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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겨울이야기3편

2004.10.24 20:26

케테스 조회 수:1560

여기까지가 주인공들의 이야기 였구요, 4편은 현재 쓰는 중이니...다음주 정도에는 올릴게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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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야기 3편-재래한 역사

현재 대륙에서 알려진 산 중 가장 크고 웅장하다는 산 난쟁이 산. 현재 그곳에는 수많은 현자들이나 기인들이 모여서 몰래몰래 살아가고 있었다.
“헉헉헉….”
“으음….”
현재 난쟁이 산 속에서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회색로브를 입은 사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등에는 작은 남자 아이를 들쳐 메고, 산길을 뛰어다니면서 추격을 따돌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부엉이가 하품하는 한가한 오후, 그때 시작되었다.

사내는 넬슨성에서 제자를 구하기 위해 음악학원이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아저씨.”
한 조그마한 아이가 그의 로브자락을 움켜잡고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니?”
“저….”
꼬마는 얼른 종이를 한 장 내밀었다.
“제가 오늘 저녁 넬슨 종탑이 여덟 번 울릴 때 북쪽 큰 광장에서 처음으로 콘서트를 열거든요, 혹시 와주실순 없나요?”
“….”
사내는 종이를 잠시 보더니 곧 받아들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알겠다, 내 꼭 가마.”
“화앗!”
꼬마는 기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는 쪼르르 다른 사람에게 달려가 사내에게 했던 것처럼 똑같은 일을 되풀이했다.
사내는 꼬마가 준 전단지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게…글씨야?’
그리고 저녁 때, 해가 뉘엿뉘엿 사라질 때쯤에 종소리가 여덟 번이 나고, 넬슨 성 북쪽 큰 광장에는 거의 2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나무판자들을 대충 때워서 만든 간이무대가 있었고, 그 위에는 한 남자아이가 서있었다.
잠시 후, 그 남자아이의 또래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3명이 더 와서는 무대 위로 올라가 남자아이의 뒤에서 각각 악기를 뽑아 들고는 연주할 준비를 마쳐놓고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내는 넬슨 성을 거의 한바퀴를 헤매고서야 겨우겨우 북쪽 큰 광장에 도착했다. 사내가 도착하자마자 마치 사내가 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남자아이가 커다랗게 외쳤다.
“오늘 제 콘서트를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뭐라고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들어보시면 후회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일단 첫 번째는 ‘오지 않을 겨울의 노래’입니다.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그래도 잘 들어주세요. 그럼 시작합니다.”
남자아이의 인사말을 끝으로 뒤에 서있던 아이들이 연주를 시작했고, 남자아이는 반주에 맞추어 리듬을 탔다.
반주가 시작된 지 어느 정도 지나자 남자아이의 입이 열렸고, 아이의 목소리라고는 상상도 되지 않을 만큼 단련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사람들의 귀를 파고들며 사람들을 저절로 리듬을 맞추게 했다.


이 곳은 세계의 시작
수없이 많은 생명체가 어울리는 세계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곳은 더 이상
겨울이 오지 않아
그 사람의 성령이 저주의 겨울을 봉인해
벼가 얼어 죽을 걱정은 없지만
우리는 오지 않을 겨울을 노래하네


사내는 눈을 크게 뜨고 아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나이치고는 꽤나 성대한 목소리, 큰 성대, 입이 움직이는 모양 등등을 관찰하며 아이가 노래를 부르며 입이 움직일 때마다 하나하나 세세히 살펴보았다.


북쪽으로의 끝없이 펼쳐진 땅위엔
우리가 모르는 지식이 있고
남쪽으로의 끝없이 펼쳐진 바다위엔
작은 섬하나 볼수 없다네

세상의 끝 그곳에는 세상의 바닷물을
삼키는 자가 있고
죽은자가 만들어 놓은 다리는 기억속에 남고
끝없이 펼쳐진 땅의 경계선엔
천년을 바라본자들이 지키고 있다지


사내는 그렇게 남자아이를 관찰하더니 씨익 미소를 짓고는 사람들 사이를 헤쳐서 아이를 향해 나아갔다.


