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게시판
  • 유머 게시판
  • 질문/답변 게시판
  • 정보/강좌 게시판
  • 소설 게시판
  • My Games Top 10

소설 게시판

용감한 겁쟁이에게 갈채를!

2005.03.29 03:04

Long-Rifle 조회 수:4532

이 글은 논픽션입니다. 이 글을 인터넷에 띄우다니..저는 죄인이에요 orz

주인공인 친구에게 쬐끔 미안하네요 'ㅅ'[..너는 악마냐]

사실은...바로 오늘 일어난 일입니다.

==================================================================



입학식 이후 2주일 정도 였었나, 당시 갓 고등학교에 진학한 나였으나 몇몇 친구들이 같은 고등학교에 있었고 그 사이 다른반 아이들과도 어느 정도 안면을 트고 지내는 사이였다. 아니, 나 같은 경우에는 다른 반에 새로 생긴 친구들이 더 많았다고 해도 될 것이다. 주5일 수업의 영향으로 몸이 노곤하게 풀어져 있던 내게 재미있을 법한 소식이 들려왔다. 며칠 전부터 입학식날 우연히 본 '여'선배에게 필이 꽂힌 내 친구반의 녀석이 나와 친구에게 그 녀석이[편의상 '주인공'이라고 지칭]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 내용은 잘 못보긴 했지만 대략 이러했다.



선배, 바닷물이 썩지 않는 이유는 97%의 물에 3%의 소금이 들어있기 때문이래요. 선배가 제 마음의 소금이 되어주세요.

한 알씩의 모래를 옮기는 새가 있대요. 그 새가 태산을 만들 때까지 선배를 사랑해요.[....]



아, 쓰다보다 울화통이 먼저 터질 것 같다. 닭살 돋으니 그만하고[실제로 본 내 심정은...] 마지막 이름 역시 압권.



-선배를 좋아하는 겁쟁이가-

이쯤되면 있던 호감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1시간만에 머릿속에 들어있던 내용 만으로 이런 내용의 편지를 작성해내다니, 이만하면 절실함이 극도에 달해있었을 것이다. 착한 나와 내 친구들은[사실은 즐기고 있었다. 이만한 구경 어디 흔하나?]그 무시무시한 내용이 적힌 편지를 집어들고 무작정 '주인공'의 여선배를 찾아 나섰다.

아아, 그 때만 해도 오만가지 상상이 다 들었다. 그 선배의 남자친구가 이종격투기에 심취해 있다거나...이런 내용을 말하는 것을 보니 나와 내 친구들은 어지간히 즐기고 있었나 보다. 악마같은 것들. 하지만 점심을 먹고 시간 내내 찾아나서도 찾기가 어려웠다. 평소에 오던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속앓이를 하면서 편지를 뺏으려는 녀석을 따돌리고 나는 흥신소를 차려도 될 만큼의 괴력을 이용[남을 괴롭힐 때에만 이런 초능력이 발동하는 거냐!] 그 선배가 무슨 위원을 하고 등등의 사실까지 알아내어 그 선배의 반을 찾아갔다. 아아, 그 선배는 친구와 같이 반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내 친구가 편지를 건넸다. 그녀는 그 편지를 받고'이게 뭐냐?' 라는 눈빛으로 응수해왔다. 내 친구는 "저기, 제 친구가 맘에 든다고 해서....."


"풋"

-_- 비웃더라. 불쌍한 놈 같으니. 나와 친구는 차마 편지를 펼치는 꼴은 볼 수가 없어서 도망치듯 나와 버렸고 '주인공'녀석은 소심한 나머지 반에 쳐박혀 있었다. 그런데 그걸로 끝인 줄 알았더니 방과 후, 수돗가에서 기다리겠다는 내용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 때쯤 '재미있었다~'라는 마음가짐의 현역의 그것으로 다시 불타올랐다. 우리학교의 수돗가는 2개. 방과 후에 문앞에 있는 수돗가에 '주인공'이 기다리고 있고 나와 내 친구는 급식소 옆의 수돗가로 달려갔다. 하지만 우리의 머릿 속에는 '혹시나 잘되면 어쩌지?' 하는 감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두번째 수돗가로는 아무래도 올 마음이 안 들었나 보다. 남은 곳은 운동장 쪽에 있는 한 곳 뿐! 녀석은 감히 수돗가에서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는지 중앙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 녀석이 우리를 보고 용기를 내서 수돗가로 왔으나 그 여선배는 오지 않았다. 설마 무시한 걸까? 라는 생각이 슬슬 들어 그냥 가려고 할 무렵....

"저기, 겁쟁이 아냐?"

물론 그 녀석의 얼굴을 알 리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얼굴은 기억하고 있었다. 차마 만날용기가 나지 않았었나 보다. 녀석은 미친듯이 도망쳤다. 나는 그 녀석을 잡으려고 역시 미친듯이 따라갔다. 신장의 차이가 차이인지라 녀석은 운동장도 벗어나지 못하고 잡혔고 녀석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뒤에서는 여선배의 친구들[아마도 그 러브레터는 반 여학생 대부분이 읽었겠지]이 '겁쟁이!' '97%물 3%소금' 등의 조롱섞인 호칭과 함께 미친듯이 달려왔다. 녀석의 얼굴, 울상이 되었고 나는 마음이 약해져 그만 놓아주고 말았다. 그 녀석은 미친듯이 도망갔다.


하지만 짬밥에 장사 있나, 선배들의 무언의 공격에 나는 그 녀석을 다시 쫒아가 잡았다. 이미 도망치기에는 여선배들도 너무 쫒아온 상태. 그 녀석은..잡혔다.


아아, 뒷 일은 너무도 불쌍했다. 여선배는 정말로 호기심만으로 녀석을 대했으며 그걸로 끝이었다. 아마도 내일 쯤에는 '겁쟁이'라는 호칭이 붙어 있겠지. 내가 녀석을 처음 놓아주었을 때 한 말이 생각난다. '지금 잡히면 음독飮毒, 추락墜落, 교수絞壽 자살 삼종세트를 하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실행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재밌는걸 어떻해;

아무래도 녀석에게 위로를 해줘야 겠다. 점심시간에 우스개 삼아 "배트남에도 여자는 많아~"라는 위로같지 않은 위로를 해줬는데, 또 해줄까?[?!]


p.s 그만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여선배의 친구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몇마디 말 끝에 알아낸 사항은 '그 여선배 여자친구 있다.' 진짜 불쌍하네 -_-


p.s 2 신문부 하고 싶다. 이것보다 백배는 더 잘써서 올려줄 자신 있는데[...]


p.s 3 베트남 신부를 이야기 한 것은 경남 등지에서 "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 라는 심히 미묘한 광고가 많기 때문이다. 45세 남성이 23세 베트남 처녀와 결혼한 사진까지 붙여 놓을 정도였는데....도둑놈이구먼;

p.s 4 펌 아님 =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