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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시체

2004.09.05 10:41

네모Dori 조회 수:1674





꺄아악! 시렌스의 정적을 깨는 비명소리. 겨울이라 할일없던 마을사람들이 떼로 몰려나온다.

-크리스틴, 무슨 일이야? -시체, 시체가! -뭐라고? 시체?

그 많던 사람들이 5명으로 줄었다. 두려움과 호기심 사이에서 호기심에 더 우위를 둘만큼 담대한 사람들, 또는 그렇게 보이려 애쓰는 사람들이다. 크롬군과 호퍼씨가 끌어올린다. 멀찍이서 크리스틴이 아직도 보고 있는 건 의외다.

-이거, 왠지 보통일이 아닌 것 같아요. -보통일일 리가 있나, 시렌스에 시체라니, 이런 한적한 농촌마을에. -도대체 이사람 뭐하는 사람이야? 부랑잔가? -부랑자라고 보기엔 피부가 너무 하얗군.

지켜만 보던 촌장님의 일 평. 순식간에 5명은 죽은 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흰 피부에 금발이에요. 분명히 귀족일꺼에요. -크리스틴, 겨우 그런 걸로 단정 짓지 마. -아닐세. 크롬군, 저 옷을 보게나. 이 추운 겨울에 저리 짧은 옷이라니! 분명히 좋은 집에서.. -그럴지도 모르지요 호프씨. 어라, 이거..손수건인가? 문장도 있군. -정말 귀족인가..

다섯 명의 시선이 빠르게 교환된다. 시선에 의해 천이 짜이는 듯 하다. 촌장의 우울한 얼굴은 갑자기 찾아든 까다로운 일에 대해 화내는 듯 하다. 내가 왜 촌장 하기로 했지? 빅터 영감에게 떠넘길걸. 크리스틴은 하얀 피부의 남자에 대해 연민을 느끼나 보다. 물에 퉁퉁 불은 시체에서 연민을 느낄 수 있다면. 크롬군과 호퍼씨는 시체를 만진 손이 신경 쓰이나 보다. 말은 안하지만 바지가 찢어져라 문대고 있으니.

-이거 아무래도 그냥 묻어버릴 순 없겠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만약 귀족이라면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누가 아나? -그것도 그렇군요.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저, 그럼 성대하게 장례를 치르면.. -그것도 모를 일이지, 왜 이런데 파묻었냐? 라던가..귀족들은 믿을 인간들이 못돼.

5명이 동시에 침통해진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 촌장의 손은 이제 머리를 파고들어 가는 것 같은데 아픔도 못 느끼나 보다. 갑자기 고개를 치켜드는 호퍼씨.

-촌장님, 화장을 하지요. -화장이라고? -그러면 증거도 안 남고, 뭐라고 따지면 성대하게 장례를 치룬 뒤 화장했다 그러고, -왜 묻었냐? 그러면 뼈 가루를 내주고? -그렇지요.

호퍼씨를 향해 감탄의 눈길이 쏟아진다. 생애에 이토록 존경을 받아 본 적이 있던가? 호퍼씨의 얼굴은 열병식 중인 기사보다도 늠름하다. 촌장의 고갯짓에 크롬군이 마을로 달려간다. 화장인가, 나의 운명은?

나, 나 말인가? 나는 이름 없는 자. 한때는 이름이 있었지. 그래, 계속 생각해보면 기억이 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필요 있나? 정 필요하다면 ‘디에’라고 부르게나. 나의 생은 단순했지. 태어나서, 살다가, 죽었어.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말. 자넨 안 그럴 줄 아나? 나도 안 그런 줄 알았어. 하지만 태어나서 살다가, 결국은 죽더군. 지금처럼.

참 허탈한 일생이었지. 구걸하고 구걸하고 구걸하던 일생. 내가 다가가면 귀족들은 코를 싸쥐고는 더러워 졌다며 손수건으로 닦고 던져버리곤 했지. 난 그런 거라도 받아야 했어. 어디에 쓰일까? 그런 건 귀족님들이나 쓰겠지.

아, 짧지만 사실 길었는지도 모를 일생이여. 긴 노래는 중간이 긴 거지 시작과 끝이 긴게 아냐. 나의 생의 마지막도 그랬지. 자넨 안 그럴까? 자네도 마찬가지야. 죽는 순간은 정말 한순간이야. 허탈하게 죽어버리지. 내가 어떻게 죽었냐고? 단순해. 그날도 배가 고팠지. 물을 마시려 했어. 아, 저주받을 현기증이여. 그래, 그래 끝이야. 이해가 안 돼? 하하. 다른 사람의 죽음을 이해할 필요 있는가?

죽고 난 뒤에서야 저토록 관심의 대상이 되는군. 그래, 죽는 것도 나쁜 경험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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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짧은데다 성의도 없는 듯.. 아하하;;
사실, 뭐랄까 안좋은 기분에서 다다다 쳤거든요. 그리고, 그 기분이 지금이에요. -ㅛ-
왠지 기분나쁜날. 수정할 의욕도 안납니다 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