세상의 지배자는 넘친 잔에 죽고
겨울이 오지않는 땅위엔 지배자란 없네
더이상 겨울은 오지않아
하지만 언젠간 올지도 모르지

겨울이 올때는 자연의 친구들이 알려줄거야
물고기가 땅위로, 로크가 산아래로
수왕이 직접 몸을 보이시고
용들이 날아오르고, 수천년의 보물들이
빛을 바랄거라네

친구여 놀라지마오 내일 일은 내일로
친구여 겁내지 마오 그 일은
우리가 죽은뒤 수만년 후의 일일수도 있으니


아이는 노래를 마치고는 뒤의 아이들의 연주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항상 시작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법이기에….
근데 아이가 그렇게 기다리는 순간 한 사내가 무대 위로 훌쩍 뛰어 오르더니 아이의 머리에 손을 대었고, 그의 손에서 하얀빛이 세어 나와서는 아이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아이가 갑자기 쓰러졌고, 사내는 아이를 들쳐 메고는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에서는 사람들이 쫓아오기 시작했다.

사내는 낮의 일을 생각하며 자신이 왜 그랬을까, 물어봤어도 늦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자신을 원망하며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들로부터 계속해서 도망 다녔다.
“이봐, 거기서! 안 서면 넬슨 법조 21조 ‘신분확인회피죄’로 체포하겠다!”
사내는 들은 척도 안하고 오히려 더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제기랄, 제발 좀 서! 체력이 남아 도냐!”
“말할 때 차라리 뛰어!”
동료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경비병을 뒤로 하고서는 도망치던 사내는 앞에 나무 다섯 그루가 보이자 냉큼 그 사이로 뛰어들었다.
‘경비병까지 쫓아오다니…제기랄, 알아서들 살아남겠지 뭐.’
사내는 나무들을 향해 손을 휘둘렀고, 사내의 손에서는 초록빛이 세어 나와 나무들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사내는 계속해서 달렸다. 곧장 사내를 쫓아오던 경비병들도 나무를 뛰어넘어 사내를 쫓아갔다. 아니, 그러려고 했지만….
“어어?”
착각일까? 나무의 뿌리가 경비병들의 다리를 휘감아서는 들어올렸다. 그때, 경비병 중 하나가 칼로 뿌리를 잘라내고 땅에 착지하면서 자신들을 공격한 나무들을 올려다보더니 외쳤다.
“트…트리언트다!”
#구구구구…. 기긱….
경비병의 눈앞에는 나무끼리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트리언트 다섯 마리가 자신의 동료들을 들어올려서는 가지로 때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구오오오오오오오…!”
트리언트의 괴성과 경비병의 비명소리가 마치 합주를 하는 듯이 난쟁이 산을 울렸다.

#티딕, 탁!
모닥불이 타오르는 소리만이 정적사이로 흐르는 어두운 밤, 유난히 나무가 많은 숲 속에서 그나마 나무가 별로 없고 땅도 평평한 곳에 한 명의 회색 로브를 입은 사내와 보라색 남방에 갈색 모자를 쓴 남자아이가 마주보고 앉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침묵 안에서 아이가 입을 열었다.
“저…저기요.”
사내는 애벌레나 구워 먹을까하고 생각하다가 아이의 부름에 고개를 들어 아이를 보았다.
“음?”
“저…집으로 돌려보내주세요.”
“…….”
사내는 로브를 뒤로 젖혀내더니 모닥불의 빛을 받아 하얀색으로 빛나는 자신의 머리를 쓸어 올렸다.
“으음…꼭 가야 하니?”
“…….”
꼭 가야 하니 라니? 그럼 안 가길 바랐단 말이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이는 멍한 표정으로 사내를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집에 동생들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사내는 조급한 듯 다시 물었다.
“혹시 음악을 배워 볼 생각은 없고? 아까 보니까 꽤나 타고났던 것 같던데….”
“…….”
“아, 물론 아까 갑자기 납치한건 미안하다만….”
“혹시 이 산속에서 배우라는 것은 아니겠죠?”
아이의 물음에 사내는 로브를 젖히고는 자신의 허리춤에 달려있던 류트를 꺼내들었다.
“물론 산속에서 배우는 거지. 아, 동생들이 걱정되면 내가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맡겨 놓을게, 일단은 내 솜씨 좀 보고 제자가 되고 싶은지 판단 해줘.”
사내의 협상 반, 억지 반의 말투에 아이는 인상을 쓰면서 류트로 손을 가져가는 사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자, 잘 들어봐.”
#띵 띵 띵….
“아, 이게 왜 갑자기 이렇게 삑싸리가 나지? 아, 잠깐만.”
사내는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내더니 류트의 아랫부분 어딘가를 조이고는 다시 류트를 들어 연주하기 시작했다.
#딩 디딩 딩딩딩 딩 디딩 딩딩딩 딩디디디디디디딩 딩 디딩 딩딩딩….
네 개의 줄로 만들어진 류트에서 높고 가냘픈 소리가 나는 아래의 두 줄로만 치는 간단한 멜로디…. 아이는 피식, 하고 약간 비웃었다. 그리고 그때….
#딩디디이딩잉디이디이이딩디잉딩딩딩이잉디디이잉디이딩이딩딩딩잉잉이잉디잉딩딩디디딩디이잉딩….
거의 손이 안 보일 정도로 외우기도 힘든, 규칙적이지 않게, 빠르게 쳐나가는 멜로디, 그리고 그 멜로디에 따라 사내가 입을 열어 노래하기 시작했다.


