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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1장-재래의식


세상이 태어난 날. 아직 완벽한 모습을 갖추지는 못한 세상에 신, 오로지 신 하나만이 존재하는 날에, 신은 자신을 닮은 창조물을 만들어냈다.
그들의 모습은 완벽하게 신과 닮았고, 능력은 신만큼은 아니어도 아주 뛰어났다. 그리고 그들은 신의 지배 하에 신을 모시며 항상 제사를 드리고 신을 찬양하며 살아갔다. 그들은 곧 훌륭한 문명을 지니게 되었으며, 항상 평화로웠다.
신은 그들을 바라보며 항상 뿌듯했고, 그들의 평화와 문명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들은 세월이 갈수록 수가 많아지고 의술이 발달해 죽는 사람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수가 많고 늙거나 병들어 죽지는 않으니 그저 물리적으로 죽이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법을 바꾸었다. 그들의 지도자들은 바꾼 법을 그들만의 기술로서 전 세계에 알렸고, 모든 이들이 그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들려준 법은 이러했다. 첫째, 남의 물건을 훔치는 자, 사형. 둘째, 남의 아내를 탐하는 자, 3대까지 사형. 셋째, 살인을 행하는 자, 3년 징역. 넷째, 그 외에 다른 법을 어겼을 경우, 사형, 또는 3대 까지 사형.
사람들은 분노했다. 무엇을 해도 사형이다. 말도 안 되는 법이다. 아무리 자신들의 수가 넘쳐난다지만,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법이었다. 저스티스들이 돌지 않는 한 이런 법은 생길 수가 없었다. 도둑질이 사형인데 살인은 겨우 징역이라니. 그들은 법을 어기지만 않으면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한번도 법을 어기지 않겠는가? 그들은 저스티스들이 미쳤다고 믿게 되었으며,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게 되었고, 그들은 멍청하지 않았기에 곧 실행에 옮겼다.
법을 만드는 자들, 저스티스들이 죽었다. 의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국가들이 생겨난다. 그 안에서 그들만의 생활방식과 법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새로운 국가들에서 높은 자리의 있는 이들이 욕심이 생기게 되었다. 전에는 저스티스의 지배 하에 있어서 몰랐지만, 막상 자신이 오르고 나니 편한 것이다. 그들은 영원히 이렇게 지내기를 바랐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지배 하에 있는 이들을 잘 보살피고, 잘 달래줘야 했다.
그들은 자신의 백성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고, 백성들은 서로 국가는 달랐지만 바라는 것은 같았다. 이보다 더 잘사는 것, 우리가 다른 이보다 높아지는 것, 인생이 지루하지 않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것.
국가는 생각했다. 이보다 잘 살려면 어쩌려나, 우리가 다른 이들보다 높아지려면 어찌해야하나, 영원을 기약한 우리들이 지루하지 않은 생을 보내며 보다 넓은 세계로 나아가려면 어쩌려나.
답은 곧 떠올랐다. 이보다 잘 살려면 우리가 다른 놈들 보다 강해야 한다. 그래야 남들의 공격이나 지배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될 테니. 자신들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일단 맛보기로라도 자신들의 힘을 위시해야 했다.
우리가 다른 이들보다 높아지려면 다른 이들을 지배해버리는 수밖에는 없다. 아니면 우리의 힘으로 하여금 우리를 찬양하게 하든가.
지루하지 않고 보다 넓은 세계로 나아가려면 일단 다른 이들을 없애야 한다. 지금 이 땅은 너무나도 넘쳐나는 생명체들에 의해서 어떻게 발 디딜 틈도, 한번 여행 해볼 곳도 없었다. 그들은 이미 갖출 것을 거의 다 갖추어서, 좀 더 새로운 것을 원했다. 예를 들자면 미지의 세계라든가 아니면 그들이 가보지 못하고 올라보지 못한 것. 그러기 위해서는 땅이 좀 더 넓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구수를 줄여야 하며, 결국 그것을 위한 도구는 살생뿐이었다.
