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게시판
  • 유머 게시판
  • 질문/답변 게시판
  • 정보/강좌 게시판
  • 소설 게시판
  • My Games Top 10

소설 게시판

화기(話記)-[1]

2004.07.03 06:39

조회 수:1936

"이하응이 실패한 이유를 알고 있니?"
"그게 누구에요?"
"흥선 대원군이라고 하면 알까?"
"아…, 그 흥선 대원군."

그는 잠시 숨을 가다듬는 듯, 심호흡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원점으로 돌아와서, 그가 실패한 이유를 알겠니?"
"지나친 쇄국으로 나라의 발전을 저해한 것…. 아닌가요?"
"아니야."

나름대로 좋은 답변을 내놓았다고 생각했건만, 그의 대답은 부정을 담았다. 그가 다시 나에게 물었다.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없겠니?"
"흐음……."

그는 느긋한 표정으로 날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물었다.

"모르겠니?"
"네."
"잘 들어. 그가 실패한 이유는……"

그는 조용히 운을 띄우고는, 진지한 음성으로 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가 실패한 이유는 지지세력이 없었다는거야."
"무슨 말이죠?"
"그는 서원을 정리하여 농민들의 지지, 민심을 얻었지."
"그렇죠."
"그런데, 그 다음 경복궁 축건으로 또 민심을 잃었지."
"그렇긴 하네요."
"바로 그거야."
"네?"

한창 설명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난, 그가 갑자기 결론을 내려버리자 당황하고 말았다.

"바로 그거라고."

그는 나에게 다시 사실을 인지시키려는듯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그렇다면…?"
"그래. 그는 워낙에 중립적이었지."
"하지만, 서원 철폐는 그의 왕권 강화가 목적 아니었나요?"
"그러면서 농민들의 지지도 얻으려 했을테지. 경복궁 축건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지만."

그의 대답이 조금은 흐트러진 듯 했다. 난 그의 논리를 깨 보고 싶은 반항심에, 그를 계속 몰아 붙여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면, 그건 민생안정과 상관이 없지 않나요? 그는 그 자신을 위해서 일한 것 뿐이잖아요?"
"아니야. 언제나 일에는 부가적인 요소가 따라붙게 되지."
"그건 또 무슨…?"
"간단하게 말하자면, 부가효과가 온다는 거지."
"왕권 강화와 함께 민심도 들어온다?"
"그래. 그것이 바로 답이야."
"……."

그러나 그의 이와 같은 조리있는 설명에 난 다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는 체념하듯 말했다.

"그건…, 어쩌면 정치가들의 운명일지도 몰라."
"네? 무슨 말씀이에요?"

계속 그의 말에 의문만을 나타내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깨끗한 정치가는 상류층과 하류층 모두에게 비난을 받지."
"흥선 대원군…. 이하응이 그 예인가요?"
"그는 한국 정치계의 마지막 실력자였다고도 하지."
"……."
"하지만 부패한 정치가들은 상류층의 편만을 들지. 당연히 하류층에게 비난받는거고."
"그렇다면, 저라도 부패한 쪽이 나을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한 쪽에서만 비난을 듣는 쪽이 낫잖아요? 양쪽보다는."
"그러나 세상은 그들이 흔히 말하는 하류층이 대다수다. 너의 자손을 버릴 셈이냐?"
"그렇다면, 전 하류층을 구제하는 쪽을 택하겠어요."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뾰족한 송곳은 망치로 쳐서 뭉그러뜨리는 법이야. 손이 찔릴 우려가 있거든."
"주위에서 견제당한다…. 이건가요?"
"그래."

전혀 방도가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결론은 단 하나. 난 그 '단 하나'의 결론을 힘차게 입으로 내뱉었다.

"그렇다면, 전 정치따윈 하지 않을래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1 코믹물[1] [5] 고구마 2004.01.15 1546
310 운명 (1-10) 아르크 영지 [2] - 싼타군 장편 판타지 소설 Santape99 2004.01.15 1184
309 코믹소설 실피르넷의 하루 1장 [6] 고구마 2004.01.15 1711
308 프롤로그가 묻혀버려서 충격으로 대략 씁니다 설정입니다. 천인전기 설정 [1] 眞아수라 2004.01.15 1377
307 오늘이 수요일이었을줄이야 (방학의 압박으로 날짜감각 상실..)천인전기 1화 (1)입니다. 眞아수라 2004.01.15 1046
306 천인전기 나머지 1화 내용입니다.(2) [2] 眞아수라 2004.01.15 1111
305 고구마의 무기도감 5page 고구마 2004.01.15 1934
304 아수라의 몬스터 도감 드래곤편(2) 크로마틱 드래곤들의 특징 [1] 眞아수라 2004.01.16 1634
303 아수라의 몬스터 도감 드래곤편(3) 메탈릭 드래곤들의 특징 [1] 眞아수라 2004.01.16 1325
302 천인전기 2화 엘루탄 영지 (1) [1] 眞아수라 2004.01.16 1098
301 천인전기 2화엘루탄 영지 (2) 眞아수라 2004.01.16 1149
300 오늘 마지막으로 올리는소설 글입니다. 잡담마지막은 아닙니다 -_-;; 엘루탄 영지 (3) 眞아수라 2004.01.16 2000
299 **죽지 않는 이야기[3]** [6] ☆慤.撚.童.子★ 2004.01.16 1252
298 운명 (1-11) 아르크 영지 [3] - 싼타군 장편 판타지 소설 Santape99 2004.01.16 1160
297 (자칭 코믹소설)실피르넷의 하루 [제 2장-1] 두둥!!! [7] 고구마 2004.01.16 2013
296 (3-2) 인생에서의 첫 시험 (초등학교) [6] ºㅁº)づ 2004.01.17 1615
295 Unknown-<나이트메어>-(2) [2] secret 2004.01.17 165
294 운명 (1-12) 아르크 영지 [4] - 싼타군 장편 판타지 소설 [2] Santape99 2004.01.17 1312
293 Silence Rhapsody <part.1> 침묵의 별 [4] 세이버 2004.01.18 1255
292 3화:제목미정 眞아수라 2004.01.18 1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