없어져라 평화야 사라져라 세상아
나의 발목이 도끼에 찍혔으니
폭풍우야 불어라 저주야 내려라
내 얼굴을 갈기갈기 찢고 세상 또한 찢자꾸나

매정한 나의 꽃들
내 어찌 그 거짓을 믿었을꼬
진실된 나의 항아리
너만이 장님인 날 알아봤구나

고통을 없애다오 페나이돌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인것을
과거로 데려가다오 페나이돌
나의 잘못은 내가 고칠테니

바람 부는 언덕위에 갈색머리 청년
안녕하신가 나는 버림받은 갈매기
그대 또한 불효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겐가
이리오시오 나와 대지의 눈물을 한잔 합시다
거짓을 못 알아본 장님인 나는 세쪼가리 왕

날지마라 새들아 슬퍼해라 인간들아
너희들의 가식적인 면이 나는 싫단다
악마야 오너라 천둥번개야 내리쳐라
너희들의 얼굴을 슬픔으로 일그러뜨리겠다

꺼지어라 사랑아 썩어버려라 대륙아
내가 이토록 널 불러도 넌 대답 한번 안하거늘
재앙아 닥치어라 대지야 갈라져라
오 페나이돌 진정 그대만이 진실을 알아봤던가


사내는 입을 닫고는 류트를 어느 정도 더치다가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고는 연주를 멈추었다. 연주를 마친 사내는 흡족한 표정으로 아이를 보았다.
“자, 어떻더냐? 괜찮았지? 이정도면 네 스승해도 손색이 없지?”
과연 누가 스승이고 제자인 것인가…도대체 왜 그렇게 못 가르쳐서 안달일까…. 이런 생각에 빠진 아이는 천천히 입을 열어 대답했다.
“아…꽤 잘하시네요. 페나이돌…연주만 하기도 힘든데, 동시에 노래도 같이 부르시다니….”
사내는 아이의 짧은 말에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말했다.
“그럼 내 제자로 들어오는 게냐?”
아이는 약간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으음…. 그럼 마지막으로 동생들이나 보고 오게 해주세요.”
“안돼.”
사내가 냉정하게 딱 잘라 말하자, 아이는 입을 삐쭉 내밀더니 말했다.
“그럼 저도 싫어요.”
사내는 아이의 태도에 입맛을 다지더니 류트를 다시 집어넣고는 생각했다.
‘흐음, 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지? 으음….’
“으음….”
“왜 그러세요?”
사내의 신음에 아이가 물었다.
“미안하다, 널 보내줄 순 없구나. 내 제자가 되든지 아니면 혼자서 산을 내려가다가 죽든지 맘대로 해라.”
“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사내는 결심했다는 듯이 눈을 감고는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사내의 속마음은….
‘후훗, 저도 괜히 배우고 싶으면서 저러는 걸게야. 이러면 자기가 하는 수 없이 제자가 되는 척 하겠지. 우후훗.’
“우후훗”
항상 생각의 마지막 말은 입 밖으로 내는 사내였다.
“그럼….”
‘옳지!’
“왜, 제자가 되겠느냐?”
사내가 한 쪽 눈을 뜨고는 거만하게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이름도 모르지만 어쨌든 만나서 반가웠고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봬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전 이만 내려갑니다.”
“뭣!?”
아이는 얼른 뛰어서 산 아래로 달려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절대로 못 보내준다아아아! 일루와아!”
사내는 외침과 동시에 땅에다가 마법 진을 그리고는 손가락을 물어 피를 내서는 진에다가 떨어뜨렸다. 그리고 사내의 행동에 마법 진이 붉은 갈색으로 빛나더니 아이의 앞길에 커다란 돌덩어리가 일어섰다.
“어…어스 엘레멘탈!”
어스 엘레멘탈은 곧장 손을 뻗어 아이를 잡더니 사내에게 도로 데려왔다. 그리고는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곧장 아이의 귀속에는 사내의 호통 치는 소리가 울렸다
“어디를 가는 게냐!?”
“갈려면 가라면서요.”
“그런다고 가냐!?”
사내의 억지에 아이는 어벙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럼 결국에는 억지로 제자하게 만들 거면서 뭣 하러 선택권을 줘요?”
“그야 합리적이고 규정적이고 법칙적으로 제자가 되었으면 하니까!”
“결국은 억지네요.”
“시끄러!”
사내는 아이의 손을 잡더니 숲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따라와.”

사내가 아이를 데리고 도착한 곳은 자신이 거처하는 오두막집이었다. 아이는 오두막집을 보고는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불상하게 사시네요.”
“너도 곧 나랑 같이 살 텐데 뭘.”
“그런 제 처지도 불상하고요.”
아이의 팔자타령에 사내는 아이의 볼을 꼬집고는 문을 열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이가 밖에서 주춤거리자 문 사이로 얼굴만 쏙 빼서는 말했다.
“안 들어오고 뭐하냐?”

집안은 예상외로…더러웠다. 부엌처럼 보이는 쪽에는 벽에 식칼들이 박혀 있었고, 침대는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것도 반은 새까맣게 탄 채로….
“일단 오늘은 자고, 내일부터 수련을 하겠다.”
사내는 이렇게 말하더니 바닥에 그대로 누워서는 잠을 청했다.
“아니, 어디서 자라는 거죠? 그리고 수련이라뇨? 음악을 배우는데 무슨 수련?”
사내는 가만히 누워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말했다.
“그래, 그렇구나! 내가 그걸 말 안 해줬구나! 내일부터 넌 음악뿐만이 아니라 마법도 배우게 된다! 우하하!”
“뭣!? 갑자기 무슨! 웃지 마!”
“크하핫! 잘 자라! 우리 아가! 크하하핫!”
#퍽!
“크억!”
미친 듯이 웃어대며 자려던 사내의 머리에 화분이 던져졌고, 사내는 벌떡 일어나 국자를 들고 아이를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런 난리 아닌 난리 속에서 그들은 잠이 들었고, 내일 있을 힘든 수련을 위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조용해진 오두막 위로 달빛이 하얗게 비추어졌다.

