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판타지 스럽지 않은, 혹은 무척이나 이상한 제목이지만 일단 제가 쓰고자 하는 것은
판타지 소설의 문학성이란! 판타지 소설 중 작품은 어떻게 구분 되는가!
라는 두가지 큰 가지 중에서 튀어나온 쓸모없는 곁가지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곳 감비란에서만 해도 우리는 여러 뜻있는(?)분들이 토해내는 울분(!!)을 듣곤(혹은 보곤)합니다.
'판타지란 장르는 썩었어! 더 이상 판타지는 소설이 아냐! 작품이 없다고!'
물론 아직도 판타지를 즐겨 보는 저로서는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소리입니다만,
한편으론 이런 의문도 들곤 합니다. '판타지가 원래는 문학성이 뛰어났나?'
사실, 판타지의 '문학성'과 '작품성'이란 것만 가지고도 욕설이 난무하는 격한 토론의 장이 펼쳐지겠지만
제가 지금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제목에서 말했듯이 여러분들의 '주관'입니다.
그러니까 판타지의 문학성은 넘겨버리고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판타지에대한 조금의 관심만 가진다면 우리는 쉽게 소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유게시판에가서 'xx소설 재밌수?'하고 물어보기만 해도 답변이 줄줄 달리며,
글올리기가 쑥스러우면 감비란에서 사람들이 쓴 글만 봐도 쉽게 소설에 대한 정보를 얻죠.
그리고 정보를 얻는 것을 떠나서, 무심코 그 소설에 대한 정의까지 내려버립니다.
'아, 이 소설은 쓰레기군?' '오! 이 소설은 정말 대작이잖아?!' 하고 말이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처럼 어떠한 작품을 제 3자의 평만 보고 쉽게 판단해 버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물론 단 하나의 평만 보고 그 작품을 판가름 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소설에 대한 평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라면? 그것은 과연 진실일까요?
그렇다면 여기서 쉽게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어봅시다.
여기 A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등장인물의 개성과 스토리는 탄탄하지만, 문장력이 부족하죠.
그 작품을 a라는 사람이 비평합니다. '괜찮지만, 표현력과 묘사력이 부족한 듯 싶군요.'
여기서 멈추거나, 혹은 이 비평 그대로 퍼져나가면 차라리 괜찮지만, 만약 아니라면?
여기서 또 한사람, 그 비평을 본 b라는 사람이있습니다.
b는 a의 비평만 보고는 그 비평을 토대로 자신도 A에 대한 비평을씁니다.
여기서 b라는 사람은 그 A란 소설을 보지 않고 A에 대한 비평만 봤기에 소설의 내용을 잘 모르죠.
결국 b는 a가 한 비평에서 좋은 점을 빼고 나쁜 점을 강조합니다.
'이게 뭡니까! 표현과 묘사가 부족하잖아요!'
이 시점에서 이미 핀트는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A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크게 비난받는 작품은 아무도 보지 않습니다.
결국 제2, 제3의 'b'가 나타나면서 꽤 괜찮았던 작품 A는 '쓰레기'로 전락합니다.
또 다른 경우인 B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역시 등장인물이 개성적이고 스토리가 탄탄하지만 문장력은 별로죠.
그 작품을 이번엔 c란 사람이 비평합니다. '괜찮지만, 묘사를 좀 더 세밀하게 하심은 어떠실까요?'
역시나 마찬가지로 b와 같은 경우로 d란 사람이 등장합니다.
이 사람 역시 B란 소설은 보지도 않은 채 c의 비평을 토대로, 패러디해서 자신의 감상을 씁니다.
그런데 b와는 다르게도, 좋은점을 부각시키고 나쁜점을 빼버리죠.
'우와! B, 진짜 강추입니다! 이렇게 재미있는건 처음봤어요! 대단한 작품입니다!'
어느덧 B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B는 단번에 '작품'으로 등극(신분상승일지도)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호평받는 작품은 '일단'보게됩니다.
어느 누구도 비난 받는 A를 집기는 쉽지 않지만, 호평받는 B를 읽기는 정말 쉬운 일이죠.
일단 누군가의 보장이 있는 것과, 보장이 없는 것에 대한 차이는 굉장히 심하게 나타납니다.
이처럼, 어떤 소설이 소설 자체의 작품성을 평가 받기도 전에 루머에 치여 죽어나가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제가 위에서 든 A의 경우는 쉽사리 보기 힘든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요즘 판타지 소설들이 소위 말하는 '작품성'이 말하기 곤란한 경우까지 가다 보니까
누군가 '이 소설은 영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그 소설은 정말 '영 아니올시다~'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혀 없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죠.