서로 같은 답을 찾아낸 국가들은 서로 비밀리에 군대를 모집하고 신무기들을 만들어냈으며, 방어조직을 형성하고 자신들만의 의회를 지었다. 그리고 그들은 각각 다른 국가에 첩보원을 보내 상황을 알아보았고, 곧 서로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이렇게 서로 위험한 모험을 하느니 차라리 옛날의 평화로운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 세계에는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은 다른 종족들도 많이 창조해 놓았었다. 그 중 신이 그만 실수로 창조해버린 것들도 있었고, 신이 대부분 없애긴 했지만 끝까지 살아남은 종족들은 지금까지도 다른 종족들을 괴롭히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중, 돼지머리를 한 종족이 있었는데, 그들은 특히 숫자도 엄청 많아서 고대인들의 골칫거리였다. 게다가 지금, 그들은 고대인들의 가장 큰 국가인 ‘사포르다’의 도시, 모하므를 아주 묵사발을 내놓고는 흔적도 없이 다른 곳으로 도망쳐 버렸다. 그 바람에 고대인들은 그것이 누구의 짓인지 알 수 없었고, 돼지머리 종족들은 사포르다 국가의 무기와 갑옷을 가지고 옆의 작은 나라인 ‘바치아’의 수도로 쳐들어갔다.
무기와 군대만을 준비해놓고 꼭꼭 숨겨놓은 채 평화를 다시 생각해보던 바치아의 의원들은 갑자기 쳐들어온 대군에 놀랐고, 아주 무자비하게 수도를 짓밟힘 당했다. 하지만 곧 퇴치해버렸고, 그들은 수도를 재건설하던 중 사포르다의 무기와 갑옷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분노하며 전력을 다해 사포르다를 쳤고, 사포르다의 주위 국가들은 얼씨구나 하면서 사포르다를 같이 공격했다. 그리고 바치아가 전력을 다해 사포르다를 치는 동안, 바치아는 군대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느라 곧 가난해졌고, 모든 것이 황폐해졌다. 그러자 부정부패도 자주 일어나게 되었고, 부유한 이들은 이것을 기회삼아 자신들의 재산의 얼마를 내놓고는 고위관직을 사로잡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 못가 반란이 일어났고, 다른 국가들에서도 상황은 별다르지 않아서 반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각 국가들은 반란이 일어나자 군대들을 철수시켰고, 엄청난 공격을 받고 무너져가던 사포르다는 자신들이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다 결국 자신들이 억울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남은 전력을 다해 자신들을 맨 처음에 친 바치아를 공격했고, 반란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바치아는 다른 국가들을 모두 막아낼 만큼의 힘을 가진 사포르다의 군대를 막을 수 없었고, 곧 무너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무한에 가까운 땅을 가진 사포르다는 곧 자신들의 억울함을 애통해하며 다른 국가들을 차례차례로 치기 시작했고, 공격을 당한 국가들은 사포르다에 쫓기며 다른 국가로 가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곧 들어주지 않았다. 뒤에는 사포르다의 대군이 있었고, 앞에는 자신들과 비슷한 병력의 소유자들이 자신들을 돕지 않자,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더 약한 나라에 덤벼 살아보겠다며 죽기 살기로 밀고 들어갔다. 이렇게 전쟁은 전염병처럼 번져갔고, 이 전쟁에 의해서 다른 종족들도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들의 방사선 무기와 핵무기, 그리고 다른 신무기 덕분에 땅이 황폐해지고 기형아가 발생하였으며, 숲이 사라지고 다른 종족들의 보금자리와 밥줄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자 다른 종족들도 무기를 들고 일어나 싸우게 되었다.
그들은 절대적으로 자신들의 땅만큼은 지키려했고, 전력을 다해 싸웠다. 하지만 원거리 무기를 가진 고대인들에게 처참하게 부셔져 나가기 시작했다.
서로가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또 싸우게 되었다. 이곳에는 오로지 전쟁뿐이었고, 고대인들은 곧 자신들이 점점 숫자가 줄게 되었으며 다른 종족들에게 멸종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들을 복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숫자를 줄이기 위해 시작한 전쟁에서 이제는 다시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다른 종족들은 왠지 모르게 자연의 도움을 받았으며, 특히 드래곤이라 불리는 종족들은 수는 적었지만 가히 고대인들을 뛰어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고대인들은 드래곤이 나타나기만 하면 풍비백산으로 무너져갔다. 게다가 거인 족이라는 종족은 자신들보다 수백 배는 큰 덩치로 자신들을 뭉개고 다녔다.
