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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콰아아아--!

“와앗, 뭐, 뭐야!”

느닷없이 지면을 덮쳐온 강한 진동에 시현이 물건을 주워주기를 기다리던 미경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다행이 넘어지지는 않고 어떻게 버티고 섰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조금 전 비틀거리면서 흐트러진 머리를 넘기며 미경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호수의 물이 요동치고 있었다. 미경이 귀찮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잔뜩 긴장한 목소리였다.

“이거, 지진은 아니겠지...?”

확실히 지진은 아니었다. 대지가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었지만 그것은 비단 대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대기,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드럽기만 했던 바람까지도 마치 폭풍이 닥친 듯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미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언가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나려하고 있었다.

콰아아-!!

다시 한 번 강한 진동이 주변을 덮치는 가운데 지나가는 가운데 미경은 이를 악물고 생각을 가다듬었다. 현재 상황에 대해 짐작 가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비록 업무 내팽개치고 놀다가 이런 상황에 닥치긴 했지만 일단 그녀는 특무기관, 세이버리온의 총 책임자였다. 오늘 이런 일이 발생할거란 것은 어디까지나 예상했던 일이었다. 물론 갑작스럽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작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그것보다도 다른 일이었다. 그녀의 옆에는 현재 민간인, 시현이 있었다. 우선은 시현을 대피시켜야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미경은 여전히 몸을 숙이고 앉아있는 시현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응?”

문득 이상한 감각을 느끼며 미경은 행동을 멈춰야 했다. 단순히 몸을 돌리는 순간, 무언가가 바뀌어 있었다. 미친 듯이 요동치던 주변이 일순 조용히 가라 앉아있었던 것이다. 휘몰아치던 대기의 흐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진동하던 모든 것이 정지해있었다. 숨 막히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미경의 입에서 다시 한 번 긴장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엔 또 무슨...”

그리고 그녀는 서있을 수 없었다.

쾅!

“꺄악!!”

갑자기 몸을 덮친 알 수 없는 충격에 미경은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땅바닥을 뒹굴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무언가에 부딪힌 것도, 그렇다고 또 무언가가 그녀를 친 것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충격파가 허공으로부터 그녀를 덮쳤다고 밖에는 설명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지면 여기저기서 무언가가 솟구치고 있었다. 흙먼지를 뒤집어써 엉망이 된 가운을 걷어내고 욱신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우려던 미경의 바로 옆의 지면에서도 뭔가가 솟구쳐 나와 그녀의 몸을 휩쓸었다. 온몸을 적시는 축축한 감각, 그것이 물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미경은 강력한 수압에 의해 다시 한 번 서있던 자리에서 튕겨나갔다. 하지만 이번엔 땅바닥을 뒹굴진 않았다.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그녀를 누군가 붙잡아 주고 있었다.

“닥터 괜찮아요?!”

민우였다. 그 역시 여기까지 오는데 꽤 고생을 했는지 몰골이 좋지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더 심한 꼴을 당한 미경의 입장에선 거기까지 신경 써 줄 여유가 없었다.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물기둥에 인상을 찌푸리며 미경은 짜증난 목소리로 윽박질렀다. 그에 대한 민우의 대답은 간략했다.

“하아... 하아... 괜찮을 리가 없잖아. 윽, 대체 뭐야 이 사태는!”

그녀에게 있어선 민우와 자신의 몸 상태를 걱정하기에 앞서 현재 사태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총 책임자의 지위에 있는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민우의 대답은 그녀가 원하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저 아이였어요.”

미경의 얼굴 위로 당황한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원한 대답도 아니었을 뿐더러 대체 뭐가 저 아이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는 뜬금없는 대답이었으니 말이다.

“하?! 무슨 소리야 그게!”

하지만 민우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러니까, 물... 오늘이잖습니까.”
“그게 뭐!”

