찾으러 갔고, 엘우드와 사피르는 자신들도 모르는 동굴의 한 구석에서 쉬고 있었다. 엘우드와 사피르는 서로 등을 맞대고는 앉아서 안되는 머리로 방법을 찾고 있었다.
“어이, 당신들 거기서 뭐해.”
갑자기 들려온 높은 톤의 여자목소리에 엘우드와 사피르는 깜짝 놀라며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았다. 사피르는 목에서 우지직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고개를 돌렸다.
“아야….”
뭐하냐고 물은 자가 점점 시야의 범위에 들어오다가 우지직하는 소리를 듣고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와우, 듣는 사람이 더 아픈 걸?”
사피르의 눈에는 빨간 머리에 주근깨가 난 여자아이가 웬 커다란 두루마리를 들고는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어? 타라잖아?”
엘우드는 그녀를 아나보다. 타라라는 이름으로 불린 소녀는 엘우드를 보고 피식하고 웃더니 말했다.
“혹시 아까 그 거대한 폭발의 원인은 너였냐?”
엘우드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밝히며 말했다.
“후훗, 덕분에 이런 신세가 되었지.”
타라는 씁쓸한 표정으로 엘우드를 내려다보았다.
“쯧쯧, 폭탄은 많이 써봤자 한번에 3개 정도씩만 쓰는 거야. 근데 그걸 넌 분명히 모자란다고 생각해서 있는 대로 다 쏟아 부었겠지.”
엘우드는 부끄러운 듯, 남 보기에 거북한 표정을 지었다. 사피르는 자신이 소외된다고 생각했는지 얼른 대화에 끼어들었다.
“근데 댁은 여기는 무슨 일로…?”
타라는 사피르를 말없이 쳐다만 보았다. 그때, 엘우드가 얼른 소개했다.
“아, 타라는 내가 아까 말해준 그 홀드아이야, 마을에 잠시만 머문다는.”
사피르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엘우드는 타라에게 다시 물었다.
“근데 넌 여기 어떻게 왔어?”
타라는 무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아무 감정도 깃들지 않은 말로 그들의 가슴에 할버드를 박았다.
“너희들 찾으러 왔다가 길을 잃었어.”
이제 셋이 된 그들은 나란히 어깨를 마주하고는 건물 벽에 기대어 어두운 자신들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사피르는 이 모든 것을 엘우드의 탓으로 돌렸다.
“우어어, 엘우드, 당신 내가 완전 사랑해버릴 거야.”
“내가 뭘 잘못 했는데!”
“그나저나 그 산적들과 경비병들은 어떻게 되었으려나.”
-룰루룰루룰루루~.
“?!”
셋은 모두 순간적으로 짧게 들린 누군가의 흥얼거림을 놓치지 않았다.
“이봐들, 모두 들었지?”
엘우드의 물음에 타라와 사피르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은 살며시 전투준비를 하고는 다같이 소리의 원인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조금 가까이 다가가자 이제는 완벽하게 노랫소리마저 알아들을 수 있었다.


황금의 발코니에 올라서 국민들을 바라보는 자,
얼굴은 인자한 만두가게 아저씨.
그는 정중히 인사하며 외친다.
백성들이여, 국왕의 세배를 받으라.
그는 손 내밀며 말하겠지.
세뱃돈은?

점심을 라면으로 때우며 백성들을 돌보는 자,
그의 눈 밑에는 세월의 연륜이.
그는 일을 마치면 손수레를 지고 나간다.
국민 여러분, 맛있는 카스테라가 왔어요.
개당 천만 셀린.

한 여름에도 두꺼운 옷 입고 주름 잡는 자,
그의 뱃살은 인격만큼이나 나날이 느네.
그는 밤이 되면 얇은 옷을 입고 순찰을 한다.
내 나라 백성이여, 여름이라 불편하지 않소?
더워 죽겠다.

온갖 보약이란 보약은 다 갖다 먹는 자,
그의 인생은 돌아보면 웰빙 그 자체.
하지만 그는 어느 날 의식 잃고 쓰러져.
우리의 국왕이여, 어디가 아픈게요?
체한 것 같다.

그는 오늘도 왕관이란 징표위에 서서 땀 흘려.
그는 언제나처럼 자신의 위치를 지켜.
누구라도 그 자리를 넘본다면 그자는 역적.
유일하게 우리의 마음을 헤아리는 자.
그게 바로 세상에 다시없을 우리의 국왕.


