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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진리

2004.09.26 10:49

네모Dori 조회 수:1496





그는 진리를 찾는 자였다. 진리 중에서도 가장 근원인 것, 생의 의미를 찾는 자였다.
사람은 왜 태어나는가. 왜 살아가는가. 왜 죽는 것 인가. 왜.

그는 천재였으며 바보였다. 어떤 책이든 읽으면 단번에 이해하고 깨우쳤다. 그러면서도 미련스레 읽고 또 읽었다. 그는 모든 사상의 약점을 간파했다. 모든 종교의 가식을 알았다. 그 어디에도 참된 진리는, 생의 의미에 관한 명확한 답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실망하지도 좌절하지도 않았다.

그는 책을 놓았다. 집을 나섰다. 강으로 바다로, 사막으로 빙원으로, 숲으로 산으로. 모든 것을 보고 느끼며, 그는 사색하고 또 사색했다. 수많은 교훈이 있었고 원리가 있었고 섭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 곳에도, 진리는, 생의 의미는 없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선인의 유산에도, 대자연의 신비에서도 목표를 이루지 못한 그는 사람들에게로 다가갔다. 철학자, 과학자, 종교인, 각 분야의 석학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그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그는 이미 모두를 뛰어넘어 있었다. 어느 누구보다도 교리에 정통했다. 심오한 철학을 가졌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엔 깊은 고민과 사색, 그리고 깨달음이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진리를, 생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성인이라며, 메시아라며, 철인이라고 칭송 받았지만 그는 기쁘지 않았다. “아! 진리는, 생의 의미를 찾는 것은 한낱 인간으로서는 주제넘은 소망이었던가!” 그는 실망했다. 실망은 좌절이 되고, 좌절은 절망이 되었다. 그리고 절망은 죽음이 되어갔다.

자신의 죽음을 운명이라고, 돌이킬 생각조차 버렸던 그때에 그는 어떤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의 노는 모습. 그리고 웃고 있는 모습. 그 웃음. 죽음의 문턱에 발을 들이 밀었던 그때에 그는 드디어 깨달음을 얻었다. 그 모든 것. 그 무엇이라도. 그리고 그는 모든 것을 초월한 존재가 되었다. 죽음마저도.

깨달음을 얻은 그는 세상 모든 곳에 진리가 있음을 보았다. 눈치 채지 못했던 모든 곳에 진리는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에, 부는 바람에, 가라앉은 흙먼지에. 진리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깨달은 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이 진리를, 모든 것을 밝혀주는 찬란한 태양을, 오롯한 기쁨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보여주고,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그들 모두를 완전으로 모든 것을 초월한 존재로 이끌고 싶었다.

그러나 어떻게! 그 진리를 담아낼 그릇은 어디에 있는가. 모든 사람들이 쉽게 깨닫고 이해시키기 위한 매개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언어? 음률? 회화? 조각? 그 모든 것들이, 모든 존재가 진리를 담아내기엔 한없이 조그마한 그릇이었다. 태양을 담아내다간 녹아버릴 만큼 약한 것들 이었다.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죽음을 초월한 그에게는 적어도 시간이란 장애물은 없었으니까. 그는 세상 모두에 진리의 일부와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시, 그림, 조각, 건축, 철학, 종교, 수학, 과학 등등. “단편적이고 사실 빈껍데기에 불과한 지식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에 감탄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참된 진리를 찾아서 고민하는 자들이 있으리라. 또 하나의 나가 있으리라. 10년, 100년, 1000년, 아니 억만년 후에라도.”

그는 일련의 준비를 마치고 떠났다. 범인은 볼 수조차 없는 곳으로, “언젠가 나를 찾아올 나를 위해 나는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는 떠났다. 그리고 기다렸다.

흘러가는 구름에 배를 띄워 산을 헤엄쳐가는 그곳에서, 그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으리라, 기다리고 있으리라. 흘러가는 구름에 배를 띄워 산을 헤엄쳐가는 그곳에서.

그는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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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상상연작..  이번 그림은 난해해서 글이 괴상망칙해 졌습니다.
요약하자면..생의 의미란 없다. 입니다.  그것을 전하려는 자체가 아직 깨닫지 못한거죠.

사실.....저도 이해안되는 글입니다. 아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