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_계급사회와 고시제도가 자본주의사회체제 하에서 백진희의 미소. 부제_주어는 없다
1. 서론.
: 천년만에 3화를 쓴다. 어쩔 수 없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 그렇다. 문제는 원래 밖에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어쨌거나 시작하자.
<언제나 문제는 나>
오랜만인 만큼 특히 매우 민감한, 철학적인 깊은 통찰력이 빛날 수 있는, 즉 나의 잘남이 만방에 떨칠 수 있는 주제인 계급제도와 고시제도, 자본주의체제로의 패러다임변화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픔, 백진희의 미소 등에 대하여 논하도록 하겠다. 또한 이런 대책없는 주제를 던져준 친우에게 빅엿과 함께 결코 잊지 않고 보답토록 하겠다.
2. 각하란 무엇인가, 고시제는 왜 생겨났는가
: 각하란 무엇인가. [각하란 특정한 고급 관료에 대한 경칭. 국가 간의 외교 관계에서, 지위가 높은 인사들에게 쓰는 공식적인 존칭.] 이다. 즉, 각하란 A가 B를 부르는 말이다. 그리고 이 안에는 계급이 존재한다. 둘 간에 계급이 없다면 야, 너, 어이, 이봐, 등등으로 칭하지 않겠는가?
<각하는 절대 이럴 분이 아니다>
인간과 인간이 있을때, 계급이 존재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맺음에 있어 계급이 없이 말 그대로 평등한 관계가 존재하는가? 적어도 나는 그러한 예를 떠올리진 못하겠다. 반대로 계급이 존재하는 것이야 읊으면 다 계급이지. 어장관리녀와 남자, 월급통장뺏긴아빠와 용돈을 주는 엄마, 과제제출기한을 넘긴 대학생과 랩실의 조교 등등등 세상 모든 곳 모든 관계에는 계급이 존재한다.
계급제는 당연히 과거에도 있었다. 분명히 인류가 동굴에 살 때도 있었을테다. 하지만 이 글의 취지에 맞게, 확실한 근거와 fact로만 이루어진 그야말로 신뢰의 결정체인 이 글의 성격에 맞게, 계급제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을 찾아보자면 신라시대 골품제가 팟 하고 떠오른다.
<답은 육두품>
계급제가 이토록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인간관계에 매우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이유는 그 효율성에 있다. 계급제는 딱 한가지만 지켜지면 이보다 더 효율적인 체제를 찾아낼 수 없다. 그 조건은 [잘난 놈이 갑, 못난 놈이 을] 이라는 것이다. 어때 쉽지? 계급제가 효율적이라는건 계급제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군대를 떠올려보라. 군대야말로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효율성의 극을 추구해 온 집단 아니던가? 물론 현대의 군이 완벽하게 효율적인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지만, 어느 시대, 어느 시점이든 군대와 계급제는 항상 한 몸처럼 붙어다녔음을 알 수 있다.
<까라면 까 이생퀴야>
그럼 계급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바로 기본적인 조건 [잘난놈이 갑]이 깨지고 [잘난놈이 을]상태가 되었을때 계급제는 최악의 효율을 보여준다는데 있다. 이러한 경우 [잘난 을]들은 두가지의 선택지를 가지는데, 1)못난 갑을 속여먹어서 잘난 자기가 잘먹고 잘사는 길을 찾거나, 2)못난 놈이 갑을먹는 세상을 뒤엎는 것 되시겠다. 1)선택지야 못난 놈이 못난 일 당하는거니 그 못난 놈을 제외한 대다수의 갑들은 그러려니 해 줄 수 있다. 근데 문제는 2)선택지 되시겠다. 못난 놈 하나때문에 세상의 모든 갑들이 하루아침에 엎어져야해? 근데 문제는 그 변혁, 혁명, 쿠데타 기타등등을 일으키는 놈들이 잘난 놈이라서 성공할 가능성이 꽤 높다는데 있다.
<이게 노예면 나는 어떡해>
이 시점에서 탄생한 것이 과거제도다. 잘난 을에게 일견 합법적으로 갑이 될 수 있는 기회를 터 주는 것. 혁명, 변혁, 쿠데타 기타등등보단 과거가 쉬우니까, 잘난 너님 정도 되시면 이건 간단하니까 과거쳐서 우리 함께 갑이 됩시다가 과거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에 비교대상을 찾기 힘들만큼 우리나라 역사상 왕조가 매우 안정적으로, 긴 시간 지속되어 온 것에는 이런 과거제도의 존재유무가 매우 큰 역할을 하였다고 나는 생각하는 바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제도의 밑바탕에서 발전한 것이 지금의 고시제도이다.
