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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희망과 절망 사이

2004.01.20 12:37

잔혹한천사 조회 수:1549

희망은 아주 잠시 스치고 지나갑니다...
희망이란 녀석은 아주 잠깐 동안 반짝이고는...
그렇게 스르륵 사라지는 듯합니다..

사는 건 쉽지 않습니다...
사는 건 정말 생각하는 것만큼 만만치 않습니다...
얼굴을 찡그립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그 찡그린 얼굴을 보이기는 싫어서...
웃음으로 살짝 덮습니다...
누군가가 그건 자신을 속이는 일이라고 얘기한다면...
전 정말 찡그림을 웃음으로 바꾸고 싶어서라고 얘길 하겠습니다...
희망은 아주 잠시만... 스치듯 보여집니다...

요즘 어떠세요...?
새해가 시작되었고...
날씨는 참으로 많이도 추워졌다죠...
내버려둘 건 내버려두면서 살면...
참 많이도 편안해질 텐데...
그게 그렇게 힘들어요...

새해가 되면 제가 하는 일이 있답니다...
제 작은 노트를 하나 꺼내죠...
그리고 이런 제목을 하나 씁니다...
"내 삶이 절망적인 이유"
그러고는 그 이유들을 하나씩 적어내려가죠...
이런 이유... 이래서 절망적이구나...
이렇게 그렇게... 하얀종이는 나의 삶이 절망적인 이유들로 가득찹니다...
그리고는 또 새로운 종이를 꺼내들죠...
그 종이에 제목은....
"내 삶이 희망적인 이유"랍니다...
이제 다시 내 삶이 희망적인 이유들을 하나씩 적어내려갑니다...

어느 해는...
정말적인 이유들이... 희망적인 이유들보다...
훨씬 많은 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해마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희망의 이유가 하얀 백지로만 남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답니다...

제가 아는 희망은...
아주 짧고 작고 인색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은...
그렇게 짧은 순간만 비춰지는데도...
아주 강렬하고 맹렬하고 번쩍입니다...
그래서...
전 가슴 안에 녀석을 담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조금만 보여지고 스치는 희망이지만...
머금고 머금을 수밖에 없답니다...

희망은 아주...
잠시만 스치고 지나갑니다...
하지만 잠시만 스치는...
그 희망을 담느냐 마느냐에 따라...
그 희망을 보느냐 아니면 외면하느냐에 따라...
내가 살아가는 삶의 색깔이 달라질 수 있음을..
오늘 새벽 많이 느꼈습니다...
내 방 안이 밝아지는 것조차 희망으로 보이는 새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