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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단편]아마도 미래는 내 손에

2005.03.02 02:15

케테스 조회 수:2917

아마도 미래는 내 손에. [지은이: 케테스]


#드르륵, 드르륵!
쇠와 쇠들, 톱 바퀴와 톱니들, 그리고 온갖 증기와 기관이 내뿜어지고 움직이는 소리가 요란한 곳. 이렇게 요란한 곳에서 일을 하는 나는 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야.
나보고 미쳤다고 할지도 모르겠다만-아마 대다수가 그러겠지-나는 세상을 움직이는 신이야, 정말이라고. 내가 이 세상을 만들었고, 내가 이 세상의 최초의 정의지. 내가 이곳에서 하는 일은 세상을 움직이고 사람들의 길을 돌보아주는 것이야, 아이 자랑스러워.
나는 벌써 이곳에서 일한지 2억년이 다되어 가. 이것은 정말이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느끼게 하기도 해. 이유인즉슨, 나는 그 긴 시간동안 혼자서 정말이지 벙어리처럼 단 한마디도 안하고 이곳에서 기관들을 다루고 사람들을 지켜보기만 했기 때문이지. 이게 무슨 느낌이냐 하면, 트럼펫을 잘 불지도 못하면서 불어대는 원숭이 30마리와 함께 원룸에 갇혀있는 느낌이지. 솔직히 그렇게 좋은 느낌은 아닐 거라는 걸 댁들도 아마 알고 있을 거야.
나는 알고 있다. 미래와 과거, 그리고 가장 중요한 현재라는 형체는 없어도 우리가 살아가는 시점과 그 시간의 사이사이는 나의 손에 달렸다는 것을.
#위잉, 드르륵! 철커덕, 철커덕, 철커덕, 쿵!
아침이다. 이제 해를 올려야할 시간이야. 나는 레버들을 당기고 밀고 해서 또 다시 열심히 기관들을 운동시켜. 나의 가엽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 해주는 고마운 기관들은 오늘도 아무런 이상 없이 잘해주고 있어. 고마울 뿐이지.
허나 약 80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인간들은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해. 도대체가 우주의 무엇이 그토록 궁금한 것인지, 이상한 물건들을 자꾸만 쏘아올리고 있었기 때문이야. 다행히도 나는 그것이 세상의 틀에 부딪히기 전에 얼른 집어내었고, 그것을 쏘아 올린 인간들에게는 내가 만든 가짜 정보를 보내주었지.
내가 보내준 정보가 거짓이기는 했지만 인간들은 기뻐하더군. 허나 요즘 나는 인간들의 발달된 문명에서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망원경’이란 것 때문에 괜스레 기관만 더 늘리고 쉴 틈도 없이 틀을 틀들 사이에서 돌리고 또 끼우고 지나게 해서 인간들의 생각에 맞춰주어야 해. 그들은 내가 보낸 거짓을 믿고 굉장히 흥미로워하거든.
그렇게 해서 어떻게 어떻게 여기까지 잘도 버텨오셨지. 허나, 모든 게 잘된 것은 아니다. 내가 아주 잠시 눈을 비운 시간마다 틀들이 맞추어지지 않아 그냥 검은 색으로만 보이는 곳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그것들을 인간들은 블랙홀이다 어쩐다 하면서 틀에 대한 의심 따위는 하지 않았어.
그 후로 나는 기관에 기관을 더하고, 기관과 기관을 연결해 한번에 여러 개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해놓았지, 후훗.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데, 가끔 나는 당황해 하기도 할 때가 있어. 신기하게도 몇몇 인간들은 나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런 인간들은 꽤 신기해. 대충 내용들은 자신을 도와달라든가, 보호해달라든가, 힘을 달라는 그런 내용들뿐이야.
내가 인간 세상에 귀를 기울여 듣기로는 그것을 ‘기도’라고 하더라고. 사람들은 자신의 나약함을 느끼거나 공포를 느꼈을 때 대부분 나에게 그 ‘기도’라는 것으로 목소리를 전하지. 허나, 그들의 말투로 보아서는 나에게 그것들을 이루어달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그저 세상을 움직이고 그들이 틀 밖으로, 굴레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할 뿐, 그런 일들은 하지 못해, 그래서 다 그냥 무시해버렸지.
그리고 한 가지 내가 톡톡히 당신들의 뇌리에 새겨줄 것이 있는데, 나는 인간들을 만들 때, 솔직히 나같이 힘도 세고, 엄청나게 똑똑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해서 나는 인간들이 멸종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 왜냐면 나는 모습만 나와 똑같이 만들었지, 다른 것들은 모두 다른 종들에 비해 철저히 뒤떨어졌거든.