<대한민국 고시왕>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물론 과거도 그랬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고시로 갑이된 갑은 갑이 아닐지어니, 칭하기 쉽게 짝퉁 갑이라고 하자. 힘들게 시험쳐서 등용문에 올라봐야 인간계의 상위층일 뿐, 갑과 갑들의 가족들은 저기 신계에서 놀고 있을 나름이다. 따라서 기껏 시험쳐 올라온 사람들의 열등감폭발, 근거없는 우월주의, 나보다못난놈마구까기가 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상 사회가 그들에게 강요한 현상이라 보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에반게리온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관찰된다.
<힘들게 시험치면 뭣하나, 남들은 다 빽인데>
에바의 세 파일럿 중 실질적인 테스트를 거쳐서 합류한 사람은 소오류아스카랑그레이 아스카짱이 유일하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잘난 스포트라이트는 사령관아들내미와 사령관첩이 다 가져가고 불쌍한 아스카는 한쪽 눈마저.. 마찬가지로 시험으로 합격하여 새롭게 합류한 마리짱도 심지어 인간이길 포기해가며 힘내보지만 모든 좋은 장면은 사령관아들내미가. 이것이 현실이다. 어쩔 수 없어. 잘난놈이 계속 잘되는거지.
3. 그러나, 패러다임의 변화
: 허나 잘난놈도 계속 잘나기 힘들어지는 사태가 발생하였으니, 자본주의로의 패러다임 변화라 하겠다. 고대로부터 세상엔 세개의 다리가 있다 하였다. 鼎(솥 정)이라는 한자가 국가를 상징한다는 것은 모두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즉 세상엔 새개의 큰 다리가 있으며, 만약 다른 한 다리가 나머지 다리마저 넘본다면 솥이 쏟아지니 어쩔 수 없다 뭐 이런 내용이다.
<다리 세개. 심지어 까마귀도 다리가 세개다>
저 세 개의 다리가 무엇을 상징하는가는 많은 이견이 있지만, 재력, 권력, 무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즉 재력이 권력을 탐하거나, 무력이 권력을 탐하거나, 혹은 권력이 재력, 무력을 탐하면 오래가지 못하고 무너진다 뭐 그런 이야기인데, 이게 자본주의 사회에 접어들면서 바뀌었다.
도대체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이윤추구가 우선이 되는 경제체제란 설명은 사실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윤추구는 옛날부터 해왔을게 분명하다. 누구 말마따나 사람은 이기적이니까. 자본주의의 핵심은 교환에 있다. 옛날엔 각각 원하는 것들이 분리되어 있어 그것만을 추구했어야 하지만, 이젠 일단 돈을 가지면 그걸로 원하는 것을 교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더이상 솥의 세 다리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재력이란 다리가 이젠 나머지 두 다리를 리스할 수 있게 되었달까?
따라서 이젠 어느 위치에 있는 사람이든 일단 돈을 추구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은 현재 우리나라 권력의 핵심마저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주어는 없다)
<우리에겐 몸소 실천하시는 경제대통령이 있다>
장안의 화제 BBK사건을 되짚어보자. 결국 이건 주가조작이 핵심인데, 주식시장이란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합법적 도박판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만약 건전한 투자 목적으로 BBK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주가 조작 어쩌고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시세차익을 노린 주식 투기자들, 즉 도박판에 참여한 사람들만이 자신이 피해자임을 주장할 수 있을 뿐이다) BBK주가조작 사건은 희대의 타짜가 멋진 손기술로 400억 정도의 판돈을 싹 쓸어서 튄 사건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누군가는 따고 누군가는 잃는다>
그러나 타짜들의 말로란 어떠한가? 구라를 아트의 경지로다가 끌어올린 평경장은 기차에서 떨어졌다네 오른팔이 잘려서, 경상도의 짝귀는 구라를 치다 귀가 짤리고 구라를 안치니 이기 짤맀다. 전라도의 아귀도 딴딴뚜리란딴딴 확인들어가긋습니다 어 사쿠라네? 이런 상황에서 심약하고 맘 약한 고시생, 갑이 되지 못한 을 중에서 배짱 없으니 과거-고시-시험판에 기웃거리는 자들이 이런 살떨리는 도박판에 껴들 수 있겠는가?
<"쫄리면 뒈지시든가?"
"넵. 뒈지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갑마저 갑으로 남기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이 현실 속에서, 여전히 답이 아니란걸 알고도 거기에 매달리는 을들은 어째해야 하는가. 아닌 걸 알면서 스스로 그것에 매달리는 자기 모순, 누가 그러했던가,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는 모순 때문이고 세상이 슬픈 이유도 모순 때문이라고. 성공할리 없는 자기 합리화 끝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을들도 마음에 한줌 위안은 얻어야 하나니, 그런 의미로 우리모두 백진희의 미소를 보며 "걸그룹이 갈수록 어려지는 이유, 왜 남자아이돌보다 걸그룹이 327만배 뛰어난가"에 대한 4화를 기다려보도록 하자.
<역시 진지해지면 재미없다>
by nemod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