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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몽유도원 Part 2. last dream

2004.03.11 07:58

근시아이 조회 수:2393










활기가 생겨나고 풋풋한 생기들이 오가는 봄입니다.
일년전의 잔뜩 긴장한 제가 있던 그 곳에 이제는 저를 선배라 부르며 장난칠 후배들이 가득입니다.

신입생 환영회는 여느 대학과 다름없이 소란스레 치뤄집니다.
입학식과 함께 오리엔테이션을 치르는 저희 학교는 대부분의 학생회들이 신입생들을 인솔합니다.
작년 여름 불미스런 사건으로 학생회가 흩어진 저희과에서는 교수님의 추천을 받은 조교들이 인솔을 받게 되었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행정조교를 하고 있는 저도 그 대열에 끼게 되었고요.

오리엔테이션은 설악산 근처의 스키콘도에서 치뤄집니다.
작년 겨울은 유난히 길어서 3월 중순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녹지도 않고 계속 내려 굉장한 설경을 이루웠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며칠전 한파 덕분인지 엄청난 절경이 이제 막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려 하는 신입생들을 반깁니다.
한눈 팔면 금방이라도 사고를 치는 유치원생들을 다루듯이, 조심스럽지만 절도있게 과원들과 팀원들 무리에서 떨어지지 말것을 강조합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들을 그들은 아니지만 말이죠..
늘상 붙어다니는 세녀석이 제가 주의를 주기 무섭게 무리에서 멀어지질 않나 길을 잃어버리질 않나..
대체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는데 길을 왜 잃어 버립니까.
한참 신나게 주의를 주고 난 다음에 전부터 알고 다니던 사이냐 물어보았더니..
.... 오늘 처음 봤답니다. 세사람다. (역시 젊음입니다. 흑)


그래도 신납니다.
신입생으로 있었을 때 선배님들이 들고 다니시던 무전기를 저도 가지고 다닐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무전기는 학과전용과 스키장에서 주신 무전기로 나뉩니다.
학과전용은 각종행사때 학생회들에게 나누어지는 거죠.
역시나 작년 저와 같은 선망의 눈길인 신입생들이 몇몇 보이네요 후후후.


첫날 일정은 간단한 학교설명과 학점설명회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평소같았으면 이미 새벽빛을 닮은 그를 만나고 있었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개구장이 신입생들과 함께입니다. 도둑잡기, 손수건 돌리기, 자기소개.. 등 별 희한한 놀이를 다 하고 나서야 하루가 마무리됩니다.
이런 먼 곳까지 절 찾아올리가 없겠지요.
오늘은 피곤하니까 말이죠.






두번째 세번째 일정사이에는 스키가 끼어있습니다.
위급상황을 대비하여서 두팀으로 나누어서 교대로 상황을 살피는데 전 스키를 못타 전시간 대비를 합니다. 전 운동꽝이니까요.

스키장 안에 있는 커피점에서 교수님이 사주시는 공짜커피도 마시게 되었습니다.
잡담을 하며 커피를 마시던 중 장갑이 틀어져 바로 잡으려 했다가 무전기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세게 떨어진건 아니지만.. 왠지 무전기에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 고장나면 물어줘야 되는건가요?

대비시간은 한적합니다. 뭐 그리 대단한 위급상황도 없고 말이죠. 그럴 확률도 적고요.
가끔씩 스키를 타게 됬다며 자랑하는 신입생들의 장단도 맞춰주고,, 그러다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면 눈 덮인 산을 바라보며 새벽빛의 그를 생각합니다.








"눈은 하얗게 아니라 파란거야, 너무 파래서, 그 파란색이 눈이 미치게 부셔서 그게 하얗색이라고 느끼는 거지. 보는 대로만 믿는 멍청한 인간들때문에 파란색인 눈이 마치 하얗색인듯양 내비쳐지는 거야. 그럼 뭐가 하얗색이냐고? 멍청야, 저 별을 봐. "

그는 제 머리를  창문밖으로 쑤욱 밀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르킵니다.

"저게 하얗색이야. 별은 등급별로 색깔이 달라. 실제로 노란색별은 늙은 별이고, 파란색, 하얗색별은 젊은 별이지. 늙은 별은 늙어서 잘 안보인다고, 내가 생각하기엔. 별은 하얗색이 많고 별이 노란색이라는 건. 편견이야..."







지금 눈덮인 산을 보고 있자니 그런듯도 싶습니다.
눈부신 파란색이란 느낌이 듭니다.
또다시 그가 궁금해집니다. 어떤 느낌으로 다른 사람들을 대할 것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저에 대한 느낌은 무엇인지 말입니다.





