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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단편]파란지붕

2005.03.02 02:19

케테스 조회 수:4286

파란지붕
Written by-케테스

눈을 떴다.
새하얀 방.
좀 일어나보았다. 주위를 살펴보니 병실 같기도 했다. 난 침대 위에 눕혀져 있었던 것 같다. 손을 들어 이불을 걷어 내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손에 무언가 따뜻한 게 느껴졌다.
옆을 보니 한 아줌마가 내 손을 잡고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나는 살며시 손을 빼고는 일어나서 나가려고 했다. 근데 그 순간 아줌마가 깼다.
“으음….”
“…….”
난 일부러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몸을 굳혔다. 그리고 아줌마가 절대로 눈뜨지 않고 다시 자기를 바랐다. 하지만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어디 세상이던가.
아줌마는 눈을 뜨더니 나를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으로 몇 초간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나한테 뛰어 들더니 나를 안아버렸다.
“드…드디어 깼구나….”
아줌마는 나를 세게 껴안고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목소리는 행복감에 떨리고 있었고 나를 풀어 줄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는 듯이 더욱 세게 졸랐다.
“저…저기….”
아줌마는 내가 신음 소리를 내며 겨우 입을 열자, 그제야 나를 안고 있던 팔을 풀고는 말했다.
“그래, 뭐, 어디 아퍼? 응?”
너무나도 친근하게 들리는 목소리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하기도 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일어나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더니 약간 주춤 하더니 의사는 갑자기 뛰어 나가고 간호사들은 아줌마를 붙잡고 신나게 떠들었다.
“여사님, 축하드려요! 드디어 깨셨군요!”
“그래요, 고마워요. 덕분에 이렇게 깬 거 같네요. 제가 오늘 저녁은 의사하고 간호사들 모시고 좋은 곳으로 모실게요.”
아줌마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정말 기뻐했다. 나는 뭐가 그렇게 기쁜지 궁금해서 물었다.
“저…아줌마, 뭐가 그렇게 기쁘세요?”
그 순간 모두들 내 쪽을 쳐다보았다. 특히 아줌마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것도 설마 하는 표정으로.
“…….”
모두들 그렇게 말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이렇게 짧지 않은 시간동안 병실에는 정적이 흘렀고, 나는 머쓱해져서는 재차 물었다.
“저…저도 궁금해서 그래요. 뭘 그렇게 놀란 눈으로 보세요.”
“아…아니겠지. 그…그치? 응? 진짜로 그러는 건 아니지?”
아줌마는 갑자기 슬픈 눈으로, 입으로는 억지로 미소를 짓고는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그때, 의사가 환하게 웃으며 들어와 뒷북을 쳐대기 시작했다.
“하핫, 드디어 깨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이제 이틀정도 검사만 받으면 퇴원 하실 수 있겠네요!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하하핫, 하고 기쁜 듯이 웃어대는 의사를 아줌마가 닭똥같이 굵은 눈물을 똑 똑 떨어뜨리며 쳐다보았다. 그리고 간호사들은 슬픈 표정으로 벽에 붙어서 의사에게 현재 상황을 잘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얘…얘가 좀 이상해요. 나보고 아줌마래요…. 설마 아니겠죠?”
“…….”
의사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간호사가 고개를 들어 입을 뗐다. 의사는 간호사에게 무슨 말을-나는 무슨 말인지 몰랐고, 내가 모르는 단어였다. -듣고는 얼른 아줌마를 데리고 나가버렸다.
아, 도대체 여긴 어디야? 나는 그냥 다시 침대 위에 누워 버렸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5일 정도가 지나자 나는 병원을 나와서 다른 집으로 가게 되었다. 그때, 그 아줌마가 데리고 가는 것으로 보아 그 아줌마의 집인 것 같았다. 아줌마는 부자인 것 같았다. 차도 좋은 차로 날 모시고 가고 있으니까. 나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아줌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우리 어디 가는 거죠?”
“…….”
“당신 집에 가는 건 가요?”
“으읍, 큭.”
또 운다. 저 아줌마는 내가 당신이라고만 하면 운다. 이상한 아줌마다. 근데 그 아줌마한테서 왠지 모르게 따뜻한 느낌이 났다. 어디서 만났었나? 혹시 예전에 우리 옆집 아줌마?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차에서 나와 집을 한번 쳐다보았다. 어마어마한 집이었다. 집사에게 들어보니-집사까지 있었다. -155만평이란다. 히익, 이거 완전 마을 아냐? 난 입을 떡하니 벌린 채 집안으로 들어섰다.
하인들이나 하녀들이나, 집사들 모두 나를 아는 것 같았다. 모두들 나만 보면 공손히 인사를 했고, 너무나도 잘 대해줬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난 그들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역시 난 귀족의 피가 흐르고 있나 보다.
이집에 온지 며칠동안 그 아줌마를 못 봤다. 왠지 좀 걱정 되는데…. 나는 내 직속 하녀에게 물었다.
“저, 혹시 여기 집주인 아줌마 어디 가셨어?”
하녀는 고개를 공손히 숙이더니 아무 말도 안했다. 나는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는 방을 나와 식당으로 가기위해 미니카트를 타고 식당이 있는 쪽으로 운전을 했다. 그런데 식당으로 가는 길에 복도를 살펴보다가 한 방을 보게 되었다.
왠지 익숙했다.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들어갔다. 눈치 볼 필요는 없었다. 1주일 정도 지내면서 보니 아무도 내가 뭘 하든 상관 하지 않았다.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이 굴었다.
