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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단편]선의 정의

2005.03.13 19:55

케테스 조회 수:3894

ㅇ그럼 이야기 시작하기전에 간단한 농담부터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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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내다 보았다...

그리고 나는 놀랐다!

신발이 날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환호하며 외쳤다!

"앗싸! 신 나는 구나!" [신이 날으는 구나= 신이 나는 구나=신 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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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__)
그럼 본스토리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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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정의 [지은이: 케테스]


평범한, 아주 평범한 세계. 아침이 되면 얼굴을 씻고 밖에 나가 자신들만의 할일을 하고, 세월이 지나면 자식과 함께 살아가며 사랑을 베풀고, 더 나아가서는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그런 평범한 세계.
우리는 원했다, 그런 세계를. 허나 신은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어두운 것들로 가득 차있다.
“꺄하하핫, 신난다, 신나!”
오늘도 한명, 매일매일 마을마다 한명씩 미쳐가고 있다. 그들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할 정도로 심하게 미쳐서 날뛴다.
“하핫, 너와 나, 우리의 연관되는 핏줄 속에 염소가 날아든다! 꺄하하하!”
마을 언덕을 뛰어다니며 무엇이 그렇게 신나는지 아주 동네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러대는 저런 미친놈들…이제는 지쳤다. 그들도 지쳤으리라 믿는다.
“아하, 기분이 좋구나!”
별로 남지도 않은 마을 사람들, 그들은 악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신의 거룩한 손길로 안전이 보장된 교회에 머물러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가면 모두 저 미친놈들에게 당할 뿐이다. 우리는 저 미친놈들을 디지스(Disith)라고 부른다.
지금 세계는 악마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우리 인간들은 나약함의 쓴 맛을 느끼며 신의 품안으로 숨어드는 수밖에 없다.
허나 우리는 지금부터 싸우려 한다. 신의 보호 아래에서, 신의 가호를 믿고, 성직자들을 앞세워서, 우리는 싸우려 한다.
오늘이 첫 전투가 될 것이다. 나는 커다란 망치를 집어 들었다. 사람들 모두 망치나 다른 둔기를 집어 들었다.
달빛이 오늘따라 서늘한 느낌을 준다. 몸에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모두들 긴장했다. 곧 교황청에서 전 세계에 악마에 맞서겠다는 포고를 내리는 순간, 우리는 출전한다.
과거 평범한 농부이거나 다른 일들을 하던 모든 평범했던 자들, 그들 모두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전사가 된다. 그들의 손에는 농기구나 펜 대신 무기가 들려있었다. 악마에게 맞서 싸울 무기 말이다.
#다가닥, 다가닥.
누군가가 저 멀리서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다. 아마도 교황청에서 보내온 사람일 것이다. 그는 디지스들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겨우겨우 우리가 있는 교회까지 올 수가 있었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우리 마을 시장에게 어떤 편지를 하나 내밀었고, 그것을 받아든 시장은 받자마자 꺼내서 읽어본 후, 우리 쪽을 돌아보았다.
“여러분, 드디어 시간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우리가 출전하나 보다. 왠지 모를 긴장감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무슨 소식일까? 시장은 말을 타고 온 자를 내세우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이 편지를 가지고 오신 이분이 바로 오늘 우리와 함께 악을 물리치실 베스티즈 단원이십니다!”
갑자기 사람들의 얼굴이 환해지면서 서로 기뻐하기 시작했다.
베스티즈, 그들은 바티칸에서 세계의 딱 1%밖에 없다는 신의 가호를 받은 자들이다. 그들의 주위에는 어둠이 다가갈 수 없었고, 그들의 머리에는 항상 후광이 있었다.