제 생각엔 대표적으로 가즈나이트가 이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이야 개나소나 다 슈퍼맨 먼치킨 소설이고 주인공이 초막강 무적이라 괜찮아지긴 했지만,
몇년 전만 하더라도 어떤 사람들에게 가즈나이트를 권하면 '슈퍼맨 소설은 싫다.'란 소릴 쉽게 들을 수 있었죠.
직접 읽어보지도 않고 단지 누군가의 비평을 듣고 자기 나름대로 그 소설을 판가름해 보는 거야 할 수 없으나!
이처럼 단지 남의 비평만 보고도 그 소설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남이 한 소릴 자기가 하는 말인냥 무단도용하는 경우는..뭐..쩝이죠.
뛰어난 영화평론가가 혹평한 영화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남들 다 재미없다는 영화도 난 재미있을 수도 있는 노릇이죠.
그런데 왜 자신의 생각과 취향과 고유 권리를 일부러 내던지고 남의 생각의 틀에 자신을 맞춰가려 할까요?
신귀족주의? 집단(다수)에 속하려는 본성? 잘나보이려는 본능? 노예근성??
반대로 B의 예는 나름대로 쉽게 볼 수 있는 경우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음...그래, 많이들 말하시는 이영도 작가님의 작품들을 생각해 봅시다.
드래곤라자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퓨처워커가 나왔을 때 다들 난리가 나서 읽었죠.
한동안의 반응은 '돈이 아깝다!' 였습니다. 진짜입니다. 후치가 없다는 것과 3인칭으로의 변환이 큰듯 했죠.
하지만 이런 반응은 얼마 가지 않아 깨져나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퓨처워커가 '문학성'인지 '작품성'인지가 높다는 소리가 떠돌자
이번엔 너도나도 퓨처워커가 끝내주게 재미있고 대단한 작품이라더군요.
저만해도 후치가 없어서 질질 끌던 퓨처워컬 '작품성' 높단 소릴 듣고 다시 한번 읽어봤을 정돕니다.
그놈의 작품성이 뭔지...
눈물을 마시는 새를 들어볼까요? 예전에 눈물을 마시는 새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분이 있기에 대단하다 싶어서
'정말~ 신일 줄은 몰랐다니까요!'했던 적이 있습니다.
밑도 끝도 없는 소리지만 눈물을 마시는 새를 끝까지 읽은 사람이면 알만한 소리죠.
그런데 그 분이 그러시더군요. '네? 누가 신이라고요?'
물론 저만 그부분에서 임팩틀 강하게 받은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 분이 잠시 기억을 못하신건진도 모르는 일이죠.
글쎄, 어쩌면 판타지에 대한 알량한 지식이라도 자랑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고 말이죠.
남들이 '쓰레기! 쓰레기!' 하던 소설을 볼때는 무의식적으로 쓰레기란 생각을 가지고 보게 됩니다.
반대로 남들이 '작품성이 높다!'라는 소설은 작품성이 높단 생각을 가지게 보게 되는 것이죠.
또한 위에서 말한 A가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느껴도 어디가서 함부로 말도 못합니다. 비웃음만 사기 쉽죠.
B가 쓰레기라 느껴져도 어디서 말하긴 힘들죠. 말했다간 핀치에 몰려서 린치를 당할지도 모를일이죠.
어떤 작품에 대한 고정관념은 그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고, 그 선입견은 버리기가 힘듭니다.
가령 제가 술마신 다음날 머리가 너무 아프면 약국에 들어가 아무 생각 없이 컨디션을 찾는 것과 비슷할까요?
사실 술마시고 숙취에 고생하면 약국서 '숙취해소제'를 찾거나 증상을 말하고 조제된 약을 먹어야 겠으나
티비속 광고에 세뇌당한 저는 무의식적으로 '컨디션 주세요'를 외쳐버리고...
약국을 나와 컨디션을 투샷하고도 여전히 아픈 머리를 잡고 눈물을 흘릴 뿐이죠.
무의식은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다르게 말해보자면...
어떤 작품에 대한 선입견은 그 작품에 대한 '작품성'까지도 판가름 짓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단 말이죠.
확실히 어떤 소설의 작품성이 뛰어나냐 그렇지 않냐는 그 소설 자체가 기준이 되는 것이겠지만
그 소설에 어느정도의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일종의 패널티를 주고, 색안경을 끼고 소설을 보는게 될지도..
뭐~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께서는 과연 얼마만큼 주관이 뚜렷하신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어떤 소설을 비평하려면 자기 자신만의 소신을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의 의견에 휘둘리는 내 모습은...유쾌한 것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