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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단편] 행복한 인형가게의 주인


이곳은 프란시아의 블론드 마을 광장. 마을 광장 귀퉁이에 있는 가게에는 ‘행복한 인형가게’ 라고 쓰인 간판이 달려 있었다. 인형 가게라는 걸 알려주려는 듯이 쇼핑윈도우에는 여러 가지의 인형들이 하나같이 미소를 지은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창 밖에는 아이들이 신기한 듯이 창 너머에 있는 인형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고 평범하게 생긴 청년이 나왔다.
그는 아이들에게 손짓을 하여 오라고 하더니 사탕과 과자를 나누어 주고는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엄마나 아빠께 조르고 떼쓰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받은 사탕과 과자를 입에 미어터지도록 집어넣으며 고개만 끄덕였고 청년은 빙그레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인형들에 몰두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개업 기념으로 안에 들어가서 갖고 싶은 것 한 개씩만 골라서 가져. 물론 돈은 필요 없단다.
아이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뜨더니 서로들 눈치만 살피기 시작했다.
-어쩌지?
-정말로 가져도 되나?
-혹시 나중에 돈 받으러 오면 어떻게 해?
그때 한 여자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귀엽게 생긴 토끼인형을 하나 가지고 나와서는 집 쪽으로 달려갔다. 그 아이가 가자 다른 아이들은 망설일 것도 없이 모두 들어가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한 개씩 골라 손에 들고 나왔다.
인형을 가지고 가는 아이들에게 청년은 말했다.
-다음부터는 꼭 돈 내고 사야한다.
아이들은 순응 한다는 듯이 손을 세차게 흔들며 사라져 갔다. 아이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던 청년은 가게 문에 달려있는 표시판을 ‘OPEN’이라는 단어가 앞으로 보이도록 해놓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한 아이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 아이는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한 노움 인형을 들고는 청년에게 다가왔다.
-이거… 얼마 예요?
청년은 싱긋 웃으며 아이가 들고 있던 인형에서 가격표를 떼어 내고 건네주면서 말했다.
-100셀린이지만 오늘은 개업 기념으로 세일해서 70셀린이다.
아이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세어 보더니 안색이 안 좋아 졌다. 청년은 돈이 모자라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꼬마에게 말했다.
-모두 얼마니?
-49셀린이요…….
청년은 싱긋 웃더니 말했다.
-아까 넌 그 아이들 사이에 있지 않았구나. 오늘 개업 기념이라서 첫손님들은 무료야. 물론 꼬마만 말이지.
청년의 말을 듣자 꼬마의 표정은 밝아 졌다. 꼬마는 인형을 들고 나가려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저… 아저씨.
-아저씨가 뭐냐? 형이라고 불러.
-저… 형.
-왜?
-하나만… 하나만 더 가져가도 돼요?
청년은 황당해하며 물었다.
-왜? 더 갖고 싶은 게 있니?
-아뇨….
-그럼?
-제 여동생것도…….
청년은 꼬마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청년은 꼬마에게 의아해하며 물었다.
-네 여동생은 왜 같이 안 왔니?
꼬마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슬픈 표정을 하고는 말했다.
-제 동생은 아파요… 그래서 병원에 있어요. 치료를 받고나서 좀 나아졌지만 살 수 있을지는 몰라요.
청년은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래… 그럼 하나 더 가져가거라.
그 말을 듣자 아이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대신.
‘대신’이란 단어가 나오자 꼬마는 움찔했다. 그리고 청년은 싱긋 웃더니 말했다.
-2개 더 줄 테니 2개 다 여동생 갖다 줘야 한다.
꼬마는 그 말을 듣고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청년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 다른 이유는 없어 그저 난 네가 네 거랑 그 아이 것 2개 전부 줄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너도 하나 갖고 네 여동생은 2개 주라고… 대신 네 것도 주면 안 된다.
잠시 후 꼬마가 포장된 인형2개와 멋지게 생긴 전사인형을 들고 가게를 나가려다가 문득 무언가가 생각난 듯 멈춰서는 뒤를 돌아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청년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자 청년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아니 형은 왜 인형가게를 차렸어요?
청년은 아까처럼 싱긋 웃어 보이더니 말했다.
-내 여동생이 인형을 좋아하거든, 그래서 퇴원하면 인형들을 많이 보여 주려고.
꼬마아이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다.
-형 동생도 아파요?
-그럼, 많이 아프지. 하지만 이젠 걱정 없어. 수술비가 모였거든.
-수술비요?
