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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짧은글] 자문

2007.04.24 11:50

네모Dori 조회 수:64569




[그래서?]

그래서라고 할 것까지 있나, 그냥 그대로지. 언제나 그랬듯. 어제 그랬고 그제 그랬고 오늘 이런 것처럼 내일도 그렇지 않을까. 나는 항상성을 가지니까.

[그런 자기 합리화는 이제 지겨울텐데?]

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합리화를 거부하기도 그렇잖아. 말했지만 난 항상성을 지니니까. 하던대로라도 꾸준히 해 나가야지.

[꾸준히? 언제부터 꾸준한데? 기껏해야 반년?]

모든 시간이 동등한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니까. 20년보다 여섯 달이 더 중요할 수도 있어. 그 여섯 달을 위해 스무 해를 준비한 것일지도 모르지. 물론 그렇다고 스무 해가 의미없는 시간은 아니지만 그만큼 나에게 그 여섯 달이 중요했다고 해둬.

[그래봤자 자위, 과연 정말 중요했을까?]

그럼. 적어도 아직까지는.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어도 좋아. 젊은 날의 치기라고 생각해도 좋아. 하지만 일단은 그래. 그렇다고 해두자.

[그래서 그 여섯 달의 추억이 언제까지 지속되는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직은 그 편린이 남아있어. 부서지고 흩어져서 사라지기엔 아직 너무 적은 시간이 흘렀어.

[부서지고 흩어져서 사라지길 기다리는 거야? 차라리 새로 덮어 그리는게 빠를텐데?]

그러기엔 나의 그림은 수채화인가보다. 아무리 그 위로 많은 색이 입혀져도 그때 그 색은 사라지지 않아.

[차라리 캔버스를 찢어버리는 것은 어때?]

지금은 조용히 바라보겠어. 내가 그린 밑그림을. 그리고 다시 내가 그릴 풍경을. 스무 해를 바라보고 여섯 달을 그렸으니 이젠 여섯 주만 바라봐도 스무 달을 그릴 수 있을 것만 같아. 이미 그린 밑그림 위로.

[그 여섯 달이 밑그림 이었나?]

이제는. 어떤 시간이 다시 흘러도. 스무 해 하고도 여섯 달을 준비한 것으로 생각하겠어. 이제 다시 시작이야.

[시작? 항상성을 지닌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 항상성을 지니고 있어.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러는 것처럼 내일도 다시 시작해야지. 그제까지 준비했고 어제까지 준비했고 오늘 지금 이 순간까지 준비했으니까.

그럼 다시 내 딛는 한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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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뭐지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