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무협란의 감/비란에다가 쓸까 했지만, 그쪽은 너무 활성화가 안 되어 있는 고로...(현재 페이지 수가 겨우 2-_-...;;) 게다가, 이분법적인 사고상, 지금 로타에르가 쓰려는 글의 내용은 어찌 보면 차라리 판타지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물씬물씬 들어서 말이죠. 흠흠. 에, 잡소리는 최대한 빼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어차피 전부다 잡소리니 안쓰는 게 나을 지도... 퍽! 컥!-_-;;)
음, 제목으로 삼은 '무협을 죽여라'는 제목 그대로 ~제 생각을 나타낸 것 뿐입니다. 뭔가 함축적인 의미는 없습니다. 말 그대로, 무협을 죽이자! X박살내서 육편 조각을 산산히 흩뿌리자! 이 땅에 숨쉬는 뭇산것들에게 갈갈이 찢어 먹여 그 배를 불리자! ...는 생각입니다(과격한가...)
사실 판타지에서의 '틀'과 '룰'에 관한 논쟁은 이곳 감비란을 화끈하게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로타에르는 마찬가지의 시선을 무협에게 돌리겠습니다.
엄정한 시각으로 보았을 때, 무협지는 과거의 영광을 꽤나 많이 잃은 편 입니다. 말하자면 현재에 와서는 그 자리를 많은 부분 판타지가 빼앗았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나 이것은 도저히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틀이 단단하게 굳어진 무협의 한계가 자초한 일 중 하나입니다...
이제껏 많은 무협들을 보아 왔지만, ~'기' 말고 다른 개념을 사용하는 것을 일찌기 본 일이 없습니다. '무림인' 말고 다른 족속이 등장하는 것도 못 보았습니다. '중원'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본 일이 없습니다(...여기까지 쓰고 나서 왠지 본인의 무식을 폭로하는 게 아닌가 싶은;;) ...그럼 판타지는 있냐구요? 음- 아, 제가 옛날에 읽은 것 중에 아슈레이를 예로 들면 되겠군요. 아슈레이에서~ 마법사가 나오던가? 소드 마스터가 나오던가? ~ 마나대신 '엘'이라는 일종의 원소의 힘이 등장하고(...엘이라... ...로타에르의 전체 구상에서 절대신에 해당하는 이름이었는데-_-) 그 엘을 다루는 '엘러'- 말하자면 원소술사입니다. 세계는... ...젠장! 어디냐고 묻지 마세요. 까먹었습니다.
뭐 굳이 이런 소리는 않더라도, ~ 이영도 님의 눈물을 마시는 새나 피를 마시는 새는 무협이 아니라 판타지로 분류되지 않습니까? 판타지에서의 사고관이 무협에서보다 더 유동적이고 자유롭다는 겁니다.
아~ 물론, 로타에르가 무협을 비교적 적게 읽은 탓에~ 아니에요! 이거 읽어보세요! 이건 안 이래요! 하는 비난이 있다면 감수하겠습니다. 나중에 읽어 보게요^-^많은 추천을 부탁... 아니지, 중요한 건 책 추천이 아니야;; 음. 제 말은, 상대적으로 무협 쪽에서 그런 자유로운 사고가 많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상의 모든 것들을 다 감내한다고 쳐도...
...한가지 더! 로타에르가 생각하는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중화의 시대는 갔습니다. 우리끼리, 야, 우리는 소중화야, 오랑캐 중에서는 젤이지! 오직 중국 형님만 모시면 돼! 우리 임금님은 천세천세 천천세고, 중국 천자님은 만세만세 만만세! 어허! 불경하게! 감히 천한 언문을! 상감마마, 통촉하시옵소서! 중화의 은혜를 저버리는 일은 어버이의 은혜를 저버리는 일과 같으니 금수나 다름없사옵니다! ...이러면서, 알랑알랑 머리 굽신거리고 최대한 어떻게든 아부해 볼라고 애쓰던 시대는 갔습니다.
...그런데 왜 무협은 아직도 거기에 꽉 박혀 있습니까?
아, 물론~ 최근에 와서는 우리 나라 쪽의 인물들이 신비스러운 이미지로, 모든 중원 무림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비밀히 관여하는 내용들도 상당히 나오며, '졸라짱쎈' 주인공의 무공의 근원은 어쩌든간에 한민족의 비전에서 기원하는 경우도 꽤나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한번 일본 쪽의... ...일본에서도 무협이라고 하나-_-? 어쩌든, 일본의 사무라이 류 만화들이라도 한번 보십시오. 그것들도 말하자면 무협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사무라이 류 만화에 철철 넘쳐나는 일본풍은, ...아무리 비밀히 우리 나라의 인물들이 간여한다 해도 어쩌든 겉은 중원을 지향하는 우리 쪽의 무협들과는 다릅니다.