-그래, 수술비. 아무리 어떤 병이라도 고칠 수 있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거란다. 좀 비싸지만….
아이는 청년을 몇 초 정도 바라보다가 다시 돌아서 가게를 나갔다. 아이가 나간 후, 청년은 표시판을 ‘CLOSE'라고 쓰인 부분을 앞으로 해놓고는 가게 불을 껐다. 그리고 그 주위에 있는 가게들도 거의 동시에 꺼졌다. 그리고 세상은 어둠으로 뒤덮이고, 세상은 조용해졌다.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다음 날 아침, 청년은 자신의 여동생이 있는 병원으로 갔다. 청년의 양팔과 양손에는 인형들이 꾸역꾸역 들려 있었다. 그는 익숙하게 병실 모퉁이 쪽의 입원실 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문을 살짝 열어 그 사이로 머리만 쏙 넣었다.
그 병실 안에는 작은 여자아이가 파란색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는 두리번거리다가 여자아이를 발견하고서는 미소를 지었다.
-안녕, 오랜만이지?
아이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얼굴이 밝아졌다.
-오빠!
청년은 천천히 걸어 자신을 보고 놀라는 여동생에게 다가갔다.
-요즘 몸은 어때? 많이 괜찮아 졌어?
-으응, 꽤.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어.
-그래, 그럼 된 거야.
청년은 싱긋 웃었다. 그 아이도 따라서 싱긋 웃었다. 청년은 그렇게 여동생과 잡담을 나누다 무언가가 생각난 듯 손가락을 튕기더니 갖고 왔던 인형들을 자신의 여동생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자, 선물. 퇴원하고 나면 매일 보게 될 거야. 오빠가 인형가게 차렸거든.
-정말?
-그럼~ 정말로. 그리고 우리 밀레이도 곧 나을 거야. 수술만 받으면 다시 예전처럼….
-오빠, 벌써 수술비 다 모았어?
-응.
-어떻게?
-아빠가 주신 그거 있잖아… 유품… 그거 팔아서….
여자아이의 얼굴에 슬픈 기색이 역력히 지나갔다.
-오빠… 그건….
-알아… 그게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하지만 그것보단 네가 더 중요해.
-…….
-빨리 나아서 퇴원하면, 같이 예전처럼 열심히 일해 돈 많이 벌어서….
-…….
-다시… 사면되잖아….
밀레이는 말이 없었다. 그 둘은 잠시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밀레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맞다 오빠, 할머니는 괜찮으시지?
-…….
할머니는 밀레이가 입원하고 나서 약 한달 후 돌아가셨다. 청년은 그 사실을 차마 동생에게 알릴 순 없었다. 밀레이가 얼마나 할머니를 좋아했는데… 친할머니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밀레이에게 있어서는 친할머니와도 다름없는 분이셨다. 게다가 그분은 자연사도 아닌 술 취한 자기 자식한테 얻어맞아 돌아가신 것이었다.
-돌아… 가셨어?
-…….
-하‥ 할머니… 돌아가셨어?
-…….
밀레이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알지 않았으면 했는데… 밀레이는 할머니에 대한 소식이 너무나도 궁금했나 보다.
-우‥ 우웁…. 오빠… 나… 토… 토할 것 같아…!
-뭐, 뭐?
-웁!
갑자기 구토증세를 일으키는 동생을 보고 청년은 당황했다. 그러다가 다시 한번 구토를 하자 청년을 정신을 차리고 병실 침대 위에 있는 빨간색 종을 울렸다.
#딸랑 딸랑
맑은 종소리와 함께 잠시 후 곧 바로 간호사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간호사가 조급하게 물었다.
-미‥ 아니 이 환자가… 이 환자가 증세가 이상해요!
간호사는 밀레이에게 다가와 맥을 짚어 보더니 뒤에서 지켜보던 간호사에게 말했다.
-어서 아무 의사 분 좀 모셔와!
-예!
간호사들이 나가고 밀레이의 맥을 짚던 간호사가 밀레이의 아랫배를 세게 꾹 눌렀다. 그러자 밀레이가 연신 구토를 하더니 이내 검은 핏덩어리를 토해냈다.
-우웁!
그것도 부족했는지 밀레이는 다시 구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의사가 들이닥쳤다. 그리고 의사를 부르러 갔던 간호사가 의사와 함께 들어오며 말했다.
-지금 의사 선생님이 딱 한 분밖에 안 계셔서….
-괜찮아, 잘 했어!
의사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환자는?!
-여… 여기!