“자, 지금부터 나는 너의 스승이다. 그리고 나를 부를 땐 그냥 글로스터라고 부르렴.”
밝은 햇살 속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는 평온한 아침, 난쟁이 산 어딘가 에서는 스승과 제자가 수련준비를 하고 있었다.
“제 이름은 사피르, 사피르 포르커스입니다. 성은 부르지 말고 되도록이면 이름을 불러주세요.”
“알았다, 그럼 앉아라. 지금부터 무엇을 할지 가르쳐줄테니 잘 들어라. 이제부터 너 포르커스는….”
하지 말라는 것은 꼭 한번씩 해보는 그였다.
“이름을 부르라고!”
사피르가 소리치자 글로스터는 손을 내저으며 달랬다.
“아, 알았어. 사피르, 너는 음악을 배울 것이다. 동시에 마법과 이론학, 기하학, 논학 등을 공부할 것이며….”
“어이, 아니, 스승님. 뭘 그렇게 많이 배우죠?”
사피르가 말을 끊자 글로스터는 약간 힘줄이 돋은 얼굴로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음, 음악을 배우기 위해서는 일단 약간의 상식정도는 알아놓는 게 좋다. 그리고 음악을 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음악으로 밀고 나가야하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음악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천재성이 있어야 하는데, 음악에 대한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단 너 자신이 천재여야 한다. 천재는 태어날 때부터 천재와 노력해서 되는 천재가 있다. 일단 너는 보통사람보다 음악적인 재능이 약간 높은 것 같고, 천재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먼저 죽기 살기로 공부하고 또 공부를 해라. 그리고 마법을 배우는 이유는 너도 알다시피 음유시인은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물론 돌아다니기 싫다고 한 곳에 머물면서 가수나 선생으로 지내도 좋지만 만약 그런다면 내가 네 머리에 스트라이크를 날려 줄 테니 그리 알고, 음유시인은 떠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의 몸 정도는 보호 할 줄 알아야 하며, 펠레스타같이 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에서는 음악적인 재능만 가지고는 굶어죽기 딱 알맞기에 그런 곳에서는 마법을 사용하여 용병 노릇을 하는 것도 좋지. 물론 마법사는 뒤에서 마법만 날려주지만, 네가 어느 정도로 그들을 돕느냐에 따라 포상금 값이 오르고 내린다. 물론 나에게 배운다면 너는 그 어느 곳에 가서도 환영받을 실력을 갖추게 될 테니 걱정은 말아라. 그렇다고 마법사로 활동만 한다면 네 고막을 음파로 찢어 놓을 테니 그러진 말고, 그리고 음유시인은 항상 악기를 들고 다니며 악기를 너의 목숨처럼 여겨야 한다. 악기는 마법을 부여하면 완드나 스태프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그런 마법무기가 되며, 마법은 내가 부여해 줄 테니 영광으로 알아야 한다. 악기의 맨 아랫줄과 윗줄에 이렇게 마나를 약간 넣어서 튕겨내면 악기의 앞부분이 향한 곳으로 음파가 날아간다. 이 음파에 맞으면 머리가 띵 해지면서 잠시 아무 행동도 할 수가 없게 되며, 이것을 음파발산이라고 한다. 휴우, 그리고 악기를 다룰 때는 항상 부드럽게, 너무 세게 치면 줄이 끊어지니 조심하고…자지마!”
“으음…네? 아, 네.”
너무 길게 설명을 하는 바람에 잠시 졸아버린 사피르는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진 글로스터의 자지 말란 말에 약간 당황하다가 다시 자세를 바르게 했다.
“으흠, 내 설명이 너무 길었군. 그래, 그럼 일단은 아침에는 몸에 마나가 가장 적합하게 잘 맞는 시간이니 아침에는 마법 수련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나서부터는 이론학과 음악과 작곡법을 배우도록 하겠다. 그럼 먼저 손에 마나를 모으는 것부터 시작한다.”