"선배!! 저기 큰일 났어요"
헐레벌떡 달려온 녀석들은 첫날부터 이탈행동으로 말썽을 부리던 삼총사 중 두녀석입니다.
삼총사 중 한 녀석이 무슨 배짱인 상급자코스에서 신나게 내려오다 넘어져 안전망을 들이박고 그 밑으로 굴렀답니다. 나참..
어쨋든. 급경사에는 구조대원들이 총출동하고 낮은 코스에 한해서는 조교들도 찾으러 나섰습니다.(물론 저도)



보이는게 눈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단은 직강코스 바로 아래에 뻗어있는 녀석을 평평한 눈위로 옮기고 무전기로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지지지직. 거기가 지지지직 니까?

전파가 잘 통할 것도 같은데 왜 이모양인지. 아까 떨어뜨린 것이 탈인지.
어쨋든 답을 해줬습니다.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직강코스는 쉽게 찾을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지지지직. 질지도 모르니까 지지지지지지직 하세요.

뭐라고 말하는건지.. 일단은 나무가지가 없는 안쪽으로 끌고 왔습니다. 사내녀석이라 그런지 더럽다 무겁습니다. 위쪽에서 사람들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무언가 내려오는거 같아 보입니다.
아마도 위쪽에서 로프를 내릴 생각일 모양입니다.









"죽음이라는거 그렇게 무서운거 아니야. 영원한 혼자가 되는 것이 죽음이라고 사람들은 말하고, 신의 곁으로 가서 영생불멸을 얻는 것이 죽음이라고 신앙자들을 말하지. 그 어느 것도 틀린 건 아니지만..
뭐, 어짜피 너도 나도 죽을꺼고. 중요한 것은 죽고 난 다음이 아니라 죽기전이니까.
인생이 깨지는 것이 죽음이라고 하지. 죽음이라는 것은 인생이 깨지는 것이야. 깨지지, 그럼 깨지고 말아. 근데 그 깨지는 건 일부분일 뿐이야. 혼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니가 0.000000000000000001mm라도 세상에 존재가 될때부터 0.1초도 남기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널 생각하고 있어. 혹 니가 골방에서 혼자 죽어가거나 산속에서 조난되어 죽어가거나 할지라도 그 순간에도 널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지. 좋은 쪽의 생각이든 나쁜 쪽의 생각이든 말이야. 죽는 순간 그 생각들을 모두 싸잡아서 가는거야.

니가 죽고 나서 아무도 널 생각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건 없어
시간이 흐르고 나서 잠시 시간에 치어서 니 생각을 멀리하는 것은 있겠지. 하지만 가끔씩 맑은 바람을 맞거나 감상적으로 내리는 비를 보거나 할때 널 생각할꺼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죽은 인생엔 상당한 보상이지 않나?
...그리고 니가 죽는 순간에도 난 너와 함께 할꺼니까."



이 말은 내 친구 리나가 교통사고로 죽었을때 제게 해준 말입니다.
골방에서 죽어가도 조난되어 죽어가고 제 옆에 있어주겠다던 그는..
지금 옆에 없습니다.



밝은 빛이 보이며 밤이 아닌 낮에 그가 제 옆에 있습니다.
슬픈 얼굴로.. 슬퍼보이는 얼굴로 10권의 책과 10장의 두루마리를 들고 서 있습니다.

" ... 어서와"
생전하지 않는 인사를 합니다.


들고 있던 10권책들과 두루마리를 건내줍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 난 너의 꿈이자, 상상이야."



















찾았어요!


"거기가 어딥니까?.................... 거기가 어딥니까?"


...................... 직강코스요. 직강코스 직.강.코.스



"김대원. 여기 로프대가 이상해. 정비해야겠어"

"지금 직강코스 아래 있다는데 로프가 떨어지면 다치겠어요."

"1부대는 로프를 붙잡고 2부대는 나와 함께 직강코스로 가자."



"아아.. 들리십니까. 로프대가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안쪽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세요





투툭

까아아아아아



도미노 형식으로 놓여있던 로프대는 하나의 끊김으로 이어져 올곧게 서있던 다른 로프대까지 영향을 줘 3개가 한꺼번에 떨어졌다. 신입생은 선배의 감쌈으로 살수 있었으니 머리를 정통으로 맞은 선배는 그자리에서 즉사.


















그는, 제 꿈(夢)이자 상상입니다.














////////////////////////////////////////////////


뭔가 허접합니다... 뭔가..
뭔가! 허겁지겁 쓴거라..
뭔가....



현실 50% + 상상력 50% 로 쓴 소설입니다.
꿈속에서 본 새벽빛을 닮은 남정네를 그리며 쓴 소설이고
학교 신입생을 맞는 기쁨으로 쓴 소설이며.
죽은 친구의 기일을 맞이하며 쓴 소설입니다.


하하하하핳. 그럼
소설 던지고 전 사라집니다.


... 근시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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