왜! 항상 중원이어야 합니까? 무림이어야 합니까? 소림, 무당, 화산, 기타 등등의 방파들이 항상 등장해야 합니까? 왜! 어쩌든 한자로 복잡~하게 이름을 지어야 합니까? 우리 나라는- 왜, 항상 아무리 쎄도 뒷전에서 알짱거리기만 해야 하는 겁니까?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일원으로써 로타에르는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물론, 탈민족적 세계관... ...궁극적으로는 어쩌든 다 인간... ...역사는 죽은 자들의 것... 역사, 그리고 자신의 민족을 내세우는 때는 갔다! 이제 진정한 세계화-'인간'을 따져야 할 때가 왔어! 나 예견하노라, 가까운 미래에 틀림없이 '분리주의자'들로 일컬어지는 각 지역의 해방군들이 일어서 세계화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자신들이 진화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어...결국에는 모든 인류가 하나가 되고, 민족과 혈통과 전통은 전부 박물관의 최신 목록이 되고야 말 것이다... 하는, 로타에르-카오스와 유사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꽤나 있으실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한번 물어보지요. 예전에 반미 어쩌고 하는 촛불시위 나가 보셨던 분?(...로타에르는 안 나갔습니다;; 의도가 순수하지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미국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어쩌든 우리끼리 한민족... 어쩌고 하는 쪽도 안 좋아합니다.) 혹은, 신문에서 중국의 동북공정- 고구려는 중국의 일부이다! 어쩌고 하는 기사 읽고서 의분(...)을 느끼시지 않으신 분?
~ 개인적으로 앞의 예로 들은 반미 촛불 시위는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고, 뭔가 배후 세력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바 입니다만, 어쩌든 꽤나 많은 사람들이 흥분하길래 예로 들은 것 뿐입니다. 뒤의 동북공정에 대해서, 로타에르는 대강, 북한이 무너질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중국이 손 쓰고 있는 거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으므로 그 부분은 절대 반대입니다. 고구려를 먹어치우고 나면, ~꼬박꼬박 조공을 바친(고구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백제나 신라는 마찬가지의 논리에 의해 중국의 일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너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우리 땅이야! 식의 중국의 침략도 상상해 볼 수 있겠죠.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날 수 있는, 깨어나는 호랑이 중국이 발판 삼으려 들- 가장 가까운 우리 한국. 물론 기우일 수도 있지만, 어쩌든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는 생각입니다.
안그래도 실제로, ...세계사에서 동양사 하면 중국, 인도, 일본, 동남아 지역 이렇게만 다루어지고 한국은 중국사에 편입되어 있습니다. 거의 부속정권이었던 주제에 뭔 말이 많냐 이거죠. 로타에르로써는 속에서 열불이 끓어오르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세계 사학계에서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형편에서, ~적어도 글 만으로라도 스스로의 자주성을 되돌아보아야 할 차에, 마구 쏟아져 나오는 책 중 그런 식의 무협들이 어느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로타에르에게 열받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아, 왜 그래? 배경일 뿐이잖아! 배경만 중원이야! 다 한국계통인 주인공이 휘어잡고 논다니깐? ...배경일 뿐이라구요? 왜 배경이 우리나라가 될 수는 없습니까? 혹은, 중국이나 일본이나 전부다 홀라당 치워버리고, 우리나라를 왕창 확대해서 중간대륙으로 삼는다든가 하는 식은 없습니까? 아무리 배경이라 해도, ...배경에서도 그 나라의 문화가 물씬 묻어나는 법입니다.
뭐- 이런 식으로 예를 들자면.
달득은 숨을 고르며 들끓는 힘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상대는 힘의 흐름에 아주 익숙한 자였다... 그의 안에 꿈틀이고 있는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달득은 알지 못했다. 마치 겨울날 아침 연못에 자욱하게 낀 안개처럼 부옇게 흐려져 보이는 상대의 힘은 굉장히 크다는 것 뿐 대략적인 양을 짐작할 수 없었다.
"과연 대단한 검이요,"
눈처럼 흰 옷 뿐인 상대가 말했다. 그러나 달득은 그의 목소리에서 상대가 그 검을 주고받는 새에 전혀 힘의 손실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랏님의 지킴이인, 부씨 집안의 달득. 그 정도는 되어야 지킴이라고 이름을 내 걸을 수 있을 터- 그러나, 이러한 것은 어떻소?"
달득은 상대가 다시 공격해 오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몸을 뒤집어 돌개질을 하며 날아드는 검을 피해냈다. 검이 솟구쳐올라 달득의 손에 쥐여졌다-주인의 위급을 알아차린 세파람검이 그의 뜻에 따라 상대의 빠른 검을 막아나가며 변화를 일으켰다.
'...휘모리검!'
문득 달득은 상대의 검이 무엇인지 간파했다. 비록 변화가 많기는 했지만, 상대의 놀랄 만한 빠르기의 검은 기본적으로 휘모리검의 모양대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달득의 눈썹이 좁혀졌다.