“저…저기, 근데요. 제 동생들은….”
“아, 걱정 말아라. 아마도 지금 헬레나가 잘 돌봐 주고 있을게다.”
사피르는 걱정스런 얼굴로 글로스터를 보았다.
“헬…헬레나요? 그게 누구죠?”
“아, 내가 잘 아는 학교 선생이야. 걱정 말라고, 착한 사람이니까. 그나저나 좀 따라 와봐라.”
글로스터는 자리에서 일어나 먼지를 털고는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사피르도 그의 뒤를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갔다.
“아침은 언제 먹죠?”
글로스터는 넝쿨들과 높게 자란 식물들을 손짓 한번에 시들게 만들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딸기나 머루 같은 것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입안에 쏙 넣었다.
“지금 가면서 먹고 있잖냐.”
“…….”
일단은 배가 고프기에 글로스터를 따라하는 사피르였다.
수련장은 당연히 즉석해서 만들었다. 글로스터가 넓은 장소에서 지푸라기들을 소환하자 지푸라기들은 저절로 허수아비가 되어서는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대충 세어 봐도 족히 50은 넘을 듯 했다. 그 중 하나를 글로스터가 불덩어리를 날려 폭파시켰다.
“자, 너도 해봐라.”
“…….”
“해보라니깐?”
사피르가 아무 대답이 없자 글로스터는 계속 재촉만 했다.
“저…전 마법을 어떻게 쓰는지 아직 모르는데요?”
“…….”
“…….”
글로스터는 사피르를 앉히고는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일단은 눈을 감고 몸에서 마나의 기운을 느껴보아라.”
사피르는 눈을 감고 마나를 느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사피르는 느낄 수가 없었다.
“저…잘 안되는데요?”
“그야 당연하지, 넌 도시에서만 지냈으니 마나와는 친분이 없잖니?”
글로스터는 사피르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주무르며 말했다.
“천천히 하는 거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해주지만 다음부터는 네가 이렇게 너의 몸을 주물러라. 마나를 사용한 후에는 몸이 피곤한 것을 느낄 수 있을게다.”
“…….”
“자, 그럼 눈을 감고 노력해봐라. 그럼 그 동안 나는 너에게 마사지를 해주마.”
“으음, 마사지를 꽤 잘하시네요.”
“당연하지, 난 못하는 게 없거든. 자, 그럼 하면서 수업 들어간다. 일단은 마나란….”
스승과 제자의 수업. 만난지 이틀도 안 되지만 어느새 둘은 친해 졌고, 사피르도 금세 마나의 운용법을 알게 되어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7년 후, 프란시아 신력 4018년 5월 37일.
어느새 17살이 된 사피르와 이제는 꽤나 주름이 늘어버린 글로스터가 7년 전의 그 수련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없었던 사피르에게 글로스터는 아버지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기에 이제는 거의 부자지간이나 다름없는 그들이었다.
지금 글로스터는 실프들의 바람을 맞으며 낮잠을 자고 있었고, 사피르는 허수아비들을 대상으로 마법을 연습 중이었다.
거의 100에 달하는 숫자의 허수아비들을 세워놓고 파이어볼을 날려서 폭파시키는 수련이었다. 허수아비들은 대부분 2~3방에 폭발했고, 사피르는 엄청난 속도로 파이어볼을 던지고 있었다.
그 후에는 체인 라이트닝을 연습했지만, 아직 어려웠기에 고슴도치를 기절시키는 정도의 강도뿐이 안 되었다.
사피르는 마법 수련을 다 했는지, 자신의 뒤의 류트를 들어 낮잠을 자고 있는 글로스터의 옆에 앉아 연주했다.
“후우, 어제 지은 노래나 불러 봐야지.”
#지잉, 징지지지잉, 지잉….
신나는 박자로 류트를 치면서 사피르는 고개를 들고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굶고 또 굶고
밥도 안 주고
아빠는 여행
엄마는 도망
속세를 버리고~
수행을 떠나요~~