그리고 내가 주지 않은 것 중, 딱 두개, 딱 두 가지는 인간들이 직접 찾은 게 있어. ‘영혼’과 ‘마음’이야. 나는 인간들에게 마음 같은 것은 준 적 없다고. 그저 ‘뇌’라는 것이 그들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게 해줬을 뿐이지.
그리고 ‘영혼‘말인데, 인간들에게 영혼은 없어. 그들은 죽으면 그걸로 끝이야. 그저 몸의 세포가 노화되어서 죽어버린 몇 킬로그램짜리 칼슘덩어리일 뿐이라고.
뭐, 그들이 맘대로 생각하게 놔두지 뭐. 사실 나도 내가 신인 줄 몰랐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그들이 나를 신이라 멋대로 칭하지 뭐야? 하지만 상관없어. 나는 그저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되니까.
근데 요즘은 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 지켜보는 소녀가 하나 생겼어. 뭐, 그렇고 그런 사람들처럼 나한테 그냥 기도하면서 이루어달라는 아이인데, 그 부탁이란 게 나를 보게 해달라는 거야. 처음에는 그냥 무시했지. 근데 날이 갈수록 그 아이의 소원은 강렬해져갔고, 나는 어느새 그 아이를 틈틈이 지켜보게 되었어. 게다가 그 아이는 날마다 나에게 자신이 그 하루 동안 겪은 이야기를 내게 해주는 거야. 뭐, 나야 이 위에서 할 것도 없고 하니까 들어주었지.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그 아이의 키가 거의 거의 어른만큼 컸을 때, 그 아이는 다시 한번 새로운 것을 부탁하기 시작했어.
글쎄, 나보고 찾아올 수가 없다면 천사를 보내서 자신의 사진 앨범을 가져가라는 거야. 하핫, 가져와서 뭘 어쩌라는 건지.
근데 그때쯤부터는 왠지 모르게 나도 그 아이의 얼굴이 궁금해졌지, 뭐야. 흐음, 한번 찾아가 볼까하고도 생각했어.
#우드드드드드드드득!
지금 나는 그 아이를 찾는 중이야. 구름과 구름 사이로 사알짝 내다보며 소녀의 기도가 전해지는 곳을 탐색 중이지.
소녀를 찾는 일은 쉽지 않더군, 그토록 찾았는데도-물론 시간이 날 때만-무려 해가 7300여 번이나 올랐을 때, 인간의 시간으로 대충 20여년이 지났을 때, 찾게 되었어. 어느새 소녀는 성숙한 아가씨로 자라있었지.
얼굴도 꽤 예쁘장한데, 집은 좀 가난한 것 같고, 왠지 혼자서 사는 것처럼 보여. 아앗, 또 기도하네? 으음, 아앗, 또 기도가 좀 바뀌었다.
이제는 나보고 편지 좀 보내달란다. 아, 예전부터 쭈욱 부탁했듯이 찾아와 주면 더 고맙겠단다. 흐음, 손에는 꽃을 들고, 정장을 입고, 문을 똑똑, 두들기고 들어와 자신에게 편지를 내밀면…좋겠단다.
좋기는 할 것 같네, 뭐. 하지만 곧 밤이 될 시간이라서 나는 곧 소녀에게서 눈을 떼고 또 다시 기관을 움직여 구름을 치우고 달을 올릴 준비를 하지.
아아, 오늘은 달이 소녀의 집을 환히 비추게 해야지. 소녀야, 내게 고마워해라.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네 집이지만, 내가 너의 집을 환히 비추리라.
어느새 세월은 흐르고 흘러 6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 뭐야. 그 동안 해가 진 것만도 20000여 번이 넘어. 근데 나는 그 60여 년 동안 그 소녀를 보지 못했어. 어떤 망할 인간들이 우주정거장인가 뭔가 하는 것을 쏘아 올리지 뭐야? 그래서 나는 그 60여년을 정거장 세우는 것을 방해하는데 써버렸어. 그것을 막으면서 계속해서 세상의 틀을 유지하기는 힘들었거든. 그래서 소녀를 볼 시간 따위는 없었어. 뭐, 다행히도 결국에는 또 다시 인간들에게 거짓정보를 보내는 걸로 끝내기는 했지만 말이야.
근데 이상하게도 6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소녀가 무지하게 보고 싶은 거야. 음음, 그래서 내일쯤에는 그 소녀를 보러 가게.