간호사는 의사가 진찰할 수 있도록 밀레이에게서 비켜주었다. 의사는 밀레이의 배에 통을 들이대고 소리를 듣더니 표정을 굳혔다.
-으음… 아무래도 수술기간을 너무 밀어 온 것 같군. 당장 수술 시켜야겠어.
청년은 의사에게 다가갔다.
-수… 수술비는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다면 수술시켜 주십시오.
-알았네, 간호사 이 환자 주위에 천막을 치고 수술실에서 보조 간호사들을 불러오게.
-예.
청년은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의사와 간호사3명이서 밀레이 주위에 천막을 치더니 수술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30분이 지나자 의사가 잠시 나오더니 장갑을 바꿔 끼며 열심히 기도 중이던 청년에게 말했다.
-아, 수술이 잘 되고 있네. 이제 한 10분에서 15분이면 다 끝날 걸세.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나도 돈 받고 하는 일인데….
청년은 진심으로 고마웠다. 물론 막대한 양의 수술비를 떼먹히긴 했지만 그래도 밀레이가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리고 의사가 다시 들어가고 나서 5분 후… 갑자기 건장한 사내 3명이 들어왔다. 그리고는 수술용 천막을 집어 던지더니 의사 팔목을 붙잡고 밀레이 침대의 옆 침대에 앉혔다. 그리고 한 귀부인 뒤에는 한 귀족 아이를 든 사내와 같이 의사에게 다가왔다.
귀부인은 의사 앞에 멈춰 서더니 뒤의 사내에게 아이를 침대에 올려놓으라고 시키고는 의사에게 말했다.
-흐음, 지금 이 병원에  당신 외에는 의사들이 모두 바쁘더군요.
의사가 화난 얼굴로 반박했다.
-이게 무슨 짓이오. 나도 지금 수술 중이란 말이오! 어서 수술을 계속하게 해주시오!
의사가 반박하자 귀부인은 거만하게 내려다보더니 의사를 비우었다.
-흥, 겨우 월급으로 먹고사는 공무원 의사주제에 감히 그루논 백작의 안부인에게 존대를 붙이지는 못할망정, 감히 화를 내? 다른 의사들과 같은 꼴이 되고 싶은 게냐?!
-…….
-흥, 겁먹었나 보군. 어쨌든 그건 됐고 내 아들놈 좀 살펴봐. 얘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지 뭐야?
-…….
-왜 대답이 없어?!
의사는 화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수술 받던 밀레이 쪽으로 가더니 귀부인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술 받던 환자부터 수술을 끝낸 후 살펴보겠소. 이쪽이 더 급하니….
-이익!
귀부인이 갑자기 화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뒤에 있던 사내에게 손짓을 했고, 순간, 의사의 머리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사내가 대검으로 의사의 머리를 쳐낸 것이다.
청년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넋을 잃고 있다가 다시 동생을 바라보았다. 동생은… 죽어가고 있었다. 하얀 공기 주머니가 입에 물려져 있던 동생은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에잉, 멍청한 놈. 나 그루논 백작 부인은 천민에게 두 번 묻지 않아. 이봐, 내 아들 다시 모셔라. 조심해! 다치지 않게. 저 더러운 천민 하나에 목숨을 걸다니… 멍청한 놈.
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청년을 보았다. 청년은 넋을 잃고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귀부인은 여자아이와 청년을 훑어보더니 피식 하고 비웃었다. 그리고 그때, 밀레이가 갑자기 숨을 멈추었다. 신체 내부를 열어 놓고 너무 오랫동안 방치한 것이었다. 귀부인은 숨을 멈춘 아이를 보고는 나가려다 멈추었다.
-이런… 재수 없게… 왜 하필 내 앞에서 죽는 거야? 재수 없어.
귀부인은 다시 문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리고 순간 청년은 머리가 띵 해지더니 옆에 있던 컵을 깨뜨리고는 갑자기 귀부인에게 돌진했다. 그리고 귀부인이 뒤를 돌아보고 놀라자 귀부인 옆의 사내가 칼 손잡이로 청년의 배를 치고는 주먹으로 병실 끝까지 날려 버렸다.
청년은 벽에 부딪히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동생에게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청년이 동생에게 다 다가가자, 귀부인은 인상을 쓰고는 나가버렸다. 그녀가 나가고 나서 밖에서 이런 말소리가 들렸다.
-다른 의사들이나 좀 찾아봐.
청년은 동생의 손을 잡고 울부짖었다. 크히익! 소리가 밖에 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났다. 주위의 보조 간호사들은 슬슬 병실을 빠져 나오고 청년과 밀레이의 시체만이 그곳에 남았다.
