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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년의 짝사랑 이야기.

2003.02.14 09:24

다레유에 조회 수:1956

옛날에 한 소년이 소녀를 짝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소년은 소녀에게 첫눈에 반하고 만 것이지요.
소녀는 그리 인기가 있는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눈에 띄지 않고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어느 면에선 다른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주기도 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소녀를 짝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소년은 소녀가 너무나도 좋은 나머지 소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소녀에게 다가갈수록 실수만 하고있었습니다.

소년의 가슴은 계속, 타들어 갔습니다. 어떻게든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굳게 먹고선 소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 예쁜 글씨는 아니었지만 소년은 열심히, 정성 들여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의 집 우체통에 편지를 넣곤 누가 볼세라 도망을 쳤습니다.

그러나, 답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어째서일까, 소년은 고민해 봤습니다.
'편지를 보지 못한 걸까?'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단 한가지, 소녀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그 사실을 믿고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 소년은 매일, 빠짐없이 소녀의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습니다.
때로는 시로, 노랫말로, 소년은 자신의 마음이 담긴 글귀를 매일 종이 한가득 써서,
그녀의 편지함에 넣었습니다.
여전히 답장은 오지 않았지만, 소년은 기뻤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녀의 생일이 가까워짐을 소년은 알게되었습니다.
소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 푼, 두 푼 모았던 저금통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소녀를 닮은, 정말 귀여운 곰 인형을 샀습니다.

드디어 소녀의 생일날.
소년은 곰 인형과 함께, 특별히 정성들이고 마음을 담은 편지를 소녀의 우체통에 넣었습니다.
소년은 소녀가 곰 인형을 받고 기뻐할 모습만이 머릿속에 가득 찼습니다.
그 생각만 머리에 떠올리면 세상 모두를 얻은 것보다도 행복해졌습니다.
소년은 만족해하며 기쁘게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소년은 소녀가 곰 인형을 발견했을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땅거미가 내려올 무렵, 살그머니 소녀의 집으로 가보았습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 우체통을 보았지만,
곰 인형과 편지는 아직 그대로였습니다.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그럴 수도 있지 뭐, 가볍게 생각하고 소년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소년은 소녀의 집으로 가보았습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곰 인형과 편지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궁금해졌습니다, 보지 못한 걸까?, 아니면.......

소년은 작은 쪽지를 만들었습니다.
선물을, 넣어놓았다고, 어째서 가져가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그리곤 작은 돌멩이에 묶어, 소녀의 창문이 열려있을 때 안으로 살풋, 던져 넣었습니다.
이제 소년은 내일이면 분명 뒤늦게 선물을 발견한 소녀가 기뻐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곤 이내 행복해 졌습니다.

해가 지고, 다시 날이 밝았습니다.
소년은 아침에 스스로의 우체통을 열어보곤 깜짝 놀랐습니다.
거기엔 그 소녀의 필체로 쓰여져 있는, 편지가 한 통 들어있었습니다.
소년은 기뻤습니다.
소년은 그 편지를 품속에 넣고 집안으로 달려들어갔습니다.

아아, 이 안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까,
소년은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자신의 침대 위에서 편지를 열어보았습니다.
거기엔 소녀만의 차갑고도 세련된 필체로 이렇게 네 줄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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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우체통에 들어있던 인형, 다시 가져가.
누군가 내 우체통 함부로 열어보는 것도 기분 나쁘고
담부터 서로 상관하지 않았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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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년의 첫사랑은 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