방안에 들어가 보니 마치 아이가 놀던 놀이터 같은 방이었다. 근데 그곳에 있는 장난감들을 보자 갑자기 마음 한 구석이 쓰려오더니 내 눈에서 물이 한 방울 새어 나와 피부를 타고 턱 아래에 맺혔다. 난 어느새 장난감들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마치 내 옛날 일들을 기억하려는 듯이 뭔가에 애쓰는 슬픈 표정으로….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내 방이다. 누군가가 날 옮겼나 보다. 난 일어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대충 씻고는 하녀에게 아줌마가 오셨는지 물었다. 하녀는 네 라고 간단하게 대답한 후, 나를 데리고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 가보니 아줌마가 먼저 식사하고 있었다. 내가 온 걸 모르는 듯이 그냥 무덤덤하게….
난 그런 무관심이 왠지 화가 나서 그냥 나도 같이 말없이 앉아 식사하기 시작했다. 근데 몇 분이 지나자 아줌마는 흐느끼기 시작했고, 또 다시 울면서 집사에게 위로받으며 식당을 나갔다. 으음, 내가 먼저 말을 걸 것을 그랬나?
어쨌든 난 즐겁게 식사를 마친 후, 이 저택 지붕 위로 올라가서 경치를 구경했다. 파란 지붕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니 마치 내가 신이 된 것 같았다. 저녁때 까지 나는 계속해서 지붕에 있었다. 그러다가 하녀가 가져다준 담요를 덮고 잠에 빠져들었다. 감기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또 옮겨놓을 것을 알기에….
며칠이 지났다. 벌써 5일 째 아무도 없었다. 내 뒤를 졸졸 따라 다니던 하녀도 어디론가 가버렸다. 에취, 에고…. 사실 5일 전에 난 지붕에서 그대로 하룻밤을 자버린 덕택에 감기에 걸렸다. 에구, 아무도 없나 정말?
3일 정도가 더 흐른 후, 발견했다, 누군가를. 하지만 쉽게 다가가지는 못했다. 집이 너무 넓어서 내가 못 찾은 거다. 이집에 딸려 있던 야구장에 하인과 하녀와 집사들의 시체가 불타고 있었다. 나는 얼른 저택으로 돌아가 아줌마 방으로 가 보았다.
아무 생각도 없다. 그저 운다. 아니, 생각은 있다. 하지만 무슨 느낌인지 표현할 수가 없다.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눈앞에 있는 아줌마의 모습을 보니 눈물 밖에는 안 난다.
아줌마는 죽어 있었다. 십자가에 피를 흘리며 묶인 채로…. 그리고 아줌마의 뒤의 벽에는 이렇게 쓰여 져 있었다. Ku Klux Klan…. KKK…. 약 2주일 전 나는 아줌마가 붙여준 과외선생에게서 하나 배운 게 있다. KKK라는 놈들이 있는데 그놈들은 인종차별을 하는, 백인만이 진정한 사람 중의 사람, 선택받은 종족으로 믿고 다른 피부색을 가진 인간들을 괴롭히는 미친놈들이라고 배웠었다.
나는 아줌마의 시체를 끌어 내려서 묻어 줄려고 했다. 근데 누군가가 오는 소리에 얼른 화장대 뒤에 숨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하얀 두건에 하얀 로브를 걸친 자들이 방안으로 들어와 아줌마의 시체에 불을 질렀다. 안돼! 제발…. 난 울분이 터지려 했지만 꾹 눌러 참았다.
“흐음, 이 년의 아들 새끼는 어디로 도망친 거야?”
“몰라, 그 놈도 죽여야 하는데…기억상실증에 걸려서 아무 기억도 못한다지만 거짓말 일 수도 있잖아? 하여튼 동양인 귀족의 거장을 죽였으니 이제 그놈들 찍소리도 못 내겠지.”
“하핫, 맞어. 이제 백인들이 모두 귀족이 되고 짱깨새끼들 다 쫓아내는 일만 남았어. 후우, 그나저나 이 저택 어마어마한데? 아직 숨어있는 새끼들이 더 있을 걸?”
“괜찮아, 며칠 후면 다 나오겠지.”
“그래, 이제 가자구. 케이티가 기다리겠어.”
“알았어.”
그들의 대화 내용을 듣고 하나 깨달은 게 있었다. 내가…아줌마 아들이라고? 난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울분을 터뜨렸다. 난 화장대에서 나와 아줌마 방 한 구석에 있는 소방용 도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유리를 깨자 삐익 삐익, 하는 소리가 크게 저택을 울렸다.
“어떤 멍청이가 집에다가 불을 지른 거야?!”
“아까 그 동양인 년한테 불 지른 것 때문인가? 가서 끄고 올게.”
“빨리 가서 끄고 와!”
한 명이 소화기를 들고 다시 방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는 오지 않았다. 2시간 정도가 흐르자 그제야 그의 얼굴이 저 불길 속에서 그의 얼굴이 보였다.
“어이, 불이 번졌잖아! 무슨 일이야!”
남아있던 사내가 소리치자, 그의 머리가 몸은 없는 채로 날아왔다. 그리고 뒤에는 한 남자가 한 손에는 소방도끼를 든 채 서있었다. 사내가 동료의 머리가 날아오자 놀라며 도망치려 하자, 남자는 다른 손에 들려있던 총으로 그를 쏴서 맞혔다. 사내의 머리가 공중으로 솟았다.
“…….”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울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뒤에서는 불길이 점점 크게 번지고 있었다.
저택이 불타고 있었다. 155만평이나 되는 땅이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KKK집단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성문을-엄청나게 거대한 문. 성문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 제어하는 곳을 마구 부셔 놓아서 어떻게 열수도 없고 그냥 저택 안에서 타죽는 수밖엔 없었다. 아마도 대피하는 비밀 통로 같은 것이 있었을 테지만, 열쇠는 집사에게 있었는데 열쇠가 집사와 같이 연기가 되어 사라졌기에 어떻게 통로를 열수도 없었다.
그렇게 저택이 불타오를 때, 나는 저택에서 이미 나와 있었다. 나는 절뚝거리며 화상 입은 몸으로 초원을 헤맸다. 하녀가 있었다면 얼른 치료해줬을 텐데…. 아줌마, 아니 엄마가 계셨다면 무슨 일이냐며 야단을 떠셨을 텐데…. 이제는 다 없다. 모두 갔다. 나는 불길에 타서 구멍이 뚫린 목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로 중얼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엄마, 엄…엄, 엄마…. 나…나…어, 어떻게…. 나, 진짜…. 엄….”
그렇게 헤매다가 나는 무언가를 밟고 넘어졌다. 그리고 목에 무언가가 걸쳐지면서 숨이 막혔다. 석양이 보였다. 그리고 벚꽃나무가 보였다. 붉은 석양빛에 물든 벚꽃나무를 바라보았다. 숨이 막힌 지 좀 되자 이제 더 이상 괴롭지 않았다. 화상 입은 얼굴도 더 이상 안 아팠다.
마지막으로 엄마나 봤으면…. 난 다음 세상 따위는 믿지 않는다. 정말이지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행복 하고 싶다. 엄마가 보고 싶다. 그동안에도 제대로 못 봤는데…. 만약 다음 생에도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그대로 엄마의 아들이기를…. 정말로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파란 지붕의 저택에서 머물기를…. 그때가 되면 파란 지붕의 집에서 엄마와 행복하게 지내기를…. 그때 가서는 정말 다정한 목소리로 불러볼 수 있기를…. 엄마라고…. 그렇게 영원히 평온하게 살기를…. 영원히….

