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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

눈물을 흘리는 바위

2008.09.07 21:15

네모Dori 조회 수:342760

눈물을 흘리는 바위



동족 끝 깊은 계곡 아래에 검은 바위가 있었다. 빛조차 잘 들지 않는 깊은 계곡이었지만 밤이 오면 그 좁은 계곡의 하늘에도 달이 떠오르고 별이 빛났다.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검은 바위는 밝은 별이 되어 빛나기를 바랐다. 검은 바위는 가장 밝은 별을 향해 길을 떠났다.



갖은 노력 끝에 계곡을 넘은 검은 바위의 앞에 푸른 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멈춰선 검은 바위에게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늘이 지는구나 비켜줘’

검은 바위는 소리가 들리는 곳을 내려다 보았다. 검은 바위의 발 아래에 작은 꽃이 하나 피어있었다.

‘안녕, 난 네가 그 곳에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검은 바위. 넌 누구니?’

‘난 작은 꽃. 볕이 사라져 돌아보니 그 곳에 갑자기 네가 있었어’

‘난 지금 밝은 별이 되기 위해 별을 찾아 길을 가는 중이야. 아는 것이 없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지금 네가 따스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뿐이야’

검은 바위는 작은 꽃을 지나 다시 길을 떠났다. 끝이 없는 넓은 들의 끝에서 검은 바위는 큰 강을 만났다. 그리고 큰 강의 앞에서 검은 바위는 얼룩무늬 고양이를 만났다.



‘이야, 넌 정말 크군, 어디서 왔어?’

‘나는 검은 바위. 저 들 너머의 깊은 계곡 아래서 왔지’

‘그 먼 곳에서 여긴 왜 온거야?’

‘소망을 이루기 위한 길을 가는 중이야’

‘소망이 뭔데?’

‘내가 하고 싶은 것’

‘팔랑이는 흰 나비를 잡고 싶은 것?’

‘그런 것을 소망이라고 부르진 않아. 쉽게 이뤄낼 수 없는 것 말이야’

‘아, 연못 속에서 헤엄치는 은빛 잉어를 먹고 싶은 것 말이지?’

‘아니, 소망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단 한가지 일이야’

‘모르겠어. 이제 관심 없어’

얼룩무늬 고양이는 다른 곳을 향해 떠나갔다. 검은 바위는 큰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세찬 강물은 검은 바위를 밖으로 밀어냈다. 강 바닥은 검은 바위를 자꾸만 잡아당겼다.
언젠가부터 검은 바위의 주위에 차가운 물 대신 차가운 바람이 자리했다. 북으로 나아갈수록 바람은 더욱 매서웠다. 그리고 그 앞에 높은 산이 나타났다.
산이 있다. 구름이 있다. 그 구름위로 또 산이 있다. 그리고 그 산을 내려다보는 봉우리가 있다.
아주 높은 산을 향해가는 검은 바위에게 어느 여행자가 다가왔다.



‘이 북쪽 끝에서 이런 크고 검은 바위를 만나다니. 한번 만져봐도 될까?’

‘마음대로. 넌 누구니?’

‘난 여행자야. 소망을 이루기 위해 세상 곳곳을 다니는 사람이지’

‘소망? 무슨 소망을 가지고 이곳에 왔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어. 이제 다른 곳으로 떠나는 중이지’

‘다른 곳?’

‘이번엔 세상에서 가장 넓은 바다를 건너겠어. 그래서 남쪽으로 가는 중이야’

검은 바위는 여행자와 헤어져 아주 높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미끄러지고, 떨어지고, 차가운 바람에 몸은 점차 얼어붙었다. 모든 것이 흰색으로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검은 바위는 머리 위에서 변하지 않는 밝은 별을 바라보며 멈추지 않았다.
수천 번, 수만 번, 검은 바위가 바라본 일출 중에서 가장 밝은 해가 떠오르던 날 검은 바위는 아주 높은 산 정상에 올랐다. 여태까지의 여정만큼이나 긴 반나절이 흘렀다. 주위는 조금씩 어두워지고 저 아래에서 달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밝은 별이 떠올랐다.

‘나는 검은 바위이다’

‘나도 별이 되고 싶다’

‘어두운 하늘의 빛이 되고 싶다’

검은 바위는 세상의 꼭대기에 서서 밝은 별을 향해 외쳤다. 온 산이 검은 바위의 외침에 울렸다.
가장 어두운 해가 떠올랐을 때 검은 바위는 눈물을 흘렸다.

매일 새벽 해가 떠오를 무렵이면 아주 높은 산 정상에서는 멀리서도 보이는 검은 바위가 소망이 이루어지는 날을 기다리며 사라져가는 밝은 별을 향해 눈물을 흘린다.





2007 . 8 . 11. Pm 2 : 57