드~래~곤~피어가 들려오는
마물들의 무서운 천국 찾아~
그곳으로~
수행을 떠나요~~

동생들 밥 달라
집주인은 방 빼라
구걸해 먹고
훔쳐서 벌고
미련은 없으니~
여행을 떠나요~~

마~법~사~드워프 동료들과
사람들을 괴롭히는 마왕 찾아~
정처 없이~
여행을 떠나요~~

가진 건 빠른 손 뿐
쓸만한 물건은 없고
언제나 단벌
신발은 샌들
목적은 없어도~
고향을 떠나요~~


#퍼억!
노래가 끝나자 ‘이기리스의 천체 이론학’ 이란 제목의 책이 사피르의 머리에 던져졌다. 그리고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럽다, 이놈아. 노래를 지어도 그딴 걸 짓냐.”
“헤헷, 제 인생을 노래 한 거 에요.”
글로스터는 방글방글 웃고 있는 사피르를 보더니 말했다.
“으음, 사피르. 네가 올해로 몇 살이지?”
사피르는 물을 마시고는 빈 물병을 뒤로 던졌다.
“17살이요.”
“그래, 근데 아직도 키가 작아 보이는구나.”
사피르는 자신의 키를 생각하더니 글로스터의 키를 눈으로 어림짐작해보았다.
“당신이 키가 큰 거 에요.”
글로스터는 씁쓸하게 미소 짓더니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그렇구나.”
사피르가 글로스터의 옆에 다시 앉았다.
“저기 저 책 좀 건네다오.”
“집어 던지실 땐 언제고 이젠 다시 주워 달래요?”
사피르는 책을 주워 다가 글로스터에게 건네주었다.
“시끄러, 네가 너무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내가 깬 벌이야.”
“하핫….”
#피요오, 피요오, 피요오오오오오….
“으음….”
나무 위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피르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글로스터는 책으로 얼굴을 덮더니 다시 잠을 청했다.
“사피르.”
“네?”
사피르는 나무에 기대어 눈을 감은 채로 대답했다.
“이제부터 세상을 돌아다녀 보는 건 어떻겠니?”
“으음, 저도 그러려고 생각 중이었어요. 항상 제 노래를 듣는 사람이라고는 스승님뿐이니 재미가 없거든요. 게다가 스승님은 그다지 환호하지도 않고요.”
“솔직히 잘 부르긴 하는데 내겐 그저 재롱으로 밖에는 안 보이는구나.”
“흥.”
글로스터는 책을 들고 의자를 접어서 들고는 집 가는 쪽으로 향했다.
“벌써 가시게요?”
사피르는 일어나서 글로스터의 뒤를 쫓았다.
“이놈아, 점심은 먹어야 할 것 아녀.”
집에 돌아온 글로스터는 사피르의 짐을 싸기 시작했다.
“뭐 하시는 거 에요?”
사피르는 그렇게 말하면서 짐 싸는 걸 도와주고 있었다.
“아, 점심만 먹이고 보내려고 생각 중이다.”
“그렇게나 빨리요?”
“말 나온 김에 해야지. 원래는 쫓아낼 생각이었다만 네가 그런다고 갈 애냐? 차라리 끝까지 정이라도 붙여 두는 게 낫지.”
“…….”
“자, 다 싼 거 같으니 이젠 점심이나 먹자구나.”
글로스터는 가방을 문 앞에 두고는 찬장에서 먹을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저….”
“뭐, 임마.”
글로스터는 하던 일을 계속 하면서 대답했다. 이것이 그들의 익숙한 생활 태도였다.
“아버지…라고 불러 봐도 되요? 어차피 오늘 가면 언제 볼지도 모르는데….”
“안돼.”
글로스터는 7년 전과 같이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빵과 버터, 꿩 고기를 들고는 테이블에 내려놓더니 슬픈 표정을 짓고 있던 사피르에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살날도 별로 안 남았는데 저 세상 가서 네 부모들이 나 족치면 어쩌란 말이냐?”
