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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상상연작 4회] 다니

2005.01.11 08:29

네모Dori 조회 수:1531




다니


이 이야기는

마을 저 외딴 곳인지, 깊고 깊은 저 산 속인지,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그런 어느 곳에 있는 작은 집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아니, 사실은 그 집에서도 창문 하나 밖에 가지지 못한 가장 작은 방인 조그마한 다락방에서 일어난,

그 곳에 사는 조그마한 소녀 다니의 이야기입니다.




뜨거운 태양이 사라지고 하늘에 별이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어두운 방 안에서도 가장 어두운 곳에서 다니가 일어납니다. 어둠보다 더 어두운 머리카락과 달빛보다 더 환한 얼굴의 조그만 여자아이 다니가 일어납니다. 커다란 검은 눈동자는 머리에 가려 보이지 않고 작은 입술은 굳게 다물어 움직이지 않네요.

-벌써 일어나는 거야? 아직 달은 떠오르지 않았는걸?
-알고 있어
-흐음, 이제 그만 너도 사라지지 그래? 언제까지 머무를 생각이야?
-여긴 내 집이야
-예전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 너는 죽어있는걸. 안 그래?

빈정거리는 거무의 말에도 다니는 아무렇지 않은 듯 조용히 창가에 기대섭니다. 여기는 다니가 가장 좋아하는 곳. 자그마한 별빛과 환한 달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이 곳에 하나 뿐인 창가에 서서 다니는 새까만 눈동자가 환하게 물들 때 까지 하늘만을 바라봅니다.




-달에게 가고 싶어
-아아, 그러셔? 그럼 가. 넌 갈 수 있어. 다만 해뜨기 전 까지 여기에 돌아오지 못하면 사라져버릴 뿐이지
-저 달에게 가고 싶어
-차가운 바람이 무서워 창문도 열지 못하는 네가? 이 곳을 나서는 순간 너는 깨어져 부서지고 말거야. 너도 알잖아?

달은 왜 저리도 아름다운가요. 창문을 향하던 다니의 작은 손이 움찔하더니 그만 멈춰서고 맙니다. 바람은 왜 저리도 차가운가요. 내밀어진 팔은 희게 빛나는데 창문을 열 용기는 나지 않습니다. 달빛에 물든 은빛 눈물이 떨어지며 어둠에 삼켜집니다.
거무는 아니 거무도, 아무 말 못한 채 그저 다니만 바라봅니다. 아니 바라보지 않는 것인가요?




-또 울고 있는 거야? 어째서?
-달이, 흑
-달이? 달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래서 울고 있어?
-내가, 내가 가지 않아서 달이 사라진 거야, 흑, 이, 이젠

다니는 고개를 파묻고는 흐느낍니다. 어두운 머리카락 밑에 숨어버린 다니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두운 방 안에서 흐느낌만 들려옵니다. 거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빛나는 별을 보고, 사라진 달을 보며 다니에게 말합니다.

-달이 다시 떠오르길 간절히 바래?
-으응?
-달은 다시 떠오를 거야. 네가 간절히 바란다면




둥그런 보름달이 밤하늘을 가득 메웁니다. 실제로 보름달은 2배나 더 밝다던 가요? 쏟아지는 달빛에 그만 창문이 깨져버릴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니가 언제나처럼 창가에 서있지 않습니다. 오늘 다니는 이상스레 바쁘군요.

-뭐하는 거야?
-떠날 거야
-떠난다고? 어디로? 달에게로?
-응
-한번 나서면 돌아오지 못해
-알아
-도착하기 전에 해가 떠오를지 몰라
-나는 가 닿을 거야
-차가운 바람이 무서워 창문도 못 여는 네가? 저 차가운 밤하늘을 날아가겠다고?
-그래
-깨어져 부서져버릴 길을, 돌아오지 못할 길을 지금 네가 떠나겠다고?

다니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창문으로 조용히 걸어간 다니는
수많은 망설임으로 떨리는 손을 들어
그러나 멈추지 않고 창문을 잡습니다.
그리고 밝게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다니는 힘차게 창문을 엽니다.




몰아치는 바람은 차기 그지없습니다. 다니의 조그마한 몸은 순식간에 얼려버릴 만큼.
그러나 쏟아지는 달빛에 더욱 희게 빛나는 다니의 얼굴엔 조그마한 입술이 미소 짓습니다.
다니가 달을 향해 날아오르는 순간 좁은 다락방 안에는 아무도, 거무도 없습니다. 아니 원래부터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춥고 어두운 밤하늘을 날아가는 다니의 작은 몸은
부서지고 깨어지고 사라져갑니다.
날카로운 바람은 사정을 봐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한 얼굴 속에 조그만 붉은 미소는
분명히 가 닿을 겁니다.

저 아름다운 달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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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룰루~ 다음 이미지는, 정군님께서, 2주 후인, 22일까지 올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