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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더짧은글] 상담

2007.01.14 20:51

네모Dori 조회 수:10987




믿을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가슴이 아플 때가 있어요. 수사적인 표현이나 어떤 상황을 비유하는 것이 아니에요. 아 제가 같은 말을 반복했나요? 여하튼 말 그대로 정말 가슴이 아파요. 명치끝이 차가운 얼음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아요. 아플 때는 많아요. 특정한 브랜드의 맥주를 마실 때, 어떤 향수를 맡을 때. 누군가에게 밤늦은 시각에 연락을 받을 때. 심지어는 자기 전 내일 할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나 이유 없이 늦은 시각까지 잠들지 않을 때, 혹은 너무 일찍 일어나게 되었을 때에도 가슴이 아파요. 다른 것은 생각도 못하고 어떤 단어도 내뱉지 못할 만큼 가슴이 아파요. 사람 한명이 이토록 사소하고 세세하고, 이렇게나 나의 모든 것에 영향을 주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정말 생각하고 움직이는, 살아가는 모든 것이 고통이 되리라고는 농담으로도 떠올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나는 나를 바꿔버리려고 마음먹었어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잖아요? 다른 브랜드의 맥주를 고집하고 새로운 향수를 사용할거에요.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낮에는 꼭 운동을 하고 아침에는 가능한 한 늦잠을 잘거에요. 내 일정은 모두 수첩에 써놔서 언제든 수첩만 보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을거에요. 일부러 친구들에게는 연락을 뜸하게 하고 있어요.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그쪽도 소원해지겠죠? 20년 동안 하나씩 하나씩 나를 쌓아온 것들이 단 20개월 만에 그 목적을 바꿔버리고 단 20일 만에 모두 무너지리라곤 그 어느 누가 생각할 수 있었겠어요. 하지만 이제 모두 무너졌으니 다시 새롭게 쌓아올릴 수 있을거에요. 다들 그렇게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해왔구요. 그래요. 그런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을 저는 알아요. 결국 무너진 것은 나 혼자고 오히려 폐허만 커져갈 뿐이죠. 이미 무너진 것을 없던 일로 바꿀 수는 없어요. 잊으려 애쓰면 오히려 그 기억만 깊게 새길 뿐이죠. 망각에 필요한 시간이, 치유에 필요한 시간이 더 길어질 뿐이란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도 그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걸요. 이렇게 가슴이 아파서는 단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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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소견 : 진통제와 수면제 함께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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