“어차피 나 버리고 도망간 인간들인데 그럴 자격도 없지요.”
“허허, 그래도 안 된다. 인륜은 천륜이거늘 네 마음대로 부모를 결정하면 안 된다.”
“아버지.”
“점심 안 준다?”
사피르는 포기한 듯이 의자에 앉았다.
“알겠어요, 그렇게 안 부를게요.”
글로스터는 꿩고기를 손으로 꽉 잡더니 어느 정도 굽고는 빵에다가 넣어서 버터를 발랐다. 그리고 사피르는 가만히 있다가 버터에 나이프로 마법 진을 그렸고, 버터에서는 인간의 형체를 한 버터가 튀어 나와서는 빵 위에서 굴러다니며 버터를 바르기 시작했다.
“꼬맹아.”
“그렇게 부르지 않기로 했잖아요.”
“허헛, 꼬맹이를 꼬맹이라 부르지 그럼 뭐라 부르겠냐? 뭐, 오랜만에 불러보니 어색하긴 하다. 이젠 앞으로 좀 자주 불러봐야 갰다, 아니, 이젠 그럴 수도 없구나.”
사피르는 듣는 척 마는 척 하며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짐을 등에 메더니 문을 열었다.
“항상 이곳에 계실 거죠?”
글로스터는 코가 빨개지면서 미소를 지었다.
“지금 가는 게냐?”
“항상 이곳에 머무실 거죠?”
사피르는 되물었다.
“허허…. 그래, 내가 늙어 죽든 맞아 죽든 어떻게 되든 난 영원히 이곳에 머문다. 이곳은 내 집이니까….”
“그래요, 그럼 됐어요.”
사피르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글로스터도 버터요정을 입에 쏙 넣고는 따라 나갔다. 밖에서는 사피르가 글로스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글로스터는 나와서 사피르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인사했다.
“그래, 잘 가라. 너무 말나온 김에 보내버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몸조심하고 건강히 계세요. 나중에 성장해서 돌아올 때까지 살아 계셔야 해요. 그리고…미안해요.”
사피르의 미안하다는 말에 글로스터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긴…내가 더 미안하지. 금화 한 셀린도 안 주고 보내는데….”
사피르는 등을 돌려 길을 떠났다. 뒤에서는 글로스터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고, 사피르도 뒤로 걸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사피르가 숲 사이로 가려질 때쯤, 글로스터는 슬픈 표정으로 오두막 앞의 큰 돌 위에 앉아 술을 꺼내서 마시기 시작했다.
“크핫, 나중에 보자고? 그래, 보도록 하자꾸나. 그래도 다행이네. 지가 지 운명을 알고 떠나니…. 이놈아! 넌 이틀만 더 늦게 떠났으면 죽었어. 하핫, 나중에 보자고, 꼬맹아!”
마지막 ‘꼬맹아‘란 말을 크게 외쳐서 그 소리만이 숲을 울렸다.
해가 지고 달이 뜰 때까지 글로스터는 돌에서 계속 술을 마셨다. 그의 옆에는 어느새 술병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글로스터는 뭐라뭐라 중얼대고 있었다. 그리고 달이 뜨자 달을 향해 몇 번 손을 흔들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란빛의 달빛이 싱긋 웃는 날
악마가 하얀 이를 들어낸 듯
밤 하늘 슬픈 달 아래에서 이별하네