며칠 후, 한 동양인 남자의 시체가 밀립꾼들이 설치해놓은 함정에 걸려 목이 매여 죽었다는 뉴스가 나돌았다. 그리고 한 저택에서 대충 300이 넘는 숫자의 사람들이 타죽었다는 뉴스도 나돌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밀렵꾼들을 없애라는 데모운동을 벌이게 되었다.
아무도 한 동양인의 죽음의 이유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만약 저세상이 있다면 지금쯤 그는 행복한 모습으로 자신의 어머니에게 못 다한 효도를 하고 있겠지. 영원히…그의 소원대로….

집이 있었다.
파란 지붕의 집이 있었다
하얀 벽 속에는 빛이 있었고
집에는 늘 한 여인이 머물었다.
여인은 네게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주었고
항상 내게 정을 베풀었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부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홀로 쓸쓸히 지붕 위에 앉아
수평선을 감상하며
떠오르는 과거 생각에
혼자 웃다가 혼자 울며
그러다 잠들었다.

그녀는 오지 않았다.
점심때 까지 기다려도 없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나는 바보다.
없으면 기다린다.
그것 외엔 할 줄 아는 게 없다.
오늘도 난 웅크리고 혼자서 울고 있다.

사실 난 기억의 일부분을 잃어서
몇 가지 기억을 못하는 게 있다고 의사가 말했다.
그리고 어떤 여인이 나를 붙잡고 울더니
나를 이 집으로 데려 왔다.

처음엔 내가 모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그녀만 보면 뭔가가
가슴 속에서 솟았다.

내가 그녀를 당신이라고 부를 때마다
울음을 터뜨렸던 그녀.
이제는 알겠다, 누군지.
이제야 알다니 바보다, 나는.
이제야 불러본다, 이미 가고 없는 이때에.
어머니.

이미 가시고 없다.
난 바보였다.
좀 빨리 기억했으면
더 나앗을텐데.
전 오늘도 당신이 없어
혼자 눈물샘을 쥐어 짭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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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이건 거의 1년전에 쓴거라서 그다지 잘 쓰진 않았지만...
뭐, 어쨋든 연속3개 올리고 케테스는 이만...=ㅁ=[작가방~>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