'휘모리검은 비록 빠르나 강하지 못하다...!'
달득은 두세차례 자신의 몸을 훑고 지나가는 상대의 검에서 일어나는 기운을 맞받아치며, 그의 검을 깰 방도를 생각했다. 그는 휘모리검의 모양을 따르며 상대의 검을 맞받아치기 시작했다- 차차 검이 어지럽게 뒤섞이면서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검은 마치 서로 짜기라도 한 듯이 규칙적으로 맞부딫혔다.
달득은 자신이 상대의 약점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발을 굴러 상대의 칼바람을 흘려 보냈다- 달득은 나락쓸세로 몸을 구부리며 단숨에 짓쳐들어갔다- 아무리 큰 활갯짓도 벗어나지 못할 예리한 검 끝- 그러나, 그로써는 뜻밖에도 상대의 검은 이미 달득의 검을 기다리고 있었다.
쐬애애앵-.
달득은 잘려져 나간 자신의 저고리 앞섶을 내려다 보았다. 상대는 능히 자기를 죽일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자 였다. 나랏님의 지킴이 집안의 맞이를 꺾을 수 있을 만큼 강한. 그가 마지막에 자신의 검을 흘리며 손속을 두지 않았더라면 쪼개진 것은 그의 앞섶이 아니라 그의 가슴이 되었을 것이다.
"죽이시오. 싸움에서 진 싸울아비는 목숨을 구걸하지 않소."
상대는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그는 돌아서더니 땅에 똑바로 꽂혀서 웅웅거리고 있는 세파람검을 내려다 보았다.
"나는 당신의 목숨을 거두러 온 것이 아니오, 부씨 집안의 맞이 달득. 다만- 나랏님의 지킴이로 이름 높은 부씨 짐안의 검을 보러 온 것 일뿐. 허나- 그대의 검은 아직 경험이 적구려-"
그가 손을 벌리자 세파람검이 뽑혀져 나와 그의 손에 쥐여졌다. 그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떠는 세파람검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살펴 보더니, 문득 몸을 휙 돌렸다.
서걱.
달득은 자신의 상투가 잘려져서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는 것을 알았다. 상대가 말했다.
"당신의 목 대신, 이것을 증표로 삼겠소. 다시 자신의 검을 닦도록 하시오. 나랏님을 지키려면 보다 훌륭한 검이 필요하오."
그리고 세파람검이 달득의 앞에 와서 눕혀졌다.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상대는 이미 그에게서 눈을 떼고 걸어가고 있었다- 달득은 몇차례 숨을 들이킨 끝에 겨우 큰소리로 외쳤다.
"잠깐- 멈추시오!"
상대가 잠깐 멈춰섰다. 달득은 아직 숨이 격해 있었으나 다시 고함을 쳤다.
"이름-만이라도 알려 주시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오? 그대의 검은?"
"이름을 가르쳐 줄 수 없으나- 검의 이름은 엇모리검이요. 그대가 읽었듯 휘모리검과 비슷하나, 그 모양은 전혀 다르다오. 그럼, 이만-"
그리고 달득은 놀랍게도 상대가 자신의 눈을 벗어났음을 알았다. 그는 한동안 상대가 있던 곳을 응시했다- 비로소 그의 종들이 달려와 잘려나간 상투와 흩어진 머리카락을 들고 수선을 떨었으나, 그는 무겁게 뿌리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부씨 집안을 방문하려던 사람들은 모두 검닦이에서 돌아왔던 부씨 집안의 달득이 다시 문을 닫아 걸고 검닦이에 매달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왜 그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아는 사람은 한 사람 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대략 여기 쓰인 말을 보자면, ...간단하게~ ...부씨 집안은 부씨세가로, 나랏님은 천자로, 지킴이는 호위무사쯤으로(약간 격은 높은데...;;), 싸울아비는 무림인으로, 힘은 기로, 칼바람은 검풍으로, 모양은 검세로, 검닦이는 폐관수련으로, ~ 보면 도로 무협이 됩니다.
뭐, 돌개질이니 나락쓸세니 휘모리검 엇모리검 하는 것은 대략 보자면 되는 것이올씨다-_-
음. 무협 쪽은 역시 부족하군요-_- 그러나, 제가 이렇게 길게 글을 써서 말하자는 것은 무협 역시 틀에 묶일 것이 아니라 좀더 자유롭게 되야 한다는 것. 좀 비약하자면 무협이나 판타지나 비스끄무레하게, 진짜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 ...이러한 것들이 없으면 무협이 아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버리는 것.
그리고~ 약간 더 욕심을 부리자면, 밑에 덧붙힌 대로 무협의 배경이 중원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되고 좀더 한국풍이 묻어 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로타에르님의 글을 펌글 임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