시각은 십삼시 멈춰버린 듯
세상엔 그 누구도 존재않고
넓은 초원 위에 나와 달뿐이리라

허탈한 웃음도 지어보고
허망한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며
어두운 하늘 아래 나는 홀로 취해 우네

슬픈 달아 내가 너를 올려다 보는게냐
아니면 네가 나를 내려다 보는게냐
허 지나가는 사람은 지나가시오 상관말고

오 아까 그 녀석의 말이 떠오르네
미안하다고 나중에 성장된 모습으로 만나자고
허 녀석아 우리가 언제 약속하고 만났더냐

흥 꼬맹이 녀석 성장은 무슨
꼬맹이라서 아직 모르는건가
우리에게 꼬맹이는 영원한 꼬맹이인 것을

슬픈 달아 너와 나의 유일무이한 친구가
오늘 내일을 기약하며 그젖께로 떠났단다
하 후회가 막심하군 돈이라도 쥐어 줄 걸

달아 너는 나처럼 되지마라 절대로
슬픈 달아 너는 후회가 뭔지 모르겠지
아니 후회를 알기에 슬픈 달인가

그래 어찌됐든 그 녀석을 위하여 건배
그날까지 내가 살아 있을진 몰라도
달아 너와 나의 잔 위에 그 녀석의 영원을 걸고
성장해서 돌아오는 그날까지 영원한 축복을
그리고 그 녀석이 가는 길마다 너의 손길을
우리 꼬맹이의 앞길을 항상 영원히 지켜주자
그럼 성장해서 돌아올 그 꼬맹이를 위하여 건배


“달아…. 그놈이 이제야 떠났다…. 이제 심심해서 어떻게 살지? 그래, 너와 나의 유일한 친구가 떠나버렸어…. 난 이제 어떻게….”
글로스터는 술병을 집어 던지고는 웅크리더니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란 달빛만이 그의 마음을 안다는 듯이 그를 감쌌다.
“그래, 이러면 안 돼지…. 잘 갔다 와라 꼬맹이…너를 다시 보게 되는 날까지 살아주마. 어떻게 해서든…. 어떻게 해서든…. 어떻게 해서든….”
그는 그 말을 마치고는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노란 달만이 외롭게 혼자 남아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