그들은 핵무기로도 겨우 죽였으며, 고대인들은 그들을 피해 다니며 원거리무기로만 공격했다. 만약 그들이 가까이라도 오면 다 죽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옥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곳은 오로지 전쟁밖에 없는,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사람들은 어느새 신조차도 잊게 되었다.
신은 한가로이 세상의 끝에 모든 물의 근원지를 만들고 세상의 끝을 삼키는 자를 만들고는 자신의 창조물들이 살아가는 대륙으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창조물들의 시중을 받으며 편히 지낼 생각을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지옥을.
정말 지옥이었다. 땅에 붙은 불은 발로 밟아도, 물을 뿌려도 꺼지지 않았으며, 오로지 폐허들로만 넘쳐났다. 땅에는 뼈와 살과 피가 깔렸으며, 하늘은 붉게 물들어 햇빛조차도 잘 들어서지 못했다.
신은 화가 났다. 자신이 만든 창조물 중 최고의 창조물인 저스티스들의 시체를 보고. 그는 그들을 만들고 나서 정의라는 뜻의 저스티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죽었으며 신은 그것에 대해서 엄청나게 분노했다.
신은 재빨리 자신의 신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분노했다. 그의 신전은 폭격을 맞아 산산이 조각나있었으며, 그 주위는 방사선에 의해서 초록빛이 나고 있었다.
신은 알려 준 적이 없었다. 전쟁이란 것을.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찾아냈다. 전쟁이란 것을. 그리고 그들은 현재 신이 원치 않았던 것을 하고 있다. 전쟁이란 것을.
신은 재빨리 저스티스들을 살려내었다. 그리고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잘라 검을 만들어 냈다. 검은 날이 없었고, 완전히 몽둥이처럼 보였다. 신은 이 짧은 검에 자신의 피를 한 방울씩, 한 방울씩 천만방울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살려낸 500명의 저스티스들에게 그 검을 들게 하였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작은 공간을 만들었으며, 저스티스 한 명을 남겨놓고 나머지 저스티스들과 함께 그 안에 들어갔다.
남은 한 명의 저스티스가 검을 들고 허공을 향해 휘둘렀다. 그 순간, 세계 곳곳의 있는 생명체들 중 정확하게 천만의 숫자가 줄었다. 그리고 검을 휘두른 저스티스는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또 다시 천만의 숫자가 줄었다. 그리고 그렇게 오십 번 정도 휘두르자 저스티스의 심장이 터져버렸다. 누가 죽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휘두르기만 하면 그 세계에서 아무나 정확하게 천만의 숫자만큼 죽게 된다. 그리고 지금 검을 휘두르던 저스티스가 죽었다. 신이 만든 공간에서 저스티스 한 명이 나와 다시 그 검을 들었다. 그리고 휘둘렀다. 무한하게 많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 또다시 천만의 숫자가 줄었다. 다시 한번 휘둘렀다. 검은 빠르게 휘두를 수가 없었다. 무게가 마치 쇠 천만근의 무게 같았기 때문이다. 천천히 휘둘렀다. 그리고 그때마다 점점 생명체들이 줄기 시작했다. 수 없이 많은 생명들의 숫자에 천만은 새발에 피지만 그래도 의식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저스티스들이 차례로 나가서 검을 휘두르고, 저스티스들의 숫자가 반으로 줄었을 때쯤, 전 세계의 생명체들의 숫자도 거의 반으로 줄었다. 그리고 신은 그런 의식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 의식이 끝났다. 저스티스는 물론 이 세계엔 아무런 생명체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로지 신, 신만이 남았다. 신은 공간에서 나왔다. 그리고 자신에게 힘이 남아 있지 않음을 느끼고는 자신이 만들었던 공간을 흡수해 어느 정도의 힘을 되찾았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허무했다. 하지만 이대로 무너질 순 없었다. 신은 다시는 후회하지 않기로 다짐하며 모든 것을 새로이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지옥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후회가 무엇이지 깨달은 신에게 이제 더 이상의 실수는 없을 것 같았다.
신은 먼저 다시 시작하기 전에 오랜 휴식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긴 시간동안 깨어나지 않았다. 다음 세상을 위해서, 정말 완벽한 세상을 위해서, 그는 편안하고 오랜 휴식 속에 빠져들었다.

1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