“우와, 사피르, 너보다 노래를 더 재밌게 잘 짓는데?”
“닥치게나, 성직자나리.”
타라가 그들을 저지했다.
“이봐들, 끝까지 좀 들어봐.”
타라의 말에 그들은 곧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노랫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타라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양손에 목재 총을 들고는 연사를 해댔다.
#탕! 탕! 탕! 탕! 탕! 탕!
“끼호, 꺄아호, 크히힛!”
누군가가 미친 듯이 웃어대며 총알세례를 받고 있었다. 웅크리고 숨어있던 엘우드와 사피르에게 타라가 외쳤다.
“이것들아, 당장 뛰쳐나가서 저 광대 좀 잡아봐! 내가 뒤에서 엄호해줄게!”
타라의 말대로 한 광대가 총알을 맞으며 웃고 있었다. 적을 확인한 엘우드가 곧장 달려 나갔고, 사피르는 얼른 성냥을 켜서는 불로 장벽을 만들어 광대를 가두었다.
너무나도 완벽한 팀플레이에 타라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좋아, 잘했어!”
하지만 엘우드가 거대한 해머로 광대를 치려더니 갑자기 멈추었다. 그리고 타라가 엘우드에게 외쳤다.
“이봐, 뭐해?!”
엘우드는 해머로 광대를 겨누고는 경계하면서 말했다.
“야, 이 광대 사람이잖아!”
타라가 외쳤다.
“야, 넌 총알세례를 맞고도 웃냐?!”
사피르가 입맛을 다졌다.
“정신이 나간 불상한 사람일 수도 있지.”
타라는 미간에 힘을 주고는 말했다.
“멍청이들아, 너희들이 총을 처음 봐서 그러나 본데, 이걸 맞고 제대로 서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때였다. 어디선가 헤매며 울고 있을 줄 알았던 산적들과 그들의 두목, 그리고 경비병들이 갑자기 피투성이의 모습으로 나타나서는 모두 광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죽어라!”
아마도 모두들 광대에게 당했었을 듯싶다.
먼저 달려들었던 5명의 산적이 모두 하나같이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광대의 손에는 챠크람이 들려있었다.
두목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아악, 저놈이 또 내 부하들을!”
두목이 그렇게 칭얼거릴 때, 경비병들이 창을 곧바로 세우고는 기합소리와 함께 힘차게 달려들었다.
“으아아!”
#푸촤촤촥!
#푹, 푹, 부욱!
3명의 경비병들 목이 날아갔고, 5명의 경비병들이 창으로 찌르는 데 성공했다.
광대가 던진 챠크람은 경비병들의 목에 박혀 광대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이어서 타라가 광대의 것 보다 조금 작은 챠크람을 들고는 광대에게 덤벼들었다.
광대는 경비병들의 창에 행동이 저지되어 피하지도 방어하지도 못하고 그저 맨몸으로 챠크람을 맞이했다.
#스르륵.
그 소리와 함께 광대의 웃음도 영원히 사라졌다.

사피르일행과 다른 일행 모두 광대의 몸에서 발견한 지도를 보고 동굴을 나올 수 있었다. 경비병들은 남은 산적들을 데리고 마을 쪽으로 갔고, 사피르일행과 타라는 동굴을 좀더 탐색하기로 해서 남게 되었다.
그들은 경비병들과 작별인사를 나눈 뒤, 동굴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가면서 타라가 엘우드에게 물었다.
“야, 나 너희 따라가도 돼?”
엘우드는 험악하게 표정을 바꾼 뒤 말했다.
“응.”
그리고 일행은 셋이 되었다.
셋은 보물 같은 것을 찾을 요량으로 동굴에 다시 들어왔지만 오히려 다시 한번 길을 잃을 뻔 했고, 결국 동굴에서 발견한 것은 없었다. 일행은 얻은 것 하나 없이는 돌아갈 수 없다며 빛이 옮겨 다니는 돌이라도 떼어가겠다는 엘우드를 필사적으로 끌고 겨우 몬 힐러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여관에서 각각 잠자리에 들었고(물론 타라는 각방이다.) 사피르는 밤늦게까지 일기를 쓰고 있었다.
사피르는 일기를 쓰다가 잠시 창밖을 보았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했다. 창밖에는 낮의 그 광대가 서서 사피르 쪽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광대는 사피르와 눈이 마주치자 정중히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총총히 뛰어서 사라졌다.
다음 날, 마을 뒤 절벽으로 이루어진 계곡이 가라앉았고, 그 위에 푸르른 초원이 생겨나 있었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소문도 내고 말도 안돼는 전설에 대해서도 입을 놀렸지만 곧 이 사건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흔적을 지웠다. 그리고 또 다른 전설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