여전히 두서없는 대답이긴 했지만 그는 현재 말해야할 가장 중요한 것을 얘기하고 있었다. 과연 그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반영이라도 하듯 화를 내려던 미경의 표정은 다음 대답을 듣는 순간 그대로 경직되어버렸다.

“물이 선택한 자가 바로 저 아이였단 말입니다!”

그랬었다.

“... 뭐?”

미경의 눈이 커졌다. 그때서야 민우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던 것이다. 물, 선택, 오늘. 이 세단어가 핵심이었다. 그가 말한 것은 현재 사태의 가장 정확한 원인이었고 또한 그렇다면 모든 얘기가 맞아 떨어졌다. 오늘 하루 있었던 모든 일들이 머릿속에서 하나로 정리되는 것을 느끼며 미경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조금 더 빨리 깨달아야 했었다. 현재 모든 것의 실마리가 되는 중심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미경은 고개를 들었다. 주변은 여전히 간헐적인 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곳곳에서 솟구친 물기둥은 어느새 한데 뭉쳐 하나의 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견고한 수류의 막. 그 막으로 나누어진 공간 속에서 푸른빛으로 둘러싸인 한 존재가 천천히 공중으로 부유했다. 그 존재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미경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물의... 지배자란 말이지.”

푸른빛에 둘러싸인 존재, 그것은 시현이었다.
*
시야가 흐려진다 싶더니 이내 짙은 어둠이 세상을 잠식해 들어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공간. 시현은 언제나처럼 그 어두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시현은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어느새 가슴의 두근거림도, 독한 감기약을 먹은 것 같은 나른한 기운도 사라져있었다. 이상하리만치 정신이 맑은 것을 느끼며 시현은 낯설지 않은 어둠 속에 몸을 맡겼다. 시현은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시현 역시 알 수 있었다. 보다 정확하게는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자신이 있는 곳이 현실 세계와는 조금 다른 곳이라는 것은 물론 이다음에는 어떠한 일이 이어질지, 모든 것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과연 얼마지 않아, 부드러운 녹색 빛은 서서히 시현이 존재하는 세상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
상황 파악을 마치고 몸을 추스른 미경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민우에게 지령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말은 신속 정확했다. 비록 험한 꼴을 당해 몰골은 말이 아니었지만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만큼은 총 책임자다운 위엄이 서려있었다.

“우선 가서 구호반 대기시키고, 비상 체제 선언해. 일본과 홀리즈에도 연락해서 상황 관측 도움 요청하고. 언론에는 대충 아무 수단이나 써서 압박 넣어둬. 책임은 내가 지겠어.”
“Sir."

다음으로 미경은 상의 안주머니에서 작은 기계를 꺼내들었다. 아까의 열쇠와 마찬가지로 세이버리온의 문양이 새겨진 그 기계는 사실 아직은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통신기였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는 현재 상황에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은 없는 만큼 그녀는 서둘러 버튼을 조작해 몇 가지 내용을 입력시켰다. 그러자 잠시 후 통신기에서 익숙한 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눈앞에 그녀가 서있었다. 아니, 어차피 어둠과 그녀의 녹색 빛으로만 가득 찬 세상에서 서있는 건지 둥둥 떠다니는 건지는 알 바가 아니었지만 아무튼 중요한 것은 시현은 그녀와 마주하고 있었다. 여전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닌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시선이 교차하며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먼저 침묵을 깨트린 것은 그녀였다.

“오랜만이에요.”

꿈과는 다른 말이었다. 하지만 시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 중요한 것은 말의 내용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번엔 꼭 듣고 싶은 대답이 있었다. 왠지 모를 긴장감에 마른 침을 삼킨 뒤 시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 누구죠?”

하지만 여인의 대답은 시현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었다.

“죄송하지만... 그건 지금 대답해 드릴 수 없어요.”
“어째서...!”

시현의 언성이 높아졌다. 겨우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무너진 데서 오는 답답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현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여인의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꿈속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지금 거스를 수 없는 위엄을 풍기고 있었다. 여인의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은, 각성의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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