흐흠, 소녀가 옛날에 뭐라고 했더라? 정장을 입고 꽃을 들고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자신에게 편지를 전해달라고 했던가? 하핫, 까짓것 들어주지, 뭐.
나는 인간세상에서 어느 부잣집에서 몰래 정장 한 벌을 훔쳐서 빼입고, 내가 이 틀 속에서 키운 꽃들 중, 가장 아름다운 노란 장미와 파란색 안개꽃을 들고 무려 300000자도 넘게 쓴 편지를 꼬옥 손에 들고 소녀를 찾아갈 준비를 했어.
나는 또 다시 구름과 구름사이로 소녀의 집을 찾아 사알짝 쳐다보았어. 근데 예전에 비해서 너무 낡아 있더라고. 뭐, 상관없겠지. 아, 소녀의 기도다. 아주 오랜만에 들어보는 걸?
나는 구름으로 뒤덮인 기구를 타고 천천히 대지로 내려갔어. 다행히도 소녀의 집은 도시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멀리 떨어진 초원에 있었기에 아무도 내가 내려오는 것을 보는 이는 없었어.
땅에 내려오는 것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고, 또 소녀를 만날 생각에 그리 지루하지도 않았어.
나는 기구에서 내리자마자 얼른 소녀의 집으로 다가갔지. 근데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소녀의 집은 낡고 초라하게만 보였어. 음음, 내가 집을 새로 지어줘 볼까나.
#똑똑.
나는 소녀의 집에 도착해서는 소녀가 바라던 대로 꽃을 들고, 문에 노크를 했어. 그러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지.
“열렸어요, 들어오세요.”
왠지 좀 쉰 목소리였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고 들어갔지. 근데 내가 들어가자마자 본 것은 소녀가 아니었어.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헐고 아주 먼지가 착 달라붙은 흔들의자에서 팔에는 링거를 꽂고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힘없이 앉아 있는 할머니 한명이었어.
나는 소리 없이 할머니에게 다가갔지. 그러자 할머니는 잘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지. 그리고는 아주 깜짝 놀라는 거야. 그러더니 내게 말하더군.
“제…제 기도를 듣고…와주셨군요….”
그녀가 아주 환하게 미소를 짓더군.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그제야 그녀가 그 소녀라는 것을 깨달았지.
“…….”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어.
“어…언젠가는 올 줄 알았어요.”
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어.
“죄송하지만, 저는 신이 보낸 천사입니다. 이것을 전해달라더군요.”
나는 그녀에게 편지를 건네주었어. 그녀는 그것을 아주 천천히 손을 내밀어 받아보았지. 그녀는 편지를 받고는 쭈글쭈글한 얼굴로 아주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어.
나는 그녀가 편지를 받자마자 인사를 하고는 나와 버렸지. 그리고는 문을 닫고 문에 기대서는 한숨을 쉬었어. 후우, 내가 왜 내 자신을 신이 아니라고 말했을까, 그녀는 왜 저렇게 변해버린 걸까. 나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녀가 저렇게 변해버릴 줄을 꿈에도 몰랐어. 왠지 마음 한구석이 답답한걸, 인간들은 대부분 저 정도쯤 되면 곧 죽어버리거든. 아마 저 소녀도 예외는 아닐 듯싶더군.
나는 문을 아주 사알짝, 열고 그녀가 무얼 하나 보았어. 그녀는 내가 건네준 편지를 보면서 글글글, 소리를 내며 웃고 있더군. 아주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야, 하핫.
신은 절대로 너희들의 기도를 무시하지 않아, 항상 귀담아 듣고 있지.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정말로 아주 강렬하게 바란다면, 평생에 한번쯤 아마도 네가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져 있을 거야.
희망을 버리지 마, 너도 항상 열심히 믿고 기도한다면, 정말로 언젠가는 이루어질 거야. 정말로.
#푸쉬식, 푸쉬식, 드르륵! 쿵!
나는 오늘도 열심히 세상의 틀을 움직인다. 기관과 기관을 잇고, 인간들의 기도를 들어주고, 인간이 틀을 벗어나는 것을 막으며, 다른 때처럼 열심히 내 할일을 한다.
내게 변한점이 하나 있다면, 나의 기관 조종실 책상위에 한 소녀의 사진이 올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녀의 사진 밑 부분에는 나의 필체로 이렇게 써있었다.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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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방!!!!+ㅁ+
그나저나 로그인이 됫다말앗다 하네에=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