-미‥ 밀레이… 크힉! 미‥ 밀레이… 미안… 주… 죽지… 마, 크읏!
청년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는 힘이 없어 의사가 죽는 순간에도, 그리고 밀레이의 수술이 강제적으로 멈추어 질 때도 그는 가만히 있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화가 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능력한 자신에게… 그리고 밀레이의 수술을 너무 미룬 자신에게 화가나 그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때, 문이 다시 열리더니 아까 그 귀부인과 같이 있던 사내 중 한명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피가 잔뜩 묻은 대검이 들려 있었다. 그는 청년에 다가오더니 말했다.
-…?!
-내 주인께서 병원의 모든 사람과 환자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그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대검을 들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너 또한 예외는 아니기에… 내 탓은 마라.
그가 대검을 위로 쳐들었다. 그가 대검으로 청년의 몸을 내리치려는 순간, 청년이 광소를 터뜨렸다.
-끄하하하하하하하핫! 크핫, 크하핫,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카하하하하하!
사내는 웃음을 무시하고서는 그냥 내리쳤다. 아니, 내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공중에서 실 같은 것이 내려와 자신의 살 위에 구멍을 내고는 틀어 박혔다. 그리고는 실이 당겨져서 그는 마치 인형처럼, 아니, 인형이 되어 버렸다.
같은 시각 귀부인은 병원의 모든 사람을 죽이고서는 의사한명만 살려서는 자신의 아이의 배를 살피게 하는 중이었다. 그때, 공중에서 실 같은 것이 내려와서는 그곳의 모든 사람들의 살에 구멍을 내고서는 틀어 박혔다. 그리고 귀부인이 제일 먼저 비명 질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크어억!
-크읏!
-푸허엇!
각기 비명을 지른 그들 또한 아까의 그 사내처럼 인형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인형이 된 그들과 함께 청년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 다음날 오후….
병원은 무너져 있었고 그루논 백작의 집은 습격을 당했는지 저택이 온통 불살라져 있었다. 이상한 점은 시체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인형가게’는 비어 있었고, 그 안에는 단 하나의 인형도 없었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이상하게 여겨 교황청에 악마의 소행이 아니냐는 전갈을 보냈지만 교황청에서는 아무도 나와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 병원과 타버린 저택은 저주 받은 장소라 알려지고 그곳은 폐쇄 되었다. 사람들은 그 곳에는 절대 가지 않았고 가끔 헌터나 여행자들이 혹시 돈 될 거리는 없나 하고 들리는 게 다였다.


‘여긴… 어디지? 내가 왜… 여기에….’
밀레이는 눈을 떴다.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환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입고 있던 환자복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지금 그녀는 잘 짜여진 분홍색과 빨강색이 조화를 이루는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누가 봐도 귀족가의 아가씨 같아 보였다.
그녀가 주위를 살피려고 할 때, 바로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든 겁니까?
밀레이는 입으로 누구냐고 물으려고 돌아봤다. 하지만 햇빛이 비추어져서 그녀는 옆의 사람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누구세요?’ 라는 말이 나오려는 순간 그 사람이 밀레이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
밀레이는 그 사람의 도움으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주위는 새까맣게 타 있었고 주위를 확인한 그녀는 얼른 자신을 일으켜준 사람을 확인해 보았다. 그 사람은 여자였고 그녀는 회색로브를 입고 있었고 로브의 두건 부분은 뒤로 젖혀져 있어서 밀레이는 그녀의 얼굴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인상은 부드러웠고, 미소를 짓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왠지 부드러워 보였다.
그렇게 그녀를 확인한 밀레이는 그녀에게 물었다.
-누구… 시죠? 여기는… 어딘가요?
밀레이가 입을 열자 그녀는 밀레이의 손을 잡고 무작정 어딘가로 가기 시작했다.
-아… 아?!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계속 걸었다. 그리고 불 타버린 장소에서 나왔고, 나와 보니 그 장소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때, 그들 중 한명이 외쳤다.
-사.. 사람이다! 생존자가…!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밀레이를 이끌던 여자의 손짓 한번에 그들은 모두 물이 되어 땅속으로 녹아들었다.
-어서 가시죠, 밀레이양. 당신의 보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밀레이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고, 시청에서 생존자 여부를 체크하던 사람은 생존자 노트에 적혀 있던 밀레이의 이름 옆에 이렇게 적었다.
[밀레이 스워시버클러 사(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