허나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베스티즈란 자는 후광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알아챈 한 마을에서 유명한 학자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잠깐, 저 사람은 후광이 없잖소!”
참으로 잘도 꼬집어 냈다. 시장은 그의 발언에 베스티즈의 단원이라고 밝힌 자를 한번 보더니 우물쭈물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시 한번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때, 그 이방인이 앞으로 나섰다.
“ 예, 당신의 말대로 저는 후광이 없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약간 고음이어서 듣는 자로 하여금 표정을 약간 찌푸리게 했다. 그는 말을 더 잇기 전에 얼굴에 덮여져 있었던 로브를 젖혔다.
“으윽….”
“아….”
드러난 그의 얼굴을 본 마을사람들은 갖가지 탄성을 자아냈다. 로브를 젖혀 환히 드러난 그의 얼굴은 파란색 피부에 온통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그는 마을사람들의 그런 혐오감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을 이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자격으로 베스티즈가 되었습니다.”
모두들 그의 끔찍한 얼굴만큼이나 알 수 없는 말에 어리둥절했다. 베스티즈가 무슨 다른 자격으로 될 수 있었던 것인가? 그럼 농사 잘 지어도 베스티즈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어진 그의 말은 우리로 하여금 ‘오, 주여.’를 우리도 모르게 내뱉게 할 정도로 신앙에 금이 가는 소리였다.
“저는 신과 친구 사이입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든지 그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죠. 대가로 얼굴이 이렇게 되었지만요…. 참고로 저는 현재 베스티즈 단원의 총지휘자입니다.”
“저런 호박을 말려서 입에다가 쳐 넣을 자식을 보았나….”
“저런 천하의 신을 모욕한…어쩜 저렇게….”
“오, 주여…. 저는 저 자를 모릅니다.”
마을사람들은 다시 한번 여러 탄성을 자아냈고, 몇몇 사람들은 혹시라도 받을 벌이 두려워 벌벌 떨며 그 자를 욕했다.
하지만 베스티즈 총지휘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사람은 씨익 웃어 보이며 자신의 소개를 마쳤다.
“저의 이름은 리안, 현 바티칸 다크마스터의 형제입니다.”
다크마스터, 그 이름을 듣자마자 나는 깜짝 놀랐다. 다른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내 알바 아니지만 다크마스터라면 바티칸에서 30년마다 한번씩 뽑는 악과 선의 사이에서 중계자 역할을 하는 자다. 그가 누구이고 어떤 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린 아이일 수도 있고 다 늙어빠진 할머니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가 누가 되었건 간에 만약 다크마스터가 되게 된 자는 엄청난 신앙적 권력을 갖게 된다.
허나 다크마스터는 보통사람들의 귀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근데 저 자는 아주 쉽게도 입에서 다크마스터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나야 예전에 신학공부를 했었으니 안다만….
“지금으로부터 20분 후, 우리 모두는 출전 할 것입니다. 일단 전술을 모두에게 알려 드리겠습니다. 한분도 빠짐없이 듣고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그의 말에 모두 귀를 기울이고 조용히 집중했다. 어느새 분위기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일단은 지금 우리에겐 저를 포함해서 성직자가 9명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들 한명마다 무기를 든 자들이 20명에서 25명까지, 그리고 음식을 가진 사람3명이 같이 움직일 것입니다. 각 성직자마다 제게서 받은 번호가 있고, 그들은 각각 맨 앞에서 먼저 달려 나가서 싸울 자들과 힘에 붙이면 뒤에서 공격할 자들과 후반쯤에 쳐들어갈 자들, 이렇게 네 부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모든 작전은 성직자들이 알아서 할 테니 당신들은 그저 성직자들만 잘 따라다니면 됩니다. 만약 길을 잃었을 경우에는 혼자서 알아서 생존해보시기를….”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한 여자아이가 들고 있던 물통에서 물을 마신 후, 말에 올라타더니 안전지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외쳤다.
“모두 자기가 맡은 자들을 데리고 안전지대에서 나와 나를 따르라!”
나는 아무도 내게 누구를 따라가라고 가르쳐준 적이 없어서 당황해했다. 근데 그럼 나의 기분을 알았는지 리안이란 자가 외쳤다.
“아직 지령을 받지 않은 자는 나를 따라오도록!”
모두들 선봉에 서고 리안을 따르게 된 사람은 나를 포함해 겨우 다섯…가다가 죽지나 않으면 다행인 숫자였다.
“우아아! 죽어라, 이 어둠의 근원들아!”
선봉대가 벌써 디지스와 격전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비명소리, 그리고 함성소리가 섞여서 들려왔다. 뒤에서 나아가 싸우기만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공포에 질리기 시작했다.
사람이 최대한 힘을 발휘하면 맨주먹으로 바위도 부수고 코끼리 10마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다고 나는 옛날에 어떤 교수한테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근데 디지스들은 미쳐서 그런지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의 최대까지 발휘가 가능했다. 그리고 아무리 무기를 든 우리지만 밀리게 되었다.
우리는 겨우 200명도 안되는 숫자, 허나 적은 50명도 안되는 숫자지만 일백당이나 다름없는 멤버들이라서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모두 전멸, 정말 뭐같이 발악한 우리는 별 한 것도 없이 모두 전멸했다. 대부분이 죽었지만 몇몇은 그저 치명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곧 죽을 게 뻔했다.
나는 다행히도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나의 팔과다리는 저 멀리 한 디지스가 자신의 목걸이로 쓰고 있었다. 하핫, 정말 슬픈 일이지만 나는 웃는다. 근데 그 리안이란 자가 한 말이 사실이었나 보다.
지금 그는 그의 곁에 다가오지 못해 안달이 난 디지스에 둘러싸인 채,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누군지 자세히 보려 했다. 허나, 나의 그럼 나의바램에도 불구하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선지 오히려 시력이 점점 더 흐려져 갔다.
그때, 그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하하, 리안님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로군요. 날씨가 안 좋아서 불행하긴 하지만요.”
“호오, 그동안 무슨 나쁜 짓을 많이 했기에 그렇게 살이 찌셨나?”
그들의 대화가 들리자 나는 리안과 대화하는 자가 누구인지 더욱더 궁금해졌다.
“하하, 보시다시피…. 지금 이 세계 곳곳의 이런 악령들을 다루느라 피곤해 죽겠지만 그들이 일을 열심히 해줘서 덕분에 이렇게 잘 살고 있답니다.”
“하핫, 그래? 하지만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저 위의 높은 분이 이제 그만 다시 물러나라는데?”
리안과 대화하던 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변했다. 아마도 리안이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해서인가 보다.
“그 분이라면?”
리안은 그런 그의 퉁명스러운 말투에도 환한 목소리로 답했다.
“하핫, 신이지. 그분밖에 더 있나? 이제 너 같은 악마들은 빠질 때가 된 거야.”
악마? 리안은 지금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를 악마라 불렀다.
“흐음, 뭐, 20년이면 그래도 꽤 많이 지배한거죠. 그래서 그 분이 우리를 어떻게 벌하신다고 했죠?”
리안은 씨익 웃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뭐, 옛날과 마찬가지로 벌 같은 것은 없겠지.”
그 말을 들은 순간, 나의 머릿속에 엄청난 혼란이 왔다.
‘벌이 없다고? 지금 저자는 어째서 악마와 싸우지 않는 거지? 신은? 신은 어디에?’
나는 피를 너무 흘려서 거의 죽어가는 몸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외쳤다. 그만큼 나는 분하고 너무나도 원통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버…벌은! 크억, 우웁, 어…어째서 벌을…내리지, 웁! 내리지 않는…거야! 푸헉!”
나는 찢어진 성대 때문에 피까지 토해가며 사력을 다해 외쳤다. 허나 어느새 나에게 다가온 리안은 나의 입을 걷어찼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해준 말은 인간에게 있어서 너무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었다.
“신은 절대로 악마를 없애거나 벌하지 않아. 악마가 있어서 자신이 성스러운 존재로 남을 수 있거든.”
그리고 그와 악마는 내 주위에서 소리 내어 웃으며 나를 비롯한 모든 인간들을 비웃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힘들고 이해하기 어려운 삶의 종점에 가까워졌다.
나는 한이 맺혀서라고 살려고 발악을 했지만 너무나 지친 나의 몸은 이제 쉬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고, 결국 나는 의식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앗싸! 신나는구나!”
저 멀리서 눈물을 흘리며 뛰어다니는 미친 디지스들…. 예전엔 저렇게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차라리 미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저 악마에게 영혼을 판 디지스들이